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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Jul 01. 2020

3년 차 이직 VS 7년 차 이직

PO가 되어가나 했더니 또 다시

이직의 계기

7년 차: 

요약하면 커리어 자체의 욕심보다도, 조직에서의 내 상황이 결심의 이유였다. 결국은 이 조직이 잘 될 거라는 믿음이 한편에는 있었지만(사실 이젠 잘 모르겠다) 일련의 사건들로 현 조직은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거 아닌가 싶어 졌다. 구조조정이 되면서 기존에 맡았던 서비스의 인력이 대거 줄어들었고 나도 다른 프로젝트로 발령 났기 때문이다.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게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아니라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 조직에서 내가 혼자서 무언갈 더 할 수 있을까 싶어 졌다. '프로젝트' 베이스이다 보니 권한이 적기도 하고 채널이 물리적으로 부족했던 파트와 문제가 있었다.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legacy 케어가 전혀 안되고 출시 이후에도 정리가 안되고... 이걸 모두 안고 위, 옆으로 도움을 요청해가면서까지 상황을 정리할 수 있을지, 정리될 때까지 내가 다시 힘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잘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역치가 높은 사람들이 새로 들어오고 있으니 나보다는 그들이 더 잘 해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걱정처럼 내가 조직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게 맞다면, 내 입장에서는 더 큰일이었다. 월급쟁이로써 나의 강점을 다시 찾아야 될 시점인 것이다.(구조조정 이후의 담당 프로젝트에서 오가는 말을 들어보면 꼭 그렇진 않았을 것 같지만) 다른 조직에서도 정말 안 통할지 실험하고 싶었다. 우리 조직만큼 다른 조직에도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는 건 매한가지일 테니 거기서의 나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고.

3년 차: 

심플했다. 성장하고 싶었다. 이 도메인이 기획자가 성장할 수 있는 분야인지 의문이 들었다.(다시 돌아봐도 이직하길 잘했다.) 사용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탁월한 제품을 맡아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때 상상했던 B2C 제품을 맡지는 않았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의 제품을 제로베이스부터 론칭해보았고 성장하는 조직에서의 사업구조를 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다. 꼭 B2C 파트가 아니더라도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음을 찾기도 하였다. 당시의 글 참고.


이직의 툴

7년 차: 

PO타이틀을 달고 있다 보니 링크드인(인사팀 또는 헤드헌터)이나 지인을 통한 제안이 종종 들어왔었다. 직종마다 다르겠지만 IT분야에서는 링크드인 영향력이 막강하다. 그러니 항상 최신으로 프로필을 작성해두고 노출강도만 조절하는 겁니다 여러분. 급하다고 그때 열어봤자 바로 연락 오는 게 아니거든요.

이렇게

링크드인 이외에도 새로 프로필을 등록한 서비스는 리멤버와 원티드. 링크드인> 리멤버> 원티드 통해 같은 회사의 제안이 여러 번 들어오기도 했다(왠지 그곳은 싸해서 안 넣었다). "PO" 키워드가 얼마나 잘 먹히는지 요즘의 분위기를 잘 알 수 있는 부분. PO 되기는 험난하지만 일단은 좀 더 이 분야에서 역량을 쌓기로 마음먹은 이유이다.

그동안은 이직 의사가 없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뤄왔는데(관심 가는 포지션엔 당연히 답장합니다. 사람 일 어떻게 될 줄 모르니 상황 변동 시 연락드리겠다고 해둠) 이렇게 되고 보니 그동안의 연락을 다시 찾아 내가 먼저 연락하기도 하고 들어오는 제안도 유심히 다시 보았다. 링크드인을 통해 사내 인사담당자와 전화통화도 했다. 요즘 트렌드인가, 커피 챗이라고 하더라도 꽤 심도 있는 대화를 하니 한번 본인의 업무와 희망업무를 생각해보고 전화통화를 하기를 추천. 진행 여부를 결정할 때는 한 다리 건너 아는 사이도 많이 생긴 덕에 내부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모두 실무자 레벨이라 정보의 질은 사람 바이 사람이었지만. 적어도 회사에 반감을 가지고 있으면 한마디라도 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연락했고 다행히 내가 관심 가는 회사에는 그런 코멘트는 없었다.

3년 차: 

당시 3대장이었죠, 인크루트 사람인 잡코리아 닥치는 대로 내가 먼저 넣었다.


