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화가 나는 일상일까. 지하철에서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치거나 식당이나 카페에서 어리숙한 응대를 받을 때면 마치 세상 불의를 참지 못하는 사람처럼 화가 난다. 도시 문명의 인간이라 직접적으로 화를 표출하진 않는다. 당사자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지 못하고 혼잣말을 하거나 괜히 다른 곳에 화풀이를 한다. 나 스스로도 믿고 싶지 않은 추한 모습이다. 최근에 나는 이런 하여자가 되고 있다.
왜 이리 화는 풀리지 않을까. 조그마한 불친절에도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다. 세상과 사람은 이대로의 나에게 친절하지 못한다. 내가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 회사를 마치고 잠을 줄이고 무언가를 또 해야하고 그것을 해내야만 인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가만히 있어도 환대 받고 싶은데. '지금의 나라도 괜찮다고' 말이다.
삼 개월 넘게 이어진 회사의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다음주, 7월 첫째주는 영덕을 간다. 회사에서 괜한 자에게 보내주는 일종의 힐링캠프라고 할 수 있다. 메일로 날아온 계획표를 보니 먹기명상, 숲명상, 별빛명상, 바다명상, 요가명상, 차명상 등등 각종 명상을 경험하는 명상 과몰입 캠프이다. 이것저것 다 명상을 붙인 것을 보니 마치 모든 재료로 김치를 만들고, 서양 전통 디저트로 별의 별 혼종을 만드는 한국인스럽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디톡스를 위해 일과시간에는 스마트폰을 반납한다. 정신이 맑아지리라. 스마트폰이 두 개라서 꼼수를 부린다면 못할 것도 없지만 양심적으로 두 개 모두 반납할 생각이다. 영덕의 낮과 밤, 숲과 바다를 함께하는 3박 4일이 기다려진다.
캠프를 신청한 이유는 올해 상반기 내내 감정을 조절하는게 어렵다는 위기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떨어지고, 일의 난이도는 높아지고 책임이 커지면서 불안과 긴장이 나를 지배한다. 게다가 서로 다른 성격과 능력치의 사람들을 공통의 목표로 이끌어야 한다는 중압감까지... 그 무게에 눌려 바위처럼 침대에서 매일 밤 앓았다, 여전히 앓고 있다.
가까운 가족과 애인에게는 스스럼 없이 분노와 못난 모습을 드러낸다. 회사에서는 꾹꾹 참고 있다가 나를 이해할 것 같은 편한 사람에게는 드러내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흑 이런 하여자 같은 사람.
어서 다음 주 힐링캠프로 스트레스도 풀고 감정 조절하는 법도 배우고 싶다. 기다려라 명상아. 나를 하여자에서 상여자로 만들어 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