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다 보면 수많은 ‘비법정 탐방로’가 보인다. 흔히 말하는 샛길이다. 비법정 탐방로에는 어김없이 ‘위험, 등산로가 아닙니다.’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비법정 탐방로로 들어간다.
비법정 탐방로로 가는 이유는 뭘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상으로 가는 빠른 길을 찾기 위해서일 것이다. 사람들은 빨리 가는 길, 지름길을 선호한다. 그런데 지름길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니다. 그 길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위험의 길일 수도 있다.
지름길은 한자로 빠를 첩(捷) 지름길 경(徑)을 써 첩경이라 한다. 원말은 종남첩경(終南捷徑)으로 중국 당(唐) 나라 때 노장용(盧藏用)과 사마승정(司馬承幀)의 고사(故事)에서 유래되었다.
당(唐) 나라 때 진사 시험에 합격하고도 관직을 받지 못한 노장용(盧藏用)이 종남산(終南山)에 입산해 버렸다. 수도 장안(長安)의 근처에 있는 종남산에는 은자(隱者)들이 많기로 소문난 산이었다.
그 시절에는 세상과 거리를 두고 숨어 지내는 은자들에 대해 명리(名利)에 초연하고 학문의 높고 고매한 선비로서 받드는 풍조(風潮)가 있어서 조정(朝廷)에서도 그러한 은자들을 초빙해서 관직에 기용(起用)하는 일이 흔했다. 노장용은 여기에 착안해서 종남산에 입산했던 것이다.
그가 입산해서 은자로 행세한 지 오래지 않아 명성을 얻게 됐고 마침내 뜻한 바대로 조정의 고위직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당시 종남산에는 사마승정(司馬承政)이라는 은자가 있었는데 그는 세상 명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진정한 은자로 이름이 높았다. 조정에서도 여러 차례 높은 벼슬을 내렸으나 그때마다 사양했다.
어느 날 사마승정이 황제의 부름을 받고 하산했다가 다시 관직을 사양하고 돌아가던 길에 노장용이 그를 배웅하게 됐다. 성 문밖까지 함께 걸어 나오다가 노장용이 종남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참으로 정취가 있는 명산(名山)입니다.”
그러자 사마승정이 웃음을 띠며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종남산은 그저 벼슬길에 오르는 지름길일 뿐이지요.”
이 말을 들은 노장용은 부끄러움에 입을 다물어 버렸다. 사마승정이 그가 종남산에서 거짓 은자 행세를 해 벼슬을 받은 것을 비꼬았기 때문이다.
이 고사는 신당서(新唐書)의 노장용전(盧藏用傳)과 도교 서적인 ‘역세진선체도통감(曆世眞仙體道通鑑)’ 등에 실려 있다. 여기서 유래해 종남첩경은 출세의 지름길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또 노장용의 예에서 보듯이 편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풍자하는 말로도 사용되는 성어이다.
오늘날 첩경은 목적지에 이르기 위한 지름길이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간단하고 신속한 방법을 가리킬 때 사용된다. 현대인들은 빠른 성과, 그리고 빠른 해결을 추구한다. 그리고 빠른 성공을 꿈꾼다. 그래서 쉴 새 없이 비법정 탐방로를 기웃거린다. 그들에게 위법이나 편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위법이나 편법은 세상살이의 한 수단일 뿐이다. 그러나 성공을 바라며 비법정 탐방로로 들어서는 순간 열에 아홉은 길을 잃고 헤맬 것이다.
산행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인생에서 지름길은 빠른 길이 아니라 바른 길이다. 목적지를 정하고 거기로 가는 바른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앞에 놓인 길은 처음 가는 낯선 길이다.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 모른다. 빨리 달리다 보면 넘어지게 마련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바른 길을 찾아야 한다.
빨리 가고자 하면 주변을 살필 겨를도 없다. 외롭고 고되지 않겠는가?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걷다 보면 같은 길을 걸어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조금 늦으면 어떤가? 그들과 즐거운 이야기, 고단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길을 걷는 것도 인생을 즐기는 한 방법이 아닐까?
그리 오래 살지 않은 필부(匹夫)의 보잘것없는 인생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