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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치유해 준 음악들......

오래간만에 힐링!

by 랜치 누틴

한 달 동안 음악 이야기를 쓰지 못했다.

브런치를 비롯해 다른 플랫폼에도 웹 소설을 연재하고 있어서 글쓰기를 놓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소설처럼 '남' 이야기를 쓰는 것은 편하지만 '나'의 이야기를 하는 에세이류의 글들은 왜 이리 쓰기 힘든지 모르겠다.

그동안 몸이 아파서 글 쓰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술한 지 한 달이 되고 나니 이제 슬슬 팔도 움직일만하고 이런저런 마음도 좀씩 치유되는 것 같아 이제 나의 에세이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래 감성에 호소하는 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은 말이지... 가끔은 눌러 담았던 내 감정을 표현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음악이 나의 그런 마음을 대신해 준다. 그래서 이번에 준비한 내용은 나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었던 곡들이다. 일명 '힐링' 음악이라고나 할까. healing의 뜻에 걸맞게 나를 치유해 준 음악들이다.


1. Bill Douglas - Elegy

90년대 초 중반 KBS FM (오전 1시)에 '전영혁의 음악 세계'라는 방송이 있었다. 그 방송을 통해 처음 들었던 음악이다. 방송에서 항상 첫 곡으로 틀어 주었던 것 같은데 심야에 들으면 그렇게 나의 마음을 건드리곤 했다.

첼로의 나직한 연주를 들으면 백조가 떠다니는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했다. 아마 생상의 백조의 노래와 비슷한 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빌 더글라스(1944년 생)는 캐나다 출신 바순과 피아노 연주자로 요한 세바스찬 바흐, 빌 에반스, 키스 자렛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2. DAN Fogelberg & TIM Weisberg - Paris Nocturne

<Twin Sons of Different Mothers,1978> 다른 어머니에게 태어난 쌍둥이라는 재미있는 제목을 달고 있는 듀요 음반으로 'Longer'로 유명한 미국의 포크가수 댄 포겔버그(1951~2004)와 플루트 연주자인 팀 와일즈버그가 함께 만들었다.

이 음반은 정말, 정말 숨겨진 명반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 포크음악이라고 하면 기타 하나 들고 그저 뚱땅 거리며 긴 가사를 읊조리는 음악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고1 때 이 음반을 들고 나의 모든 선입견이 바뀌었다. 포크음악이 이렇게 많은 감정을 담고 있구나. 이렇게 서정적이고 화려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반의 모든 곳이 좋고 음반으로 들어야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지만 그래도 딱 한 곡을 뽑았다. 바로 'Paris Nocturne'라는 곡이다. 피아노와 플루트의 아름답고 슬픈 선율의 연주곡이다.

지나간 추억들이 스쳐 지난다.


3. Neil Zaza -Definition

출처 : 유튜브 Neil Zaza 채널

닐 자자(1964)의 4집은 정말 명반이라고 생각한다. 이 앨범의 곡들은 하나도 버릴 곡이 없는데 특히 프린스의 커버곡 'Purple Rain'과 'Fargo'가 인기를 얻었다. 그의 따뜻한 기타 톤과 서정적인 맬로디가 유난히 한국 정서와 맞아떨어져 국내 많은 방송에서 닐 자자의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쓰기도 했다. 특히 2010년대 어린이 최고 인기 만화였던 '또봇' OST에 삽입되어서 요즘 Z 세대에게는 '또봇' 배경음악으로 더 알려진 것 같다. Definition의 유튜브 댓글창에 들어가면 또봇에 관한 글로 가득하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어린이 만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또봇'인데 그중 역작인 '엄마의 자장가' 시리즈에도

Definition이 나왔다.

또봇 '엄마의 자장가' 마지막 편 "오글거리긴 하지만 우린 형제야."라는 말을 하며 또봇 X, Y, Z, W 가 손을 잡았을 때 배경으로 깔렸다.

"그래. 이 음악을 들으면 나도 행복해진다. "


4. Art Gargunkel(1941)-Traveling Boy

사이먼 앤 가펑클의 아트 가펑클의 개인 싱글 곡이다.

사이먼 앤 가펑클에서 작곡은 폴 사이먼이 맡았고 대부분의 가사는 아트 가펑클이 썼다고 한다. 그래서 나무위키의 아트 가펑클 소개에 밥 딜런처럼 '미국의 시인'이라고 소개되기도 한다.

인생은 혼자 배를 타고 건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쓸쓸한 마음이 드는 노래이다.


혼자 '인생'이라는 배를 타고 건너며 많은 경험을 하고 쓸쓸히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한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녕'이라고 말을 할 틈도 없이 스쳐 지나가 버린다.'라는 가사로 마음 아프지만 한줄기 희망도 들어있다.

출처. 유튜브 - 아트가펑클-주제

얼마나 낭만적인 곡인가. 아직 뭐든 부족하지만 성숙해 가는 소년의 인생이다.

제목을 Traveling Man이라고 하지 않고 Traveling Boy라고 한 것은 정말 신의 한수이다.



6. Brahms: 6 Piano Pieces, Op. 118: No. 2, Intermezzo in A Major

브람스의 말년에 작곡한 곡으로 자신이 평생을 존경하고 짝사랑한 클라라 슈만을 위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메조'라는 것은 간주곡이라는 뜻으로 큰 곡과 큰 곡 사이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같은 곡을 일컫는다.

사랑의 징검다리, 그것도 아니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이어 달라는 간절한 마음의 연결고리를 말하는 것일까.

브람스의 인터메조를 참 잘 표현한 사람은 Radu Lupu(라두 루푸, 1945)가 아닐까 싶다.

루마니아 출신의 피아니스트로 2022년 사망하였다. 한국에서도 공연을 했다고 하는데 그때는 라두 루푸를 잘 몰랐기에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 음반은 1978년 Decca 녹음이고 발표는 1987년에 되었다고 나와있었는데 아무래도 동구권 피아니스트다 보니 서구화가 되었던 80년대 후반에 뒤늦게 발표되지 않았나 싶다. 오래된 음반이고 리마스터링도 되지 않다 보니 음질이 조금 안 좋은 것이 흠이다.

작년에 이곡 레슨을 받았었는데... 내가 낭만곡을 많이 안 다루었기도 하여 치기가 좀 힘들었다. 손가락도 작은 데다가 큰 화음을 레가토로 이어 치는 것이 많았다. 오늘 이곡을 다시 들으니 제대로 연주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한 달간 피아노를 건드려 보지도 않았네......


요즘은 힐링이라는 용어가 너무 많이 쓰여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오늘 밤만은 나만의 힐링을 질리도록 외치고 싶다.

그래서 음악이 좋다. 슬프다. 아프다를 말로 표현한 필요 없이 음악만 올리면 해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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