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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nti Feb 08. 2019

편식 독서

문유석의 <쾌락독서> 

뜨뜻하게 켜진 매트에 등허리를 붙이고 리모콘과 합체된 손이 이 채널, 저 채널로 돌리다가 꽂혀진 책을 꺼내들었다. 처한 상황과 감정에 따라 들어오는 같은 책이라도 들어오는 문장이 매번 달라지는데, <쾌락독서>는 대체적으로 성향이 비슷한 친구를 만나서 이래저래 돌아가는 이야기, 갖가지 주제를 가지고 몇 시간동안 수다를 떨고 난 느낌이다. 술술 읽히는 구어체와 공감되는 맛난 구절도 많았다.


어렵게 설명된 것보다는 그림이나 기호로 쉽게 이론을 풀어낸 것부터 읽고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이나 책을 읽다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부분은 곱씹기 보다는 휙휙 날려버리는 편식 독서도 인정받은 느낌이다. 모든 구절을 소화시키면 좋겠지만 좋아하지도 않은 부위를 억지로 먹을 수는 없으니깐. 



온갖 실용적 목적을 내세우며 ‘엄선한 양서’ 읽기를 강요하는 건 ‘읽기’ 자체에 정나미가 떨어지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자꾸만 책을 신비화하며 공포 마케팅에 몰두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은데, 독서란 원래 즐거운 놀이다. 세상에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책 따위는 없다. 그거 안 읽는다고 큰일나지 않는다. 그거 읽는다고 안 될 게 되지도 않는다.
p.14


읽어봐도 선뜻 의미가 잘 들어오지 않는 책은 잘 읽지 않는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읽어서 이해되지 않는 책도 백 번, 천 번 반복해서 읽다보면 어느 순간 뜻이 스스로 통한다고 믿었다는데, 그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는 만큼 방대한 지식과 정보가 쏟아져나오는 시대다. 꼭 그 책이 아니어도 비슷한 내용을 더 쉽게 설명하는 다른 책들이 얼마든지 있다. 게다가 이해되지 않는 책을 백 번 천 번 읽고 있는 사이에 그 책이 다루고 있는 세상 자체가 달라져버린다.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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