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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Feb 14. 2024

결국 또, 미니멀

미니멀라이프 덕분에 10편이나 글 썼다!!



큰방에 있던 가구의 위치를 바꿨다.


오랫동안 쓰고 있는

낮은 서랍장 2개 중 하나를 밖으로 꺼냈고,

가구의 위치를 창가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이번에 휴대폰을 바꾸며 받은

10만 원 삼성몰 상품권과

남편의 용돈 5만 원으로

구매한 15만 원에 할인판매 중이던

스피커를 서랍장 위에 뒀다.



어쩔 땐 내가 참 궁상맞나 싶기도 했다.


이거 좋다더라. 이건 어때. 이런 옷은 어때

라며 나에게 제품추천을 하던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별 이야기도 아닌데 

내가 지금 누추한가 싶어 속상했던 시간들.


하지만 내가 걸치고 있는 패딩은

아직 2년밖에 되지 않은 것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식기세척기는 필요가 없으며,

나에게 지금 로봇청소기가 필요하지도 않은데


왜 자꾸 나에게 강요들을 하지 싶어

혼자 늘 속으로 그들에게 역정을 내고 있었다.





난 어디 가서


너 이거 버려봐

이렇게 살아봐

라고 훈수둔적도 없고,


나 이거 사고 싶어.

식기세척기 좋아?

하며 물어본 적도 없는데


권유를 넘어선 강요와 같은

사람들의 말에 상처를 받았던 시간들.



그리고 그럴수록

내가 사고 싶은 것마저

눈감고 귀 막고 보지 않은 채

고립되어 가던 나.



물론 그 덕에 통장에는 돈이 쌓였다.


사실 대단한 월급을 버는 것도 아닌데

20대 사회초년생시절보다

조금은 더 넉넉한 마음으로 삶을 살아나갈수 있게 되기도 했다.



어떤 말을 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싶고


어떤 소릴 들어도

내가 맞다는 생각으로 살아나가고 싶은데


결국 나약한 인간인지라

쉽게 흔들리고

쉽게 상처받았다.



내가 할 수 있는게 딱히 없으니

그럴 때마다 그냥 비웠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은 하나씩 비우고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들은 하나씩 비웠다.


그리고 버리고 싶지 않은 것들은

요리조리 배치를 새롭게 하며

어떻게든 기분전환을 했다.



이번주 역시

그래서 많은 책들을 비웠고

다섯켤레정도의 신발들을 비웠으며


조금 비워진 집에

나의 소박한 꿈들을 채워 넣었다.



서재방에서 숨겨져 있던 책장에서

30권 정도의 책들을 덜어내고

거실에 꺼냈다.


그리고

그 자리를 꽃들을 채우고 싶어

꽃시장에 들렀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에서

여유를 즐기는 미니멀라이프를 너무도 하고 싶지만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내려놓지 못한다.



꽃시장에서 사온 화분들을

한참동안 채워 넣고 나니

신기하게도 삶의 무게가 가벼워진 것 같다.



남들이 뭐라 해도

늘 나답게 살아왔듯이


지금도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한다며

하고 싶은 것들은 다 하고 사는 나.


오히려 그래서 난 내가 좋다.



집에 빈 공간들을 한참 바라봤다.


이 정도 비워져 있으면,

꽃정도는 사도 되지 않을까.



아무도 뭐라 하지 않지만 찔려서

괜히 혼자 양심의 가책을 덜어내고 있는 중일까.


뭔지 잘 모르겠지만

어떤 이유든 결국 난 늘 비워왔고,

새로운 것들을 그 자리에 채우며 살아왔다.


결과는 늘 성공이다.



책 한 권 읽는다고 삶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그냥 책 읽는 게 좋아서 늘 읽는다.



산책 좀 한다고 건강해지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늘 걸으려 한다.


내가 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그냥 하는 것들이다.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

미니멀라이프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삶에 우연히 들어온 미니멀한 삶은

이제 늘 나와 함께하는 삶의 태도가 되었다.



미니멀 덕분에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아이도 낳았으며,


미니멀 덕분에

차곡차곡 쌓인 돈이

블루투스 스피커라는 것을 사게 해 주었고,


꽃으로 집을 인테리어 해보고 싶었던

소박한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정말 작은 집에서

어떠한 가구가 없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삶은 아니어도


언젠가 그런 삶마저 받아들일 수 있는

내가 되어 있을 수도 있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 살아나갈 내 삶에

또 어떤 마케팅들이, 어떤 유혹들이

물건을 사라고 사라고 꼬실지 모르겠지만



미래의 나도

아마 지금의 나처럼

정말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미니멀 예찬론자치고는

거대한 가구들이 가득 찬 집을

매일같이 소개하며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글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미니멀라이프의 길을 함께 걷고 있을 많은 사람들이 나의 마음과 비슷할 거라 생각했고


나름의 응원들 덕분에 10편의 글을 연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연재글은 내가 글을 써온 동안 처음으로 완결을 내본 글이 되었다.



이 주제로 글은 정말 쓰기 싫었는데

결국 미니멀라이프 덕분에 처음으로 연재글의 완주를 하게 되었다. 참 신기해!!


앞으로도 미니멀라이프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자주 글 올릴 테니 많이 봐주세요!


그동안 초보주부의 미니멀라이프글을 읽어주신 분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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