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
고물가국 스위스를 도망치듯 새벽같이 출발해서 눈과 입이 즐거운 스페인으로 왔다. '김태희의 그 광장'을 비롯한 시내구경 후 더워서 체크인하고 한참 쉬다 나왔다. 과연 이슬람 문화권이었다더니 그 흔적들 찾아다니기 재밌었고-그 '모로코'가 이 동네 주도였다며 언젠가 가야지 했는데- 오렌지나무가 가로수인 동네답게 오렌지주스가 충격적으로 맛있어서 커피보다 비싸지만 두 번이나 먹었다.
여기 대표는 아페롤도 맥주도 와인도 아닙니다. 5유로의 행복 오렌지주스라고요. Zumo naranja natural 꼭 먹어주십시오. 1일 2잔 약속. 얼마나 진심이냐면 스크루드라이버랑 테킬라선라이즈도 먹었다고. 스페인어 이름은 destomillador 인 걸 배웠다(못 알아듣더라고. vodca con zumo naranja라고 더듬더듬 주문함)
친구의 당부였던 해물 뿌수기도 완료했다. 타파스바 최고.
그래 맥주가 1유로 대여야 좀 안주랑 같이 사 먹지 스위스야 듣고 있니?
마무리는 플라멩코 공연. 익히 알고 있었듯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건 당연한 거고 직접 보고 알게 된 건 이건 합주다. 박자 쪼개는 건 모두 무용수의 몫. 부채마저도 타악기로 쓰이는 거였다. 언젠가 꼭 배우고 싶네 버킷리스트+1. 관객으로도 딱딱 박자 맞을 때 쾌감이 오는데 실연자는 어떻겠어. 1열에서 보는데 무용수 언니 윙크해 줘서 심쿵사할 뻔했잖아. 그 언젠가 너무 예뻤던 CF의 김태희는 플라멩코에서 핵심이 빠진 거였구나 이제 완전히 이해했다. 공연 다시 보고 싶다.
후일담: 너무 인상적이었던 나머지 서울에 와서 플라멩코를 배우고 있다.
바르셀로나
도시를 바꾸면 장을 보고 산책을 한다. 첫날엔 역시 새로운 곳에 익숙해져야지. 숙소 바로 근처가 고딕지구였는데 나는 여기를 사랑하게 될 것을 첫눈에 알았다. 지내는 동안 매일 이곳을 지나쳐왔다. 거대한 홍대 같은 느낌이었어. 이 골목이 <향수>에 나온 골목이라는데 전혀 생각나지 않고... 집에 가서 다시 봐야겠다 생각했다.
본격 투어 첫날은 역시 여유로울 때 제일 귀찮은 외곽을... 근데 이게 내가 탄 기차가 끝까지 안 가더라고. 원래 노선이 없는 건지 요즘 없는 건진 알 수 없었다. 이게 맞아? 싶은 버스로 갈아타고 San Vincente dels Horts역에서야 타려던 기차를 드디어 탈 수 있었다. 그냥 사람들 가는 대로 할걸...(놀랍게도 J 맞습니다.) 심지어 역에 도착해서도 열차 플랫폼 방향 반대로 들어왔는데 역무원도 없고 해서 표 찍고 나갔더니 무효표처리 되었다. 스위스에서 펀칭 없이 바로 카운팅 되는지 모르고 버스표 2개 샀던 때 이후로 최대의 바보비용이네.
오늘 무슨 날인가 휴일인가 축일인가 보다. 뭐 하나 하려면 하여간 한참 기다림. 시간도 많이 썼고, 고지대라 시원하다더니 땀도 나고 도보로 산 쪽을 더 올라가 볼 수도 있었지만 푸니쿨라 타고 10분만 가면 된다는 '산후안'만 보고 돌아왔다. 시작할 때부터 이미 꼬여버린 왕복 기차표. 원래 내려야 되는 곳 보다 먼저 내려서 시내교통으로 한번 갈아탄 후 남들 다 가는(몬세라트 가려면 보통 여기서 탄다) 스페인 광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침부터 남은 햇반을 먹고 나갔음에도 여행 60일이 넘어가니 쌀이 너무 먹고 싶어서 빠에야를 시켜야 했다. menos sal for favor... 준비만만 도착했는데 맞다 휴일이지... 모두 예약손님이었던 건지 가려던 곳에서는 문전박대당하고 좀 더 비싼 데로 왔다. 그렇지만 그곳의 전체요리가 미친 듯이 맛있어서 마음이 풀렸습니다. 정작 빠에야는.... 오징어라면 맛인데????(당연함 오징어 들어감)
다음 날 일정은 사그리다파밀리아. 개인 관광 거의 막바지면 역시 시그니처를 봐야죠.
