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에 품은 복권 한 장

by 마정열

“오늘 점심은 내가 쏠게요.”

오전 작업이 마무리되고 장비를 정리하던 중 강 씨가 호기롭게 한마디를 냅다 지른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강 씨에게 집중된다.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좋은 일은 무슨.... 좋다면 좋은 일이지요. 흐흐흐”

사뭇 궁금해진다.

“스포츠 토○가 맞았어요. 흐흐흐.”

강 씨는 입가에 연신 웃음을 흘렸다.

“만 원을 투자했는데 십만 원 배당이 터졌어요.”

“축하해. 이거 점심으로는 안 되겠는걸.”

동료들은 강 씨의 행운에 부러움의 마음이 섞인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일부 동료들은 거의 매주 복권을 사도 한 번도 맞지 않는 자신의 불운을 탓한다.


그러나 강 씨의 행운은 행운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알기에는 그렇다. 강 씨는 거의 매일 스포츠 토○에 투자한다. 아마 십만 원의 행운을 잡기 위해서 거의 2~3배의 투자를 하였을 것이다. 한 번의 짜릿한 행운을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소비했다.


나도 복권을 산다. 매주는 아니지만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로○복권을 산다. 요상한 꿈이라도 꾸는 날이면 나름대로 좋은 쪽으로 해몽하여 그 꿈을 길몽으로 완성시킨 후 로○를 산다.

복권을 손에 쥐고 이것이 가져올 미래를 상상한다. 꿈꾸는 미래는 분명 현실이 아니다. 현실이 아니기에 더욱 선명하게 그려진다. 꿈꾸는 사이 고단한 현실은 잠시 잊는다. 복권은 고단한 일상의 진통제다. 그러나 진통제의 효과는 냉정하다. 꿈은 허망하게 깨어지고 기대는 허무함만 남기고 사라진다.


복권을 마지막 희망이라고 믿는 순간 현실은 잔혹해진다. 복권의 당첨 확률은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고,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빌딩에서 떨어져도 살아남을 확률보다도 희박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매주 줄을 선다. 작은 확률에 기대어, 일상의 불행을 상쇄하려 한다. 하지만 그 기대는 대부분의 경우, 다음 주를 향한 미련으로 되돌아올 뿐이다.


복권은 일종의 희망 판매 기계다. 기대라는 감정을 사는 것이다. 문제는 그 기대가 중독처럼 작동한다는 데 있다.

'이번엔 안 됐지만, 다음엔 혹시?'

그렇게 반복되는 착각은 어느새 일상에 녹아든다. 물론, 소수는 일생일대의 행운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소수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지나간 수많은 이들의 허망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복권 한 장에 희망을 건다. 복권은 마음 깊은 곳의 소망을 스스로에게 고백하는 의식이다. '나는 아직도 더 나은 삶을 꿈꾼다'는 작고 위대한 고백. 그건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미래에 대한 조심스러운 맹세이자 기도다. 당첨 여부를 떠나 복권을 손에 쥔 그 순간 사람은 잠시나마 가능성의 세계를 살아간다. 그 작은 설렘이야말로 복권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진짜 당첨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가슴속에 복권 한 장씩은 품고 산다. 그것이 단지 금전적으로 충만한 미래를 가져다줄 로○는 아닐지라도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 더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이 우리가 품고 사는 복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도 마음속에 복권 한 장을 품고 산다. 나는 금전적으로 부자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 지금 이 나이에 아무리 노력해도 금전적으로 부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불가능에 미래를 걸 만큼 바보는 아니다. 사회적 명성을 얻는 것도 마찬가지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지적으로 충만하고 글 잘 쓰는 사람이 부럽다. 어쭙잖게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것이 내 가슴에 품은 복권이고, 오늘을 살아가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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