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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May 23. 2019

프로젝트는 원래 잔걸음으로 가는 거다

그래서 린, 에자일 그러나 봐

벌써 카운터파트와도 n개월째 합을 맞춰왔으니 이제 신뢰라는 것도 생기고 거래비용이 줄어들어서 한 미팅에서 할 수 있는 결정사항도 훨씬 더 많아질 줄 알았다. 그럼 좋겠지만 안 그럴 때도 많다. 카운터파트는 영업팀이고 나는 말하자면 서비스팀. 내가 담당하는 서비스는 B2B 서비스니까 현장의 니즈를 서비스에 잘 녹이려면 우선 카운터파트와 잘 이야기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어떻게 구조를 짜는 게 효율적 일지, 그게 진짜로 현장의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지 매 회의 때마다 최선을 다해 짜 본다. 그러려면 회의 중에도 질문이 수만 가지 떠오르는데 에이 설마 내가 요구사항을 들어주기 싫어서. 진짜 니즈를 잘 파악해서 성과를 잘 내기 위함.... 그러나 불쑥불쑥 '네가 현장을 잘 몰라서 그래' 태도가 나온다.

이미 합의된 맥락에 대해서도 (이해를 못해서 일 진척이 안된다고 느끼는지) 다시 얘기한다든지

이런 거 할 때는 a가 맞습니다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한다든지(아니 그러면 a 아닌 얘기를 할 수가 없잖아? 그럼 혁신은 어디에서 오지?)

a 얘기하는데 그와 상관없는 b~z까지 성토하듯 주르륵 얘기하고는 "그럼 저는 도대체 뭐 어쩌라고요" 한다든지...

이런 상황은 겨우 좀 나아졌다고 긴장은 늦출 때 다시 벌어진다. '하, 이쯤이면 좀 알아줄 때도 되지 않아?' 그러니까 애초에 내가 잘못 생각한 거다. 상황이 나아지는 경우는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다. 처한 상황도 다르고 집중하는 문제도 다르고. 그도 그럴만한 것이 서로 전문분야가 다르잖아....

Photo by Tian Bai on Unsplash

그냥 한 번에 다섯 걸음 가기를 포기하고 매번 잰걸음으로 어제보다 조금씩 나아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회의 구성원 한 명만 더 추가돼도 그 회의의 흐름이 확 바뀌는데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현장은,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목표까지도 매번 조금씩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나. 조금 답답하더라도 설명하고 목표를 공유하고 모자르면 또 공유하고 그다음으로 한걸음 내딛여야지. 나도 성격이 급해서 잘 안 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무릇 Project Managing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서비스적) 맥락을 납득이 가게끔 설명하고, 제약 상황을 공유해가면서 같이 최선의 방안을 짜 나가야 할 것 아닌가. 그래야 최선의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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