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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별을 따 준 남자

소행성 17473 그리고 브라이언 메이

by 랜치 누틴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연인이 서로 손을 잡고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고 있다.

"저 별은 경아의 별. 오빠가 따 줄까?"

"싫어. 싫어. 나는 저 옆의 더 큰 별을 따 줘."


60년대 <별들의 고향> 영화에나 나올만한 대사이다.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딸 것도 아닌, 딸 수도 없는 별을 따오겠다고 굳이 우긴다. 하지만 여자는 알고 있다. 당연히 별을 딸 수 없다는 사실을... 그저 그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런데 공상영화도 아니고 그 엄청난 일을! 실제로 친구에게 별을 선물한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영국 그룹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다.

2016년 브라이언 메이는 1991년 발견된 화성과 목성사이에 자리 잡은 소행성 '17473'을 '소행성 17473 프레디머큐리'로 개명해 달라고 '국제천문연맹-소행성 센터"에 정식 요청하였다. 1991년은 프레디 머큐리가 사망한 해이며, 그가 이름 변경을 요청한 2016년은 그의 사망 25주년이 되는 해이다.

브라이언 메이는 2016년 9월 5일은 프레디 머큐리가 살아있다면 70세를 맞는 생일이며, 그의 생일을 기념하여 소행성을 선물한다고 밝혔다.


17473 Freddiemercury (provisional designation 1991 FM3) is a stony Massalian asteroid from the inner regions asteroid belt, approximately 3.4 kilometers in diameter. The asteroid was discovered on 21 March 1991, by Belgian astronomer Henri Debehogne at ESO's La Silla Observatory in northern Chile, and later named in memory of Freddie Mercury. <Wikipedia>


사실 브라이언 메이가 퀸 결성 이전에 천체 물리학자(천재(x)) 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런던 임페리얼대학 박사과정 중에 결성된 밴드 활동으로 당시 논문을 쓰지 미처 다 쓰지 못하고, 프레디 머큐리 사망 후 팀이 해체 수순으로 활동이 뜸해질 때 즈음 다시 공부를 시작하여 30년 만에 박사학위 논문을 발표했다.

음악 활동만큼 학자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데 '리버풀의 존 무어스 대학교'의 총장을 역임했고 2015년 7월부터는 뉴 호라이즌스 프로젝트의 객원 과학자로 참여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출처. 나무위키)

기타리스트로써, 보컬리스트의 음악활동과 학자로서의 경력 모두 뒤지지 않는 브라이언 메이의 모습을 보니 마치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천재 내지는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 같은 천재 학자를 떠올리게 한다.


브라이언 메이는 퀸 밴드 재직 시기에도 프레디 머큐리 사망 후에도 다른 멤버들에 비해 가장 활발한 음악 활동을 했다. 브라이언이 10대 시절 아버지와 만들었던 기타 '레드스페셜'은 수제작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기성 기타에 비해 독특한 음색을 자랑한다. 그 어떤 기타리스트도 브라이언의 음색을 따라 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의 융단 같은 기타 톤은 퀸 음악의 색깔을 만들었다 자부한다. 그리고 그들 음악이 너무 팝적으로 혹은 너무 대중적이지 않게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생각한다.

브라이언 메이는 80년대 초반, 멤버들이 뿔뿔이 개인활동을 하고 있을 때에도 당대 최고의 기타리스트였던 후배 에디 반 헬렌과 프로젝트 밴드를 결성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프레디 머큐리 사후에는 자신의 솔로 음반은 물론 세계 3대 테너로 불리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및 다른 유명 뮤지션들과 와 함께 <파바로티와 친구들>이라는 음반을 제작하여 공연을 하였다. 또한 1992년에는 스페인에서 빅 기타 콘서트를 개최하여 조 세트리아니, 스티브 바이, 조 월쉬 등 당대 최고의 기타리스트와 같이 연주하기도 하였다.

그룹 'QUEEN'이 너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은 바람에 브라이언 메이의 실력이 저평가된 점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넓혀 나갔다.


