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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아 May 06. 2023

괌에서 아침 수영을 하면 생기는 일

「괌 여행기-Ep.05」 새로움에 도전하기

나는 먹어본 적 없는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


"그랬다가 실패하면 너무 속상하잖아"


K는 내가 신기하다고 했다. 나도 당연히 실패는 싫다. 하지만 고작 메뉴 고르기 정도쉽게 감당할 수 있는 실패라서 좋다. 소소한 도전은 기대 이상의 성취를 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로코모코 Loco moco'같은 반가운 성취. '로꼬모꼬'는 흰밥 위에 고기패티와 계란프라이를 얹고 그레이비소스를 두른 것이다. 괌 음식은 333년 간 스페인 통치, 일본과 미국의 지배를 받았어서 그 잔향과 아시아 느낌까지 고루 섞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크리미 한 덮밥 같은 현지 음식을 우려하던 K도 맛있다며 먹었다.

Loco Moco 는 하와이식 덮밥이다.


"이 정도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실패는 괜찮지 않아? 새로운 걸 경험해 볼 수도 있잖아."

"새로운 게 항상 좋기만 하지 않잖아. 잘못된 선택을 한 나 자신에 후회하기가 싫어."


완벽주의자인 K 답다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두려워하는 게 하나씩은 있다. 그리고 점점 나이사 들 수록 새로운 도전에 망설이게 된다. 생각해 보면 도전을 두려워한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우리는 사실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럼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뭘까. 쌓아왔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실패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살아간다. 항상 '~를 해야 한다', '~를 하지 말아야 한다' 라며 당위적으로 나를 몰아세우며. 하지만  이런 조건은 대부 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붙여준 거라 충족하기도 버리기도 어렵다. 우리는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수많은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열심히 살아간다.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삶을 충실히 선택하면서. 하지만 문득 '내가 정말  살고 있는 걸까?'라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아침 수영을 하러 온 해변

부지런한 S와 K는 비싼 호텔 비용을 본전을 뽑으려면 리조트 수영장을 한 번이라도 더 아용해야 된다고 했다. 아침 8시부터 수영장과 브라이빗 비치가 오픈하니 그전에 조식을 먹고 바다로 나가야 한다며 7시부터 나를 깨웠다.


나는 아침에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저혈압은 핑계이지만 아침부터 바삐 움직이면 쉬이 피곤해지는 체력 때문이다. 하물며 여행 와서 아침부터 수영이라니? 나는 그냥 느지막이 일어나 브런치나 먹고 쇼핑이나 다니다가 해 질 녘 즈음에 석양을 구경하며 수영하는 여유로운 여행을 생각했는데! 심지어 아침 비가 조금 내리고 있었다.


"비 오는 데 무슨 아침부터 수영을 한다고 그래."

"왜 못해? 이 정도는 할 수 있어.

그리고 곧 그칠 것 같아. 봐봐, 저기는 해 떴어."


내가 징징대도 S와 K는 단호하다. 의욕 없는 내 앞에 친구들은 우유에 시리얼 말아 놓수저까지 쥐어주었다. 우적우적 시리얼을 먹으면서 정신 교육을 단단히 받니 아침 수영할 기력이 조금 생겼다.


S가 장담한 것처럼 진짜로 하늘은 개었고, 맑은 아침 햇살이 부서지는 해변은 한적하고 아름다웠다. 잔잔한 파도에 몸을 맡기고 두둥실 떠 있다 보니 괌에 여행 와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오, 저것 좀 봐! 쌍무지개다!"


수평선 위로 완벽한 자태를 보이는 쌍 무지개가 펼쳐져있었다. 우와! 서둘러 사진을 찍는 내 옆구리를 S가 팔꿈치로 툭 쳤다.


"아침 수영 나오길 잘지?"


응, 끄덕이며 웃었다.  안 해봤으니까, 귀찮으니까, 실패할까 봐 두려워서 놓친 기회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뒤로 물러나기보다는 용기 내어 앞으로 나아가보자.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경험을 위한 도전은 끊임없이 필요하다. 삶이 긍정적으로 변하길 바란다면 일단 뭐라도 해봐야 한다. 해보지 않은 일에도, 하지 못할 것 같은 일에도 일단 한 번 발을 담그다 보면 아름다운 쌍무지개를 만나기도 하니까. 

아침 수영을 하다가 만난 쌍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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