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소 꼰대 부장의 스타트업 도전기 (11)

43세, 영업에 나서다 2

by 호접지몽

"최소 10분 이상은 늦게 나가서 미팅해"


내가 선배들에게 배우고, 후배들에게 알려주었던 못된 협상기술 중 하나이다. 무언가를 받아내야 하는 불리한 위치에 있을수록 조바심이 커진다. 그래서 상대방과 전화연락을 해서 미팅을 요청하고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약속시간에 늦게 갈수록 기다리는 사람은 지치게 되고, 빈틈이 벌어진다. 협상은 결국 심리전, 지친 사람을 상대로 하는 협상은 이미 절반은 이긴 거나 다름 없다.


지구상의 가장 큰 빌런인 푸틴이나 트럼프가 즐겨 쓰는 방법인 만큼 악랄하다. 몸에 익은 이런 수많은 협상 방법들을 가지고 15년 동안 일했으니, 내 성과는 누구보다 훌륭했지만, 상대방인 협력업체들은 마음이나 일이나 힘든 결과들이 많았을 것이다.


요새는 영혼까지 끌어모은 인맥을 활용해서 미팅을 잡는다. 언제 시간 되세요? 저야 언제든 괜찮습니다. 수요일 3시요? 알겠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시에 찾아뵙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는다. 아직 아쉬운 부탁은 시작도 안 했는데 왜 이렇게 몸과 마음이 지치는지 모르겠다. 본게임은 시작도 안 했는데.


우리의 아이디어나 서비스 그리고 세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표는 훌륭하고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 하지만, 높은 성에서 튼튼한 투구와 갑옷을 입고 지휘봉을 들었던 장군이 한순간에 가죽갑옷에 창하나를 들고 성 아래에서 싸우자니 무섭고 두렵다. 지금은 그래도, 돌진해야 한다. 돌파해야 한다. 내가 가고자 했던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