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교실 수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나에게도 월요병이라는 게 생겼다. 출근을 하루 앞둔 일요일부터 괜시리 마음이 답답하다. 월요일에 만나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1-2학년으로, 한 교실에 20여 명이다. 이 나이대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친다.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면 친구들과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집중의 박수'로 겨우 진정을 시켜놓으면 다시 관심을 끌려고 시도한다. 갑자기 일어나 우스운 포즈를 취하거나 다짜고짜 앞으로 튀어나온다.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과 돌봄 선생님, 특별강사가 어떻게 다른지 다 알고있다. 나는 돌봄교실 특별강사인데, 세 명의 선생님 중에 가장 편하게(만만하게)여겨진다. 잠깐 왔다 가는 사람이고, 자기들이 잘못해도 크게 화내는 일이 없으니까 아무래도 그럴수밖에. 나에게는 다른 선생님들에게 못할 말들을 대놓고 한다. '선생님 왜 왔어요? 저는 음악이 제일 싫어요'하고 세모나게 말할 때는 아무리 장난이라도 기분이 나쁘다. 꾸며낸 말이라도 '선생님 오늘 너무 재밌었어요' 얘기를 듣고 싶다.(사실 이 아이들은 듣기 좋으라고 지어낸 말은 하지 않는다. 그 부분이 참 사랑스럽긴 하다.) 준비를 잘해가더라도 누군가 한 명이 집중을 흐트리면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50분 내내 긴장의 끈을 잡고 있어야 한다. 수업하기 10분 전까지도 '오늘 그냥 아파서 못간다고 할까?'하는 충동이 불쑥 튀어나온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펑크를 낸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할 수 없이 등교한 어린이처럼 터덜터덜 걸어가 교실문을 연다. 문을 열자마자 여학생들이 내 주위를 에워싼다. '선생님 보고싶었어요.' '선생님 지난주랑 귀걸이가 달라졌어요' '선생님 키가 모델인줄 알았어요'하고 새끼 강아지들 처럼 붙는다. 맑은 눈망울을 보면 그래도 내가 어른인데 오늘도 좀 기운을 내야겠지 싶다. 수업이 시작되면 아무리 기운없는 날도 어떻게 어떻게 흐름을 잡고 간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지 살피고 남은 시간에 따라 그때그때 새로운 놀이를 지어내기도 하는 독무대가 펼쳐진다.
두 타임 연달아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 기운이 쭉 빠져 학습 준비물 자료실에 앉아 5분 정도 쉰다. 이렇게 힘들어하면서 왜 이 일을 할까 생각하는 날도 있다. 기본적으로 텐션이 높은 성향의 사람이라면 좀 더 수월하려나. 돌봄교실에 가는 날에는 에너지를 풀로 충전해가야 아이들에게 밀리지 않고 정신을 붙잡을 수 있다.
어쨌든 정기적인 수입이 있어서 작업실 월세도 내고 커피도 사먹는 거니까. 도망갈 궁리보다 출근을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일하기 싫다고 미적거리다가 늦게 도착하면 헐떡이느라 정신이 흐트러진 채로 시작하게 되서 스탭이 꼬인다. 어제는 2시간 전에 근처 카페에서 글을 쓰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20분 전에는 준비실에 도착해서 준비물을 챙기며 그날 수업을 머리 속으로 구상했다. 수업 전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기분이 나긋나긋해지니까 툭 튀어나왔던 입도 조금 들어가고 학교로 가는 길이 덜 싫어졌다.
사람이 살다보면 늘 재미있는 일만 하고 살수가 없는데 나는 노는게 제일 좋다는 뽀로로처럼 좋아하는 것만 하고 싶어해서 언제 철이 들건지 참 걱정이다. 처음에 일 구할때는 정말 간절한 마음이었는데 막상 시작하니까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갈대같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잘 아는 덕에 에너지 충전도 쉽게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위안하며. 이번주도 씩씩하게 월요병을 이겨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