가시,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

by 마정열

시에서 국제행사를 개최한다고 환경정비사업이 한창이다. 공원과, 하천과, 모두가 정신이 없다. 우리가 소속된 녹지과도 예외가 아니다. 가로수와 녹지대 정비로 몸이 열이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이 와중에 새로운 작업 지시가 떨어졌다. 행사장 주변 도로 정비 작업이었다.

새벽 공기에 옷깃을 세우고 작업장으로 갔다. 그곳은 녹지과 관할지역이 아니었다. 팀장이 오더니 이곳은 도로과 관할인데 도로과가 도로포장작업을 하느라고 여념이 없어 우리가 대신 지원을 나온 것이라 툴툴거리며 말했다.


도로 주변 녹지에 마른풀과 잡목이 빽빽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는 낫과 엔진톱을 들고 숲으로 들어갔다. 몇은 낫으로 마른풀을 자랐고, 몇은 엔진톱으로 잡목을 제거했다. 그리고 몇은 잘린 풀과 나무를 정리하는 작업을 맡았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나는 정리조다. 잡목은 주로 아카시 나무였다. 아직 물이 오르지 않아 바짝 마른 아카시 나무의 가시가 나를 건드리지 말라,라는 기세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을 하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카시 나뭇가지를 모아 한 곳으로 정리했다. 아무리 조심을 해도 가시는 나의 몸에 여러 생채기를 남겼다.


일꾼들의 입장에서는 식물의 가시는 작업의 방해꾼이자 난관이다. 한마디로 세상 불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이것은 지극히 인간 중심적 사고다. 식물은 종의 유지와 번성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해 왔다. 특히 동물 등의 가해자에게 맞서는 한 가지 방법을 터득해 냈다. 바로 가시다. 식물의 가시는 생존을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자신에게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식물의 가시는 끝이 날카롭게 뾰족하고 목질화되어, 딱딱해진 것을 칭한다. 식물체의 줄기, 잎. 뿌리 등 다양한 부위에 부착되어 있고, 크기와 모양 또한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이런 식물의 가시를 기원에 따라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줄기의 껍질이 가시로 된 것이 있는데 이를 피침(皮針)이라 하며, 찔레, 산딸기류, 음나무(엄낭), 초피나무(제피낭) 등의 가시가 여기에 속한다. 줄기의 성질을 지닌 가시를 경침(莖針)이라 하며, 감귤류, 주엽나무, 꾸지뽕나무, 산유자나무 등의 가시가 이에 속한다. 선인장류의 가시는 엄격히 말하면 잎이다. 이처럼 기원이 잎인 것을 엽침(葉針)이라 한다. 골담초, 섬매발톱나무, 아까시나무 등의 가시가 여기에 속한다. 이외에 뿌리의 변형인 근침(根針)이 있으며 열대의 야자나무과의 일부에서 볼 수 있다. 또한 잎의 가장자리 부분이 가시형태로 변형된 호랑가시나무, 엉겅퀴, 도깨비가지 등이 있고, 남가새, 마름, 밤나무 등의 열매에도 다양한 형태의 가시가 있다.


식물만 가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식물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가시를 가지고 있듯이 인간도 자신의 생존을 위한 방어 기제가 있다. 그 방어 기제의 하나가 인간의 가시이다. 인간은 크고 작은 가시를 가지고 있다. 상처받을까 두려워 스스로 벽을 세우기도 하고, 타인의 접근을 경계하기도 한다. 가시는 당사자에게는 생존을 위한 방어 수단이지만 상대방에게는 상처를 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가시에 상처를 입는다. 배신, 실패 같은 것들이 우리를 찌르고, 때로는 피를 보게 한다. 나 또한 가시가 되어 타인들에게 상처를 입혔음을 인정한다. 가시가 너무 날카로우면 아무도 다가오지 못한다. 우리는 가시를 통해 스스로를 지키면서도, 그것이 너무 단단해져 타인을 밀어내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적당한 거리, 적절한 방어는 사람들을 더욱 건강한 관계 속에 있게 해 준다.


집에 돌아와 상처를 소독했다. 가시는 몸에 여러 흔적을 남겼다. 나의 가시가 세상에 남긴 상처를 생각해 보았다. 엄마의 가슴에 가시를 박았던 불효의 기억이 떠올라 나를 괴롭혔다. 엄마를 찌르던 가시가 내 가슴에 똑같이 와서 박혔다. 허기진 마음에 쏟아냈던 가시 같은 말에 엄마는 얼마나 가슴을 치며 미안해했는지 그때는 정말 몰랐다.


상처는 세월의 흐름에 흐려진다. 하지만 이 상처는 소독도 되지 않고 흐려지지도 않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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