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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녕 Oct 20. 2023

야구가 끝난 자리에 짠 내가 난다

프로야구 팬의 행복은 성적 순이다

킁킁, 킁킁 어디서 짠 냄새가 나지 않아요?

여기 올해 야구가 끝났잖아요.


2023년의 야구가 끝났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작년처럼 5위 안에는 들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1점 차 경기에서 연달아 지고, 소중한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하며 시즌이 끝나버렸다.

순위가 이미 결정되었는데 이제서야 이기면 어떡하나 싶을 정도로 이겨 버리고, 그렇게 끝났다.


프로야구 팬의 행복은 성적 순이다. 


꼴지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되는 것 아니냐, 과정이 중요하다?

No, No, No.


선수와 감독이, 프론트가 시즌 내내 최선을 다했다면 절대 하위권에 있을리가 없다. 이들은 돈 받고 일년 내내 야구만을 생각하는 프로이기 때문이다. 현장이든 프론트 중에 하나가 잘하지 못했거나 못했거나. 심지어 팬들은 무임금으로 조언과 격려를 아낌없이 주었고 자기 돈을 내고 팀에 보탬이 되려고 애썼다. 그런데 야구를 못 한다? 이건 심각한 문제이다. 


차라리 선수들이 건강하게 마무리 했다면 내년도 기약이라도 할텐데, 나의 기아 타이거즈는 주축 선수들이 부상을 당했다. 이마가 근심으로 쭈굴쭈굴 파도를 탄다. 이 사태를 만든 감독을 경질해야하는 굳센 마음이지만 내년에도 연임할 것이란 뉴스가 슬슬 들린다. 내년에는 야구를 끊고 내 일상에 집중하라는 큰 그림인가.


회사에서, 일상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의사결정에 시달린다.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것이 많고, 노력해도 쉽게 얻는 것이 없는 팍팍한 삶이다. 유일하게 야구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현실 낭만이라며 자주 의지한다. 그런데 야구도 정치질과 무능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사람이 염세적인 태도로 기울어진다.


야구야, 기아타이거즈 야구야,

내년에는 나의 소중한 낭만을 지켜주지 않겠니.

어이 없는 의사결정으로 나를 힘들게 하지 말아줘.


올해 나의 마지막 직관이었던 기아타이거즈-KT위즈 경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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