선정

7년 차:

그래도 짬이 생겼다고 아 이건 내가 가면 바로 할 수 있겠네 JD를 보면 감이 온다. 별로 fit이 맞지 않다 싶으면 아예 넣질 않았다.(헤드헌터를 통해 들어오는 건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 고민이 됐던 건 더 큰 조직에 갈 거냐 더 작은 조직에 갈거냐였는데 (아래 글 참고. 지금이 3단계라면 앞으로 2단계를 경험해볼 것이냐 4단계를 경험해볼 것이냐) 작은 조직이어서 고생했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크고 이미 조직화되어있는 곳에서 경험을 쌓고 싶었다. 그렇게 두 군데와 전형을 진행하였다.

3년 차: 

연락이 먼저 오는 경우도 있긴 했으나 극소수(1건). 결국엔 신생이었던 원티드를 통해서 이직에 성공하게 된다.


면접 준비

JD를 보면서 업적 위주로 내 경험을 정리한다.  주로 내가 가진 경험이 해당 조직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초점을 맞춰서. 마침 면접에 주어진 "과제"도 경력기술서 설명과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 설명으로 준비된 내용을 다듬기만 하면 되었다.  PO의 업무범위는 광대하여 정리할수록 내가 안 해본 영역이 많구나 자괴감이 들었지만(예를 들어 KPI 설정, 리소스 획득, 리소스에 기반한 우선순위 설정, 데이터에 기반한 개선사항 제시) 그래도 교집합이 있었고 어떤 시도들을 했었는지 위주로 생각을 정리했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리소스를 정성적으로 분석하여 수치화 후 선정해본 적은 없지만 이 기능이 없으면 안 돌아가는지, 타깃 고객군이 우리 서비스에 필수적인 존재인지를 기준으로 설득해 본 경험 등 사례별로 정리해 보았다. 분명히 질문이 들어올 게 뻔했다. 'PO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그럼 본인은 그 역할들을 해보셨나요.'

추가로 실패의 이유도 심층적으로 생각해봤다. 나의 실패담은 최근 론칭했던 프로젝트 리딩이다. 무릇 누구나 전략적으로 움직이니 서로서로의 목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숨 쉬듯이 어필했어야 한다. 하나의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다른 영역의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지식을 융합하고 그를 위해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내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했다. 앞단에서 문제의식을 뾰족하게 다듬어가는 부분까지는 처 음치고 순조롭게 진행했으나 프로젝트의 막바지에 가서 실무자들을 (실제로는 탑다운인 과제를) 잘 설득해내지 못했다.(위 글 <기획자는 필요 없다>의 3단계 참고) 절반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변화의 여지가 없더라도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어야 했고, 그 답으로 상대방이 이미 고민했던 아이디어를 얘기할 땐 그게 안 되는 이유를 정확히 공유해야 했다. 그런 다음에야 왜 이렇게 갈 수밖에 없는지를 솔직히 설명했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생략되었다. 필요하면 사전에 오피니언 리더에 내용을 공유할 줄도 있어야 했는데 이 부분은 이제까지 내가 워낙 약하다고 기피했던 부분이었다. 변명은, 개발팀/디자인팀에 내가 참여할 권한이 없어 뭐 어떻게 할 여지도 없었다.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회사에서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었겠죠. 게다가 조직의 우선순위 상  프로젝트에는 new comer들로만 인력이 할당되었었다.(당연히 legacy issue에서 난리가 났다.) 그럼에도 PO라면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면접을 막상 해보니 예상했던 질문(수치를 어떻게 보는가)과 예상 못했던 질문(만약 리소스가 무한정으로 있었다면 어떤 부분을 더 진행하고 싶었나)이 꼬리물기로 이어졌다. 수치를 제안 주신대로 분석하지 못했던 이유-DB 분리와 key값의 부재-를 설명했다. "리소스가 무제한으로 있었다면"은 좀 더 어려운 질문이었다. 베타로 출시는 했지만 아직 결과를 얻기엔 영업이 많이 진행되지 않았고, 그대로 우선순위가 밀려버려 흐지부지된 상태라 뭐라 그러지? 그럼에도 어떤 부분을 보강했더라면 영업에 도움이 되었을까를 기준으로 원래 넣으려다가 못 넣었던 기능을 예로 들었고 그다지 설득적이진 못했다. 그래도 분위기가 나쁘진 않아 브레인스토밍 하듯이 인터뷰가 끝났다.

마지막 질문도 당연히 준비해 갔다. 그동안 조직과 사업을 보는 눈이 생겼다고 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물어보도 싶은 것들이 잔뜩 있었다. 

