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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Dec 24. 2019

프로젝트를 출시하며 되돌아보는 개인의 성장

2019년 바야흐로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한 해를 통으로 써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몇 단계 성장한 기분이 들어 점검해보기로 한다. 

Photo by Stanislav Kondratiev on Unsplash

내 프로젝트는 반응형 웹이었는데 너무 어려웠다. PC에서의 최선이 모바일에서의 최선이 아니고 vice versa. 운영 툴은 또 사용자용 툴과 그때그때 사용성이 미세하게 달라서 짬이 찬대도 세상엔 새로운 케이스가 너무 많고. 새로운 케이스를 치고 치고 또 치다 보면 올라운더가 되는 걸까 하는 기분이 들었다. 올해는 회고도 하고 마무리다운 마무리를 하는구먼. 이것만으로도 한 해의 목표는 이루었다.

대표가 어느 날 잘하는 PM이란 일을 break down 해서 하루에 소화 가능한 수준으로 자르고 잘 치는 사람이라고 했다.

돌이켜보면 위 글에서의 G3 정도를 요구받았던 것 같다. 

Hard Skill은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하며 Cross Fuction에 대한 Soft Skill이 본격적으로 요구된다. 조직적으로는 다른 Product Manager의 학습과 성장에 대해 의식할 필요가 있다.


역할이 그래서였을까. 요즘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욕심보다도 어떻게 사람들을 움직이게 할지 Soft Skill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이 든다. 더 공부하게 된다면 이전에는 맘에 없던 MBA도 진지하게 고려할 정도. 잘 수행했는지는 연봉협상 즈음에 알 수 있겠죠.
아래는 올해 내가 구사한 주로 Soft Skill과 관련된 전략들


안건 생성

주니어 때와 다른 점은 진행이 안될 때, 또는 프로젝트가 백지상태일 때 일단 잡고 논의를 이끌어서 의사결정을 결국 내린다인 듯. 미리 각 의사결정자들의 의견은 수집하지만 소결론은 일단 내가 내리고 미팅을 소집한다.


장표 작성

메일 하나를 쓰더라도 받는 사람 입장에서 '이게 무슨 말이죠'얘기가 안 나오도록 구성을 정교하게 짜는 스킬을  많이 연마했다. 매니저는 바쁘잖아요. 개발자도 바쁘고요. 지라 하나를 쓰더라도 왜 해야 되고 뭘 해야 될지 명확히 할 것. 하물며 문서는 더더욱. 긴 문서는 더더욱!


미팅 진행

같이 일하고 있는 소중한 counterpart들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같은 목표를 가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필연적으로 프로젝트의 정과 부가 나뉘게 마련인데 PO는 Owner라 '정'의 입장에 있을 때가 많잖아요. '부'를 배려해야 한다. 덕분에 프로젝트가 순항하고 있는 거니까.

고민 좀 해주세요. 도와주세요. 를 적절히 썼다. 입 발린 소리를 하라는 게 아니라 회사의 방향성을 적절히 공유하면서 어떤 맥락에서 요청드리는지 필요한 부분이 뭔지 명확히 알려주는 것. 좋네요. 그 부분 고려해서 논의해볼게요. 같은 것도. 제일 어려운 건 회사의 방향과 제 안 주신 부분이 맞지 않을 때인데 위에서 이렇게 하래요는 절대로 금물. 이런 언어는 생산적인 논의를 막는다. 사용자 입장에서 어떤 부분을 고려했을 때/회사 전체의 방향성을 고려했을 때 이런 부분이 걱정이 된다. 이 부분을 좀 더 고려해서 다시 고민해봐 주셨으면 좋겠다. 정도의 뉘앙스가 좋다. 반대로 상급자랑 이야기할 때는 뫄뫄님(뫄뫄 팀에서)이 이런 부분을 고려해주셨는데요, 같은 거 적절히 어필해주어야 함. 같이 자리에 있을 때는 더더욱. 너와 나는 한배를 탔다 유남쌩?


점검과 수정

담당자들이 일을 진행해주었으면 기획 의도에 맞는지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이거 참 귀찮은 일인데 기획서에 다 쓰여있는데 왜 안돼... 는 선생님 생각이고, 안 보일 수 있지. 꼼꼼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2차, 3차, 4차 내에는 끝내야 할 거 아녜요) 잔여 사항을 정리해서 전달한다. 또한 정책이 정해졌다고 해서 그게 영원히 그대로 가진 않죠. UI든 UX든 운영정책이든 변경은 가능하나 세상의 모든 일에 '그냥'은 없는 것이다. 이거 왜 이렇게 해야 돼요? 말 나오기 전에 이건 어떤 기준에 의해 이렇게 변경된다고 미리미리 언급하자. 혹시 '이거 왜 이렇게 해야 돼요?'가 나오더라도 그게 좋잖아요라고 돌려보내면 안 된다. 그것이 바로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깎이는 소리.... 최대한의 이유를 (없으면 당장에라도 생각해서) 붙여보자. 연습하면 는다.


