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피아노 이야기 (2)
내가 생각하기에,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가장 천재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명은 '아이작 뉴턴'이고 다른 한 명은 '요한 세바스찬 바흐'이다.
오늘 Chat GPT에게 질문을 걸었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MBTI는?"
그러자 Chat GPT는 말했다.
"ISTJ(청렴한 관리자)입니다." 그의 체계적인 작곡스타일을 비롯 일평생 종교적 헌신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뒤에 "다른 후보 유형으로 INTJ(용의주도한 전략가)가 있습니다. 창의적이고 구조적 음악세계를 만든 점이요."
나는 반문했다.
"ISTJ는 아닌 것 같다. 당시는 종교의 헌신의 당연시되던 시대이므로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바흐의 음악을 연주해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체계적이고 수학적인 그의 건반음악은 마치 구조물을 쌓아 올리는 기분이 든다. 체계적인 음악 세계를 보면 ISTJ보다 INTJ가 더 맞다"라고 하였다.
Chat GPT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맞습니다. INTJ 같은 경우 MBTI 중 가장 체계적이고 논리적입니다. 바흐 음악이 이성적이고 수학적인 것을 봤을 때 INTJ라는 것은 상당히 일리가 있네요. "
내가 인류 최고의 천재라 생각하는 바흐의 최고의 역작이 있다.
바흐가 건반음악사에 차지하는 위치는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의 역작이며 피아노의 구약성서라고 불리는 바흐 평균율뿐 아니라 완벽한 수학적 & 역학적 구조로 만들어진 '골드베르크 변주곡'도 연주자들의 이상향으로 꼽힌다.
골든베르크를 알게 된 것은 내가 20대에 활동했던 음악동호회의 동생 때문이었다. 그 친구는 살아생전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Aria(아리아)만이라도 제대로 쳐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였다. 이 동생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 전공자 보다 일반인, 특히 공대생? 또는 남자들이 이곡을 훨씬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작곡 의도가 숙면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골드베르크라는 귀족이 불면증에 시달렸기에 바흐에게 잠이 잘 오는 부드러운 음악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에 따라 작곡되었다는 추측이 있다. 그래서 곡 제목도 '골드베르크'로 정착이 되어버렸다. 베토벤의 '발트슈타인'처럼 의뢰자의 이름을 따서 정착이 된 곡이다.
어제 자기 전에 이곡을 켜 두었다. 얼마나 잠이 잘 오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아마도 12번째 변주가 기억에 없는 것을 보면 시작되기 전에 잠들었을 것 같다.
골드베르크의 엄청난 체계성은 다음과 같다.
1. 수학적 균형
1곡 (아리아) - 30개의 변주곡 - 아리아 다 카포(첫 아리아 반복)
1+30+1=32 대칭이 정확하다. 그리고 32라는 숫자는 2의 5승이다.
2. 각 세트의 마지막 변주는 반드시 캐논을 넣음. (스타크래프트 캐논 아님.)
캐논이란 간단히 돌림노래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냥 뒤에서 시작하는 돌림이 아니라 역으로 거꾸로 대칭으로 하나의 맬로디를 이리저리 꼬아놔도 하나의 곡이 되는 정말로 신통한 기법이다.
바흐는 변주 3,4,9,12,15,18,21,24,27 (3의 배수)를 캐논으로 변주를 만들어 넣었다. 여기까지 들으면 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지만 더 대단한 것은.
3번 캐논(정 1도 간격으로 캐논변형), 6번(2도), 9번(3도)..... 24번(8도 캐논-옥타브), 27번 (9도 캐논)
처음 멜로디 라인이 나오면 다른 맬로디가 한 마디 뒤에 시작하는데 2도 캐논의 예를 들면 2도 위에서, 즉 '솔'에서 시작한 다면 다음 2번째 멜로디 라인은 '라'에서 시작하는 돌림 노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9도 캐논의 경우 '솔'에서 시작하면 두 번째 멜로디는 9도 위의 옥타브 '라'에서 시작된다.
(1) 3번 캐논 : 1도 캐논(같은 음). '시'로 첫 번째 멜로디가 시작되고 두 번째 멜로디도 '시'로 시작되는 돌림노래다.
(2) 6번 캐논 '솔'에서 시작하고 다음 멜로디가 '라'에서 시작한다.
(3) 9번 캐논 첫 번째 멜로디는 '시'에서 시작하고 다음 멜로디는 2도 아래인 '솔'에서 시작한다.
음정을 하나씩 상승시켜 변주했다. 혹자는 시간을 지연했으므로 수평, 음정을 올려서 수직 방향에 대한 정확한 배열을 썼다고 극찬한다.
3. 모든 변주는 처음 연주한 Aria의 베이스 음과 화성을 공유한다고 했는데 이것은 일반 변주곡, 그러니 모차르트 작은 별 변주곡을 보면 맬로디를 변형하는데 비해. 바흐는 화성(간단하게 코드)을 중심으로 변주를 시켰다는 곡이다. 실제로 골드베르크를 들으면 이 곡이 변주곡인가? 의문이 들 정도이긴 하다. 선율을 배제하고 화성을 공유한다는 쌈박한 방법을 18세기에 쓰다니!
4. 그렇다고 바흐가 로봇처럼 무감정인 것이 아니다. 마지막 변주에서는 서정성을 극치로 담았다.
이 엄청난 대곡을 거의 연주하지 않다가 20세기 중반이 되면서 연주가 시작되었다. 세계 최초로 글랜 굴드가 피아노로 전곡 변주 연주로 음반을 출판했다. 골드베르크는 원래 피아노의 전신인 2단 건반 클라비코드 용으로 되었기 때문에 단 건반으로 만들어진 피아노로 연주하기에는 피지컬적 문제가 많다. 그래서 현대의 피아노로 연주하면 오른손 왼손이 위치가 완전히 꼬여 빨리 연주하게 되면 손가락 휘어질 정도 고통이 수반된다. 그래서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1955년 글렌 굴드가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처음으로 연주 음반을 출판했다.
https://youtu.be/aEkXet4WX_c?si=iGdBuUgYo1TsYY-t
그 이후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전곡 연주에 도전했고 많은 명반이 쏟아졌다. 글랜 굴드 조차 1981년에 다시 녹음했고 첫 번째 음반과 두 번째 녹음의 음반을 같이 합본해서 만든 음반이 클래식 건반 음반 중 최고의 명반 중 하나로 꼽는다. 개인적으로 2번째 녹음한 1981년 음반이 더 바흐의 본질에 가깝게 느껴진다. 튕기는 듯한 명료한 터치가 정말 끝내준다.
어젯밤에 잠들 때 들었던 음반이다.
한국에는 임동혁이 24세의 나이에 골드베르크 전 곡을 녹음했다. 개인적으로 임동혁 연주는 상당히 세련되게 느껴진다. 21세기의 감성으로 듣는 바흐의 연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