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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날의 마음 열여덟

그냥 다니자 잘 다니려고 하지 말고

by 여름의 속도

오늘의 출근 ★★★

성과평가와 연봉협상이 마무리되고 모두가 풀이 죽었었다. 왜 대과거냐면 이에 대한 마음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기 때문. 지인이 '뭐 어때 그냥 다녀'라고 하셨다. 그때의 내 마음은 이랬다. '기왕 임무를 수행할 거 어떻게 그냥 해요 한 번은 잘해봐야지.' 그게 대체 얼마 전이라고 이제 나는 열심히 할 때까지 해보는 거와 잘 되는 건 별개의 일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어디에 속하든 조직이 전력을 다해서 올라가야 할 곳인지 그냥 내 경험을 쌓고 나와야 될 곳인지 분별해야겠다. 마음 한 켠에서는 늘 성장을 원하고 있고, 또 어느 경지에 오를 때 까지는 아등바등할 각오도 되어있지만 이 조직은 나도 나지만 조직 자체의 과업을 완수하기도 벅차 보이고, 그게 구성원의 능력 탓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단계가 넘어간 조직 특유의 '흠잡히지 않으려'는 문화 탓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도 밀접하게 일하는 사람들은 '일이 되게'하는 데 집중하는 사람들인데, 자꾸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마음을 다친다. 지금 리드는 늘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람인데 비단 그가 엄격해서 뿐이 아니라 여유가 없어서 그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프로젝트는 막바지 조율하는 것만 잘 마무리하고 나면 이제부터는 성과를 낼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고(여기까지 오기가 더 힘들었지 뭐), 성과를 지속적으로 낸다면 나와 우리 팀에 대한 인식이 바뀌겠지만 기다릴 수 있을까 스스로에 의문이 든다. 고과가 잘 나온다고 해도 보상이 드라마틱할 것 같지도 않고.


오늘의 퇴근 ★★★

이런 내 마음과는 다르게 프로젝트는 대내외적으로 막바지 조율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오전 오후 할 것 없이 미팅으로 꽉 채웠고 어쨌든 1인 분치는 해낸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진 않다. 조직 전체적으로 계속 두드려 맞고 있는 거 같긴 하지만 크고 중요한 일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역시 사람이 인정을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뭐 그렇다고 마음이 유쾌하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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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원래 성과 경쟁이고 경쟁은 늘 치사한 구석이 있지만 조직에 따라서는 으쌰으쌰가 그 구석을 덮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될 것 같은 초기의 프로덕트에서 그런 기운이 이따금씩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 감각이 무뎌진 듯하다. 즐겁게 일하는 건 뭐였더라? 아마 리드는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 큰 조직일수록 1 on 1할 기회가 없으니까. 게다가 이런 시국에는.


오늘의 위안

지나가다가 본 『일의 기쁨과 슬픔』의 작가 장류진 작가의 주간 연재물 소개글.

인사평가는 늘 ‘무난’을 넘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의 월세에 살며, 상사에게 받는 스트레스를 고작 달달한 디저트로 해소할 수밖에 없는 젊은 직장동료이자 친구인 다해, 은상, 지송이 나누는 우정과 현실.

이거 너무 나잖아. 다 읽어봐야겠다. 출간 전의 작품들을 창비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더라고. 출간 되어서 이제는 볼 수 없습니다.

오늘의 기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구절도 나온다.

Outstanding(특출한)

Incredible(뛰어난)

Meet requirement(요구 충족)

Below requirement(요구 이하)

Need supplement(보충 필요)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바꿔 불렀다. 아무래도 이쪽이 훨씬 직관적이었다.

O 오짐

I 인정

M 무난

B 별로

N 나가

장류진 작가님 천재. 이어지는 구절도 너무 내 마음.

M등급 인상률 2%. 말이 된다고 생각해?

직장인의 기쁨과 슬픔 코인 얘기도 나오니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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