로드맵 제시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해'에 싱크가 맞지 않으면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태클이야로 느껴지기 십상. 특히 가보지 않았던 길이라면 기존에 있던 거랑 맞췄는데 더 요구해. 물음표 100만 개.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보장해야 되는지, 요즈음의 조직에선 무엇을 중시하며 앞으로도 이 정도의 수준은 지켜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심어줘야 한다. 이게 어려운 이유는 작업자가 한 팀이 아니잖아. 이 팀이 보기에 저 팀이 보기에 심지어 같은 팀의 어느 파트냐에 따라서 어디선가는 당연했던 게 아니기도 하고 중구난방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점검하는 이유는 나의 고집이 아니라 요즘 조직에서 뫄뫄를 중요시해서 그렇다는 걸 지치지 말고 전해줄 것.


지표 구축 / 모니터링

담당이 아무래도 O2O 서비스의 Back office 쪽이라 "공급"측 지표를 트래킹 해야 했다.

프런트 쪽은 NRU, RU 뭐 이미 널리 알려진 게 많잖아요?

Back office는 뭘 봐야 될지 기준을 잡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는데 일단은 기존 지표를 가져가면서 보완했다. 크게 오퍼레이션 그리고 "공급"쪽 두 부분. 기존에 보던 최종 지표(우리 파트에서는 콜 지표)를 기준으로 breakdown 하면서 살을 붙여나갔다. 지금 말한 건 기존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구축한 지표였는데 신규 프로젝트 지표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To-Do

그래서 진행한 프로젝트는 매끄럽게 진행됐나? 스타트업은 매일매일이 새로운 과업의 연속이며 그것은 오늘과 내일 합을 맞춰야 할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 혼자 손뼉을 칠 수는 없는 노릇. 다음 글에 따로 정리할 건데, 삐걱 이기도 많이 삐걱였다. 그렇지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고 자평한다. 그것은 올해의 개인 퍼포먼스에 대한 윗분의 평가가 뒷받침해줍니다. 남은 과제인 인력 분배나 시간싸움은 나 혼자서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데 리드에게 도움을 구해봐야겠다. 마음 한편엔 잘하는 팀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과연 내가 만들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내가 애쓴다고 할 수 있는 일일까? 차라리 잘하는 팀에 속해서 한번 사이클을 돌려보는 게 더 빠른 방법이지 않을까. 내년의 고민으로 남겨둔다. 필요하면 요청하고 도움을 구하기도 하면서 방법을 좀 찾아보자. 올해의 (일부) 결과가 절대 개인의 실패는 아니며, 내년에도 정신이 하나도 없겠지만 우선순위를 잘 정해할 수 있는 만큼 내딛으면 될 일이다. 수고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출시하는 게 올 해의 주 업이었다 보니 (물론 프로젝트 내부적으로 더 나은 안을 고민하긴 했지만) 새로운 발견을 위한 연습은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 개선 후 성과가 있었는지 지표를 분석한다거나, 성과를 바탕으로 다음 로드맵을 짜는 부분을 내년에는 더 많이 시도해봐야지. 내년의 과제는 누가 뭐래도 성과이므로.

글로 정리는 미리 해놨지만 장표 정리 아직 미숙하다. 이 업에 있는 동안 마지막까지 더 노력할 것.

그 와중에 잊지 말자. 나는 이 회사의 살림꾼이 아니다. 자꾸 혼자서 다 짊어지려 하지 말고 평가에 바로 반영되곤 하는 세 가지나 잘 챙기자. 1. 근거가 있는 판단 2. 커뮤니케이션(의견을 낼 때 말을 반감 들게 하지 않기) 3. 일단 맡게 된 일은 빠릿빠릿 잘 수행하기. 


그리고 새해니 만큼 운동을 하자. 프로젝트는 마라톤이고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테니까.

놀랍게도 이 글은 브런치 발행 100번째 글이랍니다. 요모조모 꽉 찬 2019년일세.

(다시 들춰보려고 다른 글도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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