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던 밤, 몰래 찾아온 선물

나를 위로하던 그날 밤의 기억 |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못하겠어요. 힘들어요.

언젠가부터 하루에 수십번- 이 말을 삼키게 된다.

누구와 부딪힌 것도, 큰일을 겪은 것도 아닌데 괜히 힘이 빠지는 날.

드라마 속 주인공이

힘겹게 내뱉던 그 말이

내 하루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냥 지쳤어요. 모든 관계가 다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이 짧은 대사는, 내 마음을 헤집다못해 후벼판다.

가끔은 사람 만나는 것도, 소셜미디어에 댓글 하나 다는 것도 벅찰 때가 있다.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일, 오늘도 애써 기분 좋은 척하는 일,

심지어는 가까운 가족과의 대화조차 어딘지 모르게 ‘일’처럼 느껴진다.

상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서운해하지 않게 배려하고,

눈치 보며 맞추다 보면,

숨 쉬는 일마저 피곤해진다.

그렇게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안고

집에 돌아오면, 정적만이 나를 맞이한다.

누구 하나 따뜻하게 챙겨주는 이 없는 방.

어쩌면 이런 마음이 결핍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그 공허함을 견디기 힘들었다.
텅 빈 방 안, 아무도 없는 밤.
오늘 하루도 별 일 없이 끝났다는 게
왠지 내 삶이 더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밤이 반복되면서
내 마음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 고요한 시간,
드라마 한 편을 틀어놓고
가만히 화면을 바라보다 보면

주인공들도 나처럼
가끔은 아무도, 아무 일도 없이
그 밤을 견뎌내더라는 걸 알게 된다.

내가 외로움을 느끼는 만큼
누군가도 비슷한 밤을 지나고,
그들도 그 시간 끝에
조금씩 다시 자신을 추스르며
다음 날을 준비한다는 걸
드라마를 통해서 배운 셈이다.

어쩌면 우리가 매일 드라마에 빠져드는 이유는-

우리 대신 울고, 웃고,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그들에게서

‘나도 살아낼 수 있다’는 용기를
몰래 빌려오기 때문일지 모른다.

드라마 한 편이 끝나면,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그래도 내일은
조금 더 견뎌볼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남는 건,
또 하루 살아내는 나 자신”이라는 걸 알기에-
이 작은 생존의 기록이
또 하나의 드라마가 된다.

TO. 오늘을 살아낸 우리에게

없는 것투성이 하루 끝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밤이 찾아오면
괜히 더 외롭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곤 하죠.

하지만 조금씩 깨닫게 됩니다.
그 고요한 밤이야말로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걸요.

크게 달라진 건 없어도
오늘을 견뎌낸 나,
소소한 성취를 쌓아가고 있는 나,
스스로를 한 번 더 다정하게 바라보는 그 순간.

오늘 당신에게도,
이 조용한 밤이 작은 선물이 되길 바라며-

질문을 남깁니다.

Q. 오늘의 고요한 이 밤이

당신에게는 어떤 선물이 되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