아래는 스페인에서 개최한 빅 기타 콘서트이다. 퀸의 Tie Your Mother Down을 다 같이 연주했다.

Queen의 Tie Your Mother Down - Brian May(Vo, G), Joe Satriani, Steve Vai. Cozy Powell(D)

출처 : Youtube-Sr. Presley 77 채널


또한 2000년대 초반에는 뮤지컬 "We Will Rock Your"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한국에서는 2007년 런던 오리지널 팀이 내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성남아트홀)

(여담이지만 필자는 2007년 여름 런던에서 오리지널을 보고 같은 해 겨울 성남아트홀에서 내한 팀 공연을 모두 보았다. 한국 공연의 무대 장치가 오리지널보다 상당히 떨여졌기 때문에 한국 공연에 대한 기억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We will rock you 뮤지컬 자체가 공상과학적인 요소가 많고 무대 장치도 우주선을 타고 멀리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브라이언 메이가 평소에 얼마나 우주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

1975년 발표한 퀸의 4집 <A Night At The Opera>에 수록된 '39란 곡에서도 브라이언 메이의 우주에 대한 관심이 녹아있다. 퀸의 음반을 보면 보컬 프레디 머큐리 외에 멤버들은 자신의 작곡한 노래에 직접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흔한데 이 곡은 브라이언 메이가 보컬을 맡았다.


Don't you hear my call though you're many years away?

아주 오랜 시간 지나간 후(수천 광년 지난 곳에서)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Don't you hear me calling you?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39 가사 中

퀸 공식 유튜브 '39


라이브 버전은 프레디 머큐리가 직접 불렀다. 개인적으로는 프레디 머큐리가 부른 '39가 훨씬 마음에 든다.

출처 : Youtube -FMERQRY 채널 - Live At Earls Court 1977

<Live Killers> 음반에 '39 실황 연주는 정말 좋다.



몇 년 전 <배철수의 음악캠프> 라디오에 문자 사연을 보낸 적 있다.

"아저씨는 다시 태어난다면 만수르, 빌 게이츠, 브라이언 메이' 중 누구로 태어나고 싶으신가요?"


방송 시작하며 첫곡을 들려준 배철수 아저씨는 말했다.

"정말 저돌적인 질문을 하신 애청자입니다. 만수르, 빌 게이츠, 브라이언 메이 모두 돈을 많이 번 사람 이야기 하는 것인가요? 저는 당연 브라이언 메이죠. 그런데 돈을 많이 벌었다면 폴 메카트니로 하시지 왜 브라이언 메이인가요? 그래도 저는 당연 브라이언 메이죠. "


솔직히 개인적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브라이언 메이'다. Queen이라는 밴드는 음악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어마어마한 성공을 했다. 브라이언 메이 개인조차 위대한 기타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실제 브라이언 메이는 <롤링스톤즈> 선정한 100대 기타리스트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TENS 선정에는 10대 기타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은퇴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여 박사학위를 따고 대학 총장의 직위까지 올랐다. 그리고 세상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 자신의 학문적 권위로 친구에게 별을 선물하기도 하였다.

또한 2023년 음악 활동과 환경보호 운동을 통해 영국왕 찰스에게 '기사' 작위를 받았다. (물론 퀸의 기타리스트였기 때문에 이왕이면 엘리자베스 2세에게 작위를 받아야 될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조금 안타깝다.)

2019년에는 영국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음악인 10인에 뽑히기도 했다. 재산이 4천억이었나 그랬던 것 같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유명하게 된 브라이언 메이. 전생에 얼마나 나라를 구해야 이런 뮤지션이 될 수 있을까. 그나마 브라이언 메이보다 낫다고 보는 것이 있다면 내 머리는 반곱슬이고 브라이언 메이는 악성 곱슬이라는 것이다. 브라이언 메이는 데뷔 초 70년대 초반부터 70대 중반이 되는 현재까지 반백년 동안 같은 헤어스타일을 고수했는데 그의 악성 곱슬 때문에 같은 머리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그가 머리카락만은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은 그나마 내게 작은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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