아! 어제 간 몬세라트에서 영감을 받은 성당의 부분은 완공되면 악기가 될 예정이라는데 이다음에 음악 연주될 때는 꼭 와야겠다.
성당을 삥 둘러 새겨진 글자가 직관적이어서 웃겼다. 이건 그냥 이 자체로 미사잖아(냉담자인 나도 알아보겠다) 어깨 드러내면 안 된다며 샌들 안된다며 그냥 다 되는 거야 씀 그래도 흐려서 덜 더웠다.
성당은 오전/오후로 달라지는 빛이 유명한데 오후 8시 반쯤 와야 바닥에 비치는 붉은 꽃을 볼 수 있구나. 오늘은 흐려서 cool color도 잘 못 봤지만 전반적으로 영화 같았다. 모더니즘이라 그런가 숲을 모티브로 해서 그런가 <아바타> 느낌도 났다.
만달로리안 오리지널 디자인을 여기에서 ㅋㅋㅋㅋ 어쩐지 영화 같더라니. 이게 가우디가 조각한 부분은 아닌데 가우디를 기리며 '까사바뜨요'의 한 부분을 차용해서 넣은 거랴.
아 그리고 여기 보이는 예수는 파격적이게도 나체(그래서 바르셀로나 인들은 싫어한다고...대부분 카톨릭교.)
까사밀라. 가운데 철제 난간은 미역을 표현한 거란다. 옥상에 저게 방금 사그리다파밀리아에서 봤던 투구 원형이구나. 실제로 루카스가 여기에서 영감 받아서 I am your father 선생님 투구 디자인을 했다는 썰이 있습니다. 재밌죠?
까사바뜨요는 꼭 들어가 보십시오. 영화적 체험이었다. 건축에 이런 느낌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생각해 보니 여행 중 미술관을 한 번도 안 갔는데 여기서 욕구 충족을 완벽하게 시켰다.
마지막 날, 비행기가 아주 늦은 저녁이라 왠지 덤같았던 하루. 시간이 남으면 찍어뒀다 못 간 델 가보는 거 아니겠어요. 어제 가본 구엘시리즈가 좋았어서 구엘궁전을 추가로 구경했다. 어제가 다가구주택이라면 여긴 단독주택인데, 들어가 보셔서 그 집 영애가 된 기분을 만끽해 보세요?
쇼핑리스트
세비야 고유의 패턴 어떻게 안 사요. 저 양말은 더 살걸 그랬다. 총 14.8유로
CAVA(와인)을 사 먹었다. 34.47유로
자라. 각각 다른 날에 산 건데 역시 카탈루냐 고유 패턴이 도드라진 옷을 사고 싶었다. '자라'를 사야지 마음먹은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 나는 SPA인간인가... 근데 또 다른 나라 자라 가니까 이 모델 없더라고. 잘 샀다 잘 샀어. 각각 38유로/39.95유로
해 먹은 것
취사는 불가능해서 남은 구호식품(?)만 털어먹었다.
여기는 꼭!
세비야에서는 플라멩코 공연을, 바르셀로나는 고딕지구를 오며 가며 꼭 들리세요. 그리고 가우디 투어로 가면 빠져있다고들 하던데, 까사바트요는 꼭 입장해 볼 것. 35유로가 아깝지 않을 거예요.
지출
이전 일정이 고물가로 유명한 스위스였어서 예상 못했는데 보고 입고 먹을 게 많아서 그랬나 이번 여행 일정 중 가장 많은 지출을 했다. 그러고 보면 옷도 사고 까바도 하몽도 사 먹고 레스토랑도 가고 입장료도 꽤 들었으니까(구엘저택 12유로, 까사바뜨요 35유로, 사그리다파밀리아 투어 6만 원, 몬세라트 입장권 8유로, 푸니쿨라 16유로, 기차 45유로) 그래서 일 18만 원 선. 숙소는 30-40유로.
여행기는 유튜브로도 볼 수 있습니다.(정주행)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PXpa72s0GzfH8ucPtG-br0FBOuK-zA6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