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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Aug 05. 2016

빛나는 바이칼의 도시, 이르쿠츠크(2)

편견 없이 바라본 이 도시

시베리아의 보물 이르쿠츠크, 그 두번째 이야기.


제정 러시아 시절 유배지였던 시베리아의 도시지만, 극한 가운데 문화의 꽃을 피우고 자연의 아름다움은 덤으로 감싸안아 더욱 빛나는 도시다. 더울 때나 추울 때나 나는 자꾸 그 보석을 보러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혼자 노래 가사처럼 이 도시 이름을 중얼거릴 때가 많았다. 그게 마치 마법의 주문과도 같았는지 중얼댄 후에는 신기하게도 정말 갈 일이 생기기도 했고, '가야지' 다짐만으로도 어려움 없이 갈 수 있었다. 

나의 힘든 시기를 정리하고 마음의 쉼을 주려고 향했던 곳도 바로 이르쿠츠크였다.


겨울의 이르쿠츠크의 주현절 성당(Богоявленский собор)


이 묘한 매력의 도시. 

많은 사람들은 여름이 이곳 여행의 최적기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진정한 시베리아와 바이칼을 알고 싶다면 겨울에 가보라고 하겠다. 몸도 마음도 단단해지면서 진정한 자연의 모습을 보고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터이니. 


삶이라는 항해 가운데 절대 나 혼자선 살아갈 수 없단 것도, 그리고 지금 내가 매달리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사소한 먼지 같은 건지 알게 된다. 마음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참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르쿠츠크라는 도시는 참 아름다우며, 바이칼은 참 경이로운 자연이다. 


이 멋진 곳들을 지금부터는 앞뒤 설명은 더도 덜도말고 사진과 함께 편견 없이 감상해 보려고 한다.




# 이르쿠츠크


이르쿠츠크를 끼고 흐르는 마법같은 앙가라 강. 


겨울에 강변 산책로를 지나다 보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는데 강은 얼지 못하고 흘러 피어나는 물안개와 만나게 되는데, 이건 그야말로 장관이다. 내가 꿈 속을 거닐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그리고 물안개 속을 계속 걸어가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눈과 코에는 조그마한 얼음 조각들이 수없이 맺혀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눈곱이 심하게 낀 것처럼 눈을 뜰 수가 없다.


                                                               앙가라 강변에서 맞닥뜨린 물안개


앙가라 강변을 주욱 걷다보면 시내 남서쪽 위치에 휴양지 '유노스찌(Юность)' 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름만큼이나 '젊음'이 가득한 곳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하지만 겨울에 갔을 때는 눈과 눈을 머금은 나무, 그리고 극한의 추위를 단련하려 뜀박질하는 젊은이 외에는 볼 거리가 거의 없었다. 자연과 추위 그 자체다.


누군가의 발자국만 남은 유노스찌 섬


그렇다면 겨울 이르쿠츠크 시내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짝 들여다볼까?


러시아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레닌 동상, 그리고 추운 도시인 만큼 빠질 수 없는 얼음 놀이터는 역시나 러시아스럽다. 레닌 동상 앞 눈을 치우는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추워보였지만, 절대 요령을 피우지 않으신 고로 동상 바로 앞 자리는 너무나 깨끗했다. 얼음 놀이터는 내가 마치 겨울왕국에 놀러온 것 같이 신기했고 거기서 노는 러시아 꼬맹이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좋았다.


                                                   (좌) 레닌동상 (우) 시내의 얼음 놀이터


어느 도시나 과거를 잘 보존하고 있기도 하지만 발전하고 있는 현재를 조화롭게 드러내기도 한다. 


이르쿠츠크 또한 그런 장소가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130번 지구(130-ый квартал)'가 바로 그곳이다. 화재로 소실된 목조 건축물을 복원시켜 번화가로 조성하고 2011년 9월에 오픈했다. 건물들만 보면 박물관 같기도 하지만 건물들은 대부분 레스토랑, 카페, 호텔, 기념품 가게이다. 

요즘 이르쿠츠크의 핫 플레이스! 


130번 지구 이모저모 - (상) 130번 지구 골목의 밤/낮, (하) 이르쿠츠크 문장 / 모드니 끄바르딸 쇼핑몰


'130번 지구' 입구에는 바브르(бабр:표범)가 흑담비(соболь)를 물고 있는 이르쿠츠크의 문장(герб)의 동상이 마치 이곳을 보호하듯 늠름하게 서있다. 한편, 이 구역의 끝에는 '모드니 끄바르딸(Модный квартал: 최신유행 지구)'이라는 쇼핑몰이 있는데, 여기 들어서는 순간 흡사 한국의 어떤 유명 몰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무선 인터넷까지 터지니 이 곳을 벗어나고 싶지가 않겠지.


따뜻하고 쾌적한 겨울의 쇼핑몰과는 대조적으로 춥고 사람들 북적이는 시장 구경 또한 참으로 흥미롭다.


분명 과일 몇 개 사러 갔다가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생선과 고기, 주전부리를 잔뜩 사오게 되는 곳이니까. 적어도 나에게는 러시아 시장은 그런 장소였다. 신발을 사러 갔다가 계획에도 없던 식료품만 더 많이 사오던 곳. 

이르쿠츠크 시장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그야말로 냉동 창고가 있어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냉동 생선인지 냉동된 생선인지는 알 바 아니나, 뭐든 사가서 요리해 먹어보고 싶기는 하다.


이르쿠츠크 중앙시장에서 파는 생선


생선만이 아니라 이 곳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만두가 있다. 

러시아식 만두는 대부분 '뻴메니(пелмень)'라고 하는데, 이곳 만두는 '뽀자(поза)'가 더 많다. 

굳이 표현하자면 왕만두와 샤오롱바오 중간 즈음이랄까. 아무튼 맛나다. 신기하게도 만두같은 음식은 세계 어디를 가도 다양한 형태로 만나볼 수 있는 인류 공통의 양식인 것 같다.


이르쿠츠크 시내의 한 뽀자(만두) 가게




아직도 다니면서 찍었던 사진만 봐도 마음이 벅차다. 

단편적으로만 봐도 이렇게 이야기가 많은데, 도대체 그 매력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이제 바이칼, 그리고 알혼섬을 들여다보러 갈 생각을 하니 

지금의 이 무더운 여름 날씨가 시원해질 것만 같다.



★ 게재한 모든 사진들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Copyright by 모험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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