-실력자들을 많이 영입하는 것 같던 데 도드라지는 출신 업계가 있을까?

-비즈니스 모델이 치우쳐져 있는 것 같은데 확장이 필요한 상태인지

-데이터 적재 상태는 어떤지. 어디까지 내가 활용할 수 있는지.

-success를 판단하는 기준을 뭘로 두는지. 성공에 대한 정의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의 seniority level을 원하는지

-후보자로써 어떤 부분을 더 갖추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하는지

이 영역은 직무와 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면접을 준비 중이시라면 마지막 질문으로 좋을 리스트 참고

어차피 면접이란 외적으로 나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관한 스킬이라, 성장했다 또는 갈피를 못 잡겠다 싶을 때마다 차곡차곡 정리해둔 브런치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떠올려보는 5년 차의 시야.

3년 차:

인성 위주. 그 당시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극히 일부분이었을 뿐 어차피 아직 부딪히면서 배워야 될 영역이 많이 남아있는 터였다.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준비하기가 애매했지만 내가 했던 실무의 영역을 열거하듯이 정리해서 어필하며(이 중에 네가 원하는 게 하나라도 있겠지) 각 단계에서 어려웠던 점들을 정리했다. 나를 불러준 조직에 대한 서칭을 심도 있게 해서(구글링) 내 열정을 어필했다.


면접 이후 절차

7년 차:

짬이 생겼다고 면접이 끝날 때 결과가 언제쯤 나오는지 미리 물어봤다. 여기가 안될 거라면 바로 다음을 또 준비해야 했으나, '여기보다 조금 더 큰 조직'에서 오퍼가 더 이상 안 들어오기도 했고 준비도 열심히 했고(과제의 경우 자료 제출 후 실제 발표할 내용을 녹음해서 1주일 이상 달달 외우다시피 해서 갔다) 큰 결함이 없는 이상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소진되어 저 에너지 상태라 다른 곳은 이미 서류 진행 중인 딱 한 군데만 더 진행하기로 하고 열어두었던 리멤버와 원티드를 닫았다. 링크드인은 좀 천천히 닫기로 했다. 시장 동향을 좀 더 알고 싶었다. (여유가 되고 마음에 드는 곳이 여러 곳이라면 다중으로 지원하고 협상에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처우 논의를 위해 올해와 전년도 연봉계약서를 미리 다시 보았다. 처우 협상에 들어가고부터는 원천징수영수증을 2년 치 인터넷으로 발급하고 희망연봉을 제안했고 가까운 이들에게 이직 의사를 알렸다. 협상 마무리와 동시에 보스에게 이직 의사를 밝히고 경력증명서와 당해연도 원천징수영수증을 두 장을(혹시 모르니) 회사에 요청했다. 이미 이직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퇴직 메일을 미리 돌리고 1일 2 커피를 하면서 인수인계를 하는 여유로운 나날을 보냈다. 지난 이직 때도 그랬지만, 막상 나간다고 인사를 드리고 나면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셔서 마음 찡하고 그렇네.

3년 차:

모든 게 처음이라 되는대로 진행했던 것 같다. 서류를 받으러 퇴사 이후에 다시 회사에 방문하기도 했다.



특이사항:

영어면접을 한번 봤다.

이직 차 티타임을 가진 많은 분들에게 듣는 '연차 생각보다 오래되셨네요'.... 흠?

두 군데를 시차 없이 동시에 진행한 건 처음이었는데 먼저 확정된 조직에서 진행 중인 전형 어떻게 돼가고 있냐고 케어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아마 둘 다 됐다면 카운터 오퍼로 써먹을 수 있었겠지?


기억하고 싶은 것:

5-10년 차의 경험의 질이 중요하다고 예전 총괄 리드가 되실 분이 늘 말씀하시곤 하셨다. 경력이야 가만히 숨만 쉬어도 쌓이는 것이고, 직접 이끌어본 경험이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이직하는 마음은 늘 조급하지만, 어디로 이동하든 seniority level이 좀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었다. 마치 상향지원의 기분으로. 그래야 이다음의 step을 고민할 수 있게 될 것 같았다.

인사담당자가 직접 연락이 온 곳만 두 군데 지원했고, 다행히 그중 하나를 통과하여 잠시 휴식기를 갖게 되었다. 절박하지만 또 한편으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었던 이 마음을 잊지 말아야지.

이어지는 잠깐의 백수생활은 의외로 홀가분하지 않네요.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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