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죽기 전에 해야 할 100가지 등
요즘 광고에서나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말들이다.
이제 세계 곳곳에 있는 유명한 곳이면 모두 죽기 전에 가봐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행을 떠날 생각조차 달콤한 꿈으로 여겨지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죽기 전에 가봐야 한다'는 말은 여행의 동기보단 어쩌면 재촉이라는 말이 더 가깝겠다.
언제 부터였을까,
살아가면서 나에게 주는 달콤한 휴식이자 선물이어야 할 '여행'이 하지 않으면 안 될 '의무'로 전락되어버린 것 같아, 내심 아쉬움이 생긴다.
최근 집 근처 서점을 가면 여행 관련 서적들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을 볼 수 있다.
SNS에서 우연히 보았던 세계 일주를 한 사람이 쓴 책, 여행부분 베스트셀러, 여행 안내서 등
그중에서도 개인의 여행기를 담은 책들이 주를 이루었고, 심지어 그 서적들을 책장에 다 담아내지 못해 바닥 선반에 책을 진열할 정도로 종류가 다양했다.
책을 평소에 자주 읽는 편이 아니지만, 서점에서 눈과 마음이 즐겁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고르는 소비자의 입장 즉,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많은 책들을 다 사서 읽어 볼 수도 없으니, 어떤 책을 선택하냐에 있어서 시간적인 소비가 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수 많은 책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을 쓴 여행가들의 의도는 무엇일까?"
"자신의 여행이 이렇게 재미있고, 행복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그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당장이라도 여행을 떠나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그것도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해서였을까? 돈 보다는 책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던 걸까?"
사실 책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은 든 것은 아니었다.
다만 독자들은 그들이 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여행을 느끼고, 여행의 동기를 가지게 될 것인데, 그런 독자들에게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어야 할 서적들이 마치 어릴 적 문방구에 팔던 그림책처럼 따라 그리는 식의 여행을 말하고 있는 듯했다.
물론 책을 쓴 저자는 여행에 대한 자신의 모든 경험과 노하우들을 책 한 권에 담아내려 했을 것이고, 수 많은 저자들 또한 같은 마음으로 책을 펴냈을 것이다.
그 책들을 보며 여행을 꿈꾸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당장 짐을 싸고 여행을 떠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며 좋은 책을 보고, 느끼는 것은 독자의 역할이겠지만 말이다.
2016년
우리에게 '여행'이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인생에 일이 전부가 될 수 없다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을 위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새로운 인생의 방향을 찾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아무런 목적 없이 지금이 아니면 못할 거라며 우선 떠나고 보는 사람들, 주어진 휴가를 쓰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등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비행기에 몸을 싣고 '여행' 떠나고 있다.
'여행'에 있어서 정답은 없다.
같은 하나의 그림을 100명에서 따라 그려도 똑같은 그림이 그릴 수 없듯이, 여행 또한 마찬가지다.
꼭 가야만 하는 곳을 가는 것 보다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서 쉬어가는 자기만의 '여행'이 되길
그리고 카메라 속으로 세상을 담지 말고, 더 좋은 카메라인 내 두 눈에 담아갈 가기를..
- 카르틴 지타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