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싫어해도 들어오세요
토니 모리슨의 <재즈>
1993년 흑인 최초 노밸문학상 수상자라는 타이틀 때문에 당시 엄청나게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책과 음악을 좋아하던 나는 당연 책을 샀고, 야심 차게 읽으려고 하였지만 10장을 채 넘기지 못하고 책을 덮었다. 번역의 문제였을까. 아니면 내가 미국의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무지에서 나온 것이었을까. 18살 고등학생에게는 너무나 어려웠던 책이었고 그 이후로 다시는 그 책에 손을 대지 않았다.
누군가가 재즈 음악을 좋아하세요?
라고 묻는다면. "아. 네!" 하면서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솔직히 나는 재즈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정통 재즈(퓨전 포함)가 아니라 재즈풍의 코드 진행을 사용한 감성적이며 달콤한 피아노 음악 정도일 뿐이다.
토니 모리슨의 <재즈>라는 책처럼. 단순히 어렵다기보다 알 수 없는 무게로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이 Jazz음악인 것 같다.
하지만 재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게도 감동적으로 다가온 재즈 음악이 있었으니! 이번 편에 소개할 주제는 '재즈를 싫어해도 들어 볼 만한', '듣기 좋은 JAZZ' 음악을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소개할 음악들이 음악성이 비교적 떨어진다거나 연주가 쉽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1. Chuck Mangione - Feel So Good(1977)
어릴 때 듣던 경음악 테이프에 <산체스의 아이들>이라는 곡이 있었다. 척 맨지오를 알게 된 첫 곡이었다. 서늘한 분위기의 곡을 듣고는 어린 마음에 '산체스에 사는 아이들이 조금은 거친가?'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 참 시간이 지난 후 음악다방에서 일을 하며 Feel So Good을 처음 듣게 되었다. 제목만큼이나 이렇게 따뜻한 음악이 있다니 참으로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Feel So Good'은 광고 및 방송 배경에 수도 없이 나왔던 음악이다.
여담으로 척 맨지오니가 연주한 악기는 트럼펫으로 알고 있었는데 사실 "플루겔혼"이라는 트럼펫과 유사한 악기라고 한다.
<Feel So Good> 음반은 척 맨지오니가 직접 프로듀싱을 했다.
트럼펫(?)을 연주하며 집시 같은 생활을 했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상당히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뮤지션 이었다.
미국의 이스트만 음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대학 강사로까지 활동을 했었다고 한다.
2. Grover Washington Jr.feat.Bill Withers - Just The Two of Us(1980)
테너 색소폰 연주자였던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의 <Winelight>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이 음반 또한 음악다방 필수 코스의 음반이었으며 참 많이 틀었던 것 같다.
Just The Two Us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커버하였는데 윌 스미스가 커버하여 부른 버전이 상당히 인기를 얻어 오리지널 또한 더 유명해졌다.
(오늘 이 음반 제킷을 찍어 올리면서 이 음반이 그래미 어워드에서 2개나 상을 받았는지 처음 알았다.)
재즈음악인으로 불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음악은 너무 대중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3. Bill Evans - Waltz For Debby (1961)
재즈 피아노의 시인 빌 에반스의 최고의 명반 그리고 동명 타이틀인 'Waltz For Debby'.
자식이 없던 그가 그 누구보다 사랑했던 조카를 위해 만든 곡이다.
빌 에반스의 솔로 피아노 앨범에 있는 곡이 훨씬 서정적인데 이번에는 그의 Bnad Trio 연주 링크를 연결해 보았다.
1950년부터 30년 동안의 긴 약물중독으로 죽음을 맞은 그의 일대기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그또한 자신의 죽음을 예견 했던 것인지, 그의 몇몇 음반들이 제킷을 보면 죽음을 형상화하는 듯한 이미지가 등장한다.
빌 에반스 죽음 이후, 그의 친구 피터 페팅거는 빌 에반스의 죽음을 향해 "역사상 가장 긴 자살"이라고 표현했다.
4. Jacques Loussier - Italian Concerto-Allegro(1965)
프랑스의 피아니스트였던 자크 루시에. 요한 세바스찬 바흐를 존경하여 그의 많은 곡들을 재즈로 편곡해서 연주했다. 다른 연주가들과는 결이 조금은 다른 편인데 그렇다고 해서 결코 재즈적인 요소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흑인 정통 재즈 연주가들이 하나의 주제를 듣고 바로 즉흥연주를 하는 방식과는 달리 자크 루시에는 클래식 곡을 수없이 해석 연구하며 연주를 한다고 한다.
자크 루시에의 음악은 재즈의 형태를 갖추기는 했지만 무엇인가 완벽히 계산된 조합처럼 느껴지는데 확실히 정통 JAZZ 음악과는 다르게 들린다.
5. Chet Baker - My Funny Valentine(1950년대 음악들)
챗 베이커에 대해 웹 검색을 하면 그의 음악에 대한 평가보다 평생 방탕했던 인생을 살고 간 설명이 대부분이었다.
미성의 고운 목소리와 몽롱한 연주.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구름 위에 붕붕 떠다니는 느낌이 드는데 약 기운 없이는 제정신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곡들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의 방탕한 과거는 우선 접어 두고, 이 곡은 정말 최고의 재즈 명곡인 것은 확실하다.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Moonlight Becomes You라는 곡이나 Someone To Watch Over Me 등도 상당히 감미롭다. 무조건 밤에 들어야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감겨 더욱 진득한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 오늘 같은 밤에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들으면 그렇게 분위기 있을 수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의 Jazz를 들어보세요.
그런데 왜 나는 쳇 베이커가 요절한 것으로 알고 있었을까. 무려 1929년에 태어나 1988년에 사망한 그의 생을 통틀어 본다면 꽤 오랜 시간 동안 연주 활동을 했었는데 말이다. 비록 감옥에 투옥된 적이 여러 번 있어 음악을 중단한 시기가 꽤 있었지만......
6. Keith Jarrett - Answer Me (Live from Budapest)
처음 키스 자렛의 음악을 검색해서 듣고는 이거 내가 알던 사람이 많나 재 확인을 했었다.
혹시 같은 이름의 다른 연주자가 아닐까 하는.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키스 자렛이 맞았다.
그의 음악은 JAZZ라는 장르로 가두어 둘 수는 없는 탈 장르의 음악이다. 어쨌거나 음악만 좋으면 된 것 아닌가?
키스 자렛은 정통 Jazz는 물론 클래식까지 다양한 장르에 폭넓은 음악을 보여왔다.
'Anser Me'는 JAZZ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색하지만...그냥 재즈 연주자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피아노 곡이라 하면 될 것 같다.
키스 자렛은 사람 감성의 깊고 깊은 곳을 건드는 재주(Jazzu)가 있다.
**우선 퓨전 재즈는 선곡하지 않았습니다.
곡을 선곡해 보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일즈 데이비스 같은 정통 재즈 뮤지션들과는 좀 동떨어진 것 같다.
그래서 난 재즈 애호가가 되긴 애초에 글려 먹었나 보다.
안 그래도 더운 여름. 장마가 지나고 밤까지 열대야가 이어지는 지금, 시원한 음악을 들어도 모자랄 판에 끈적이는 재즈음악이라니. 내 땀이 다시 몸속에 스며들 것 같은 꿉꿉함이다.
지금은 땀 흘리며 듣지만 조만간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된다면 이 보다 더 잘 어울릴 음악이 있을까.
가을에 다시 이 음악들을 꺼내 본다는 마음으로 부족하나마 글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