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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Feb 13. 2024

러시아에만 있는 커피, 라프РАФ

단골 고객의 입맛을 만족시킨 특별한 모스크바 커피

러시아 사람들은 예부터 홍차를 즐긴다.

따뜻한 홍차에 레몬과 설탕을 넣어 먹는 건 기본. 


오랜 기호식품으로 자리잡은 홍차만큼이나 러시아에서 나름의 역사를 가진 '커피'도 있다.

부드러운 거품이 언뜻 라떼처럼 보이지만 라떼는 아니다.

신기하게도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서는 이 커피 메뉴를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은 바로 러시아에만 있는,
라프(Раф) 커피이다.


도대체 어떤 커피이길래 이토록 독보적이란 말인가?

러시아에서 탄생한 아주 특별한 커피 '라프'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1) 단골을 위한 특별 제조 커피


라프 커피는 모스크바에서 탄생했다.


1996년 모스크바 쿠즈네츠키 모스트(Кузнецкий мост) 지하철역 근처에 미국 스타일을 따른 커피숍 커피빈(Coffe Bean)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당시 러시아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에스프레소 머신과 다양한 종류의 원두가 있어, 커피를 맛보려는 손님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소련 붕괴 후 몇년 지난 시점인데다, 홍차만 즐겨 마시던 러시아인에게 이러한 '커피' 전문점의 등장은 어쩌면 문화적 충격이었을 것이다.


모스크바에 있는 커피빈 커피 전문점(출처: ru.m.wikipedia.org)


시간이 지나 커피빈에는 단골들도 제법 생겨났다.

그중 라파엘(Рафаэль)이라는 이름 단골고객은 거기서 자주 음료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 했다.


지만 그커피빈의 커피 맛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  바리스타들은 단골손님의 입맛을 만족시키고자 다른 재료를 첨가해서 특별한 커피 레시피를 고안해낸다. 여러 차례 노력 끝에 글렙 네베이킨, 아르촘 베레스토프, 갈리나 사모히나 명의 바리스타는 라파엘을 위해 크림과 바닐라 설탕을 넣은  부드럽고 달콤한 커피를 제조하는데 성공했다. 커피인데 아이스크림 같맛에 라파엘은 빠져들었고, 이후 그는 그 메뉴만 찾기 시작했다.


라파엘을 비롯한 주변인들도 커피빈에 오면 이 특별한 커피를 주문했.

피의 이름을 모르니 이들처음에는 "라파엘과 같은 커피(кофе как Рафу)"를 달라 주문했고

그 이름은 "라파엘처럼(как Рафу)"이 되었는데, 그러다 결국 "라프 커피(раф-кофе)"라는 메뉴명으로 정착했다. 결국 특별 커피 탄생에 일조한 단골손님 이름이 커피 메뉴명이 것이다.


라프 커피 이미지(출처: eda.ru)


모스크바에서 처음 탄생한 라프 커피는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 러시아 전역으로 점차 퍼져나갔고 구소련권 국가에까지 이르렀다. 지금도 러시아 카페에 가면 어디서나 '라프' 커피 메뉴는 라떼와 카푸치노처럼 늘 있다.


커피마니아(출처: cmsmagazine.ru)

시 라프 커피를 만든 커피빈의 바리스타 팀은 2001년 모스크바에 커피마니아(Кофемания) 첫 매장이 오픈하자 자리를 옮겼고, 거기서도 라프의 커피 레시피를 그대로 이어갔다. 이후 커피빈 바리스타였던 글렙 네베이킨(Глеб Невейкин)은 커피마니아 체인의 바리스타 부서장이 되었다. 커피마니아는 러시아 모스크바 소재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로, 전국에 라프를 전파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된다.


라프는 바리스타의 발명품에 단골의 이름을 붙인, 

달콤하고 맛있는 러시아의 국민 커피가 되었다.


커피 못 마시는 사람도 찾게 만드는 라프,

무슨 특별한 게 들었기에 러시아인들이 사랑하는 걸까?



(2) 우유 없이 크리미한 바닐라 향 커피


가장 큰 특징이라면, 정통 라프 커피에는 우유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겉모습은 라떼와 비슷해 보이지만 우유를 대신하고 있는 것은 지방이 풍부한 '크림'이다. 바닐라 향도 난다. 커피를 잘 안 마시는 고객 라파엘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크리미한 맛과 달콤한 바닐라 향이었다. 마치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마시는 것처럼 말이다.


막 만들어낸 라프는 라떼보다 커피의 색감이 연하고 층도 덜 뚜렷하다. 제조 방법에 이유가 있다.


클래식 라프 커피 만드는 법. 이 내용물을 스팀 머신에 휘저으면 완성(출처: zdorovogotovim.ru)

라프 커피를 만들려면 에스프레소, 닐라 설탕, 크림(지방 함유 10~11%)이 필요하다. 세 가지 재료를 피처에 담아 한꺼번에 짙은 거품이 날 때까지 스팀 머신으로 공기를 주입하고 휘저으면 라프가 완성된다. 지방이 풍부해 크리미하고 견고하면서 폭신한 느낌이다.


라떼나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 위에 따로 스팀우유와 거품을 부어내는 반면, 라프는 재료를 모두 머신에 돌려 거품을 내어 섞는다는 점이 다르다.


취향이나 지역에 따라 라프 커피에 다른 재료를 추가해 카페 시그니처로 만들기도 한다.


라벤더 라프(출처: tea.ru)


크림과 설탕이 들어간 탓에 라프는 한 잔에 200칼로리를 육박해 생각보다 열량이 높은 편이다.


러시아 사람들이 홍차를 마실 때 각설탕을 여러 개 넣어 달게 마시는데,

커피도 진한 에스프레소보다 라프처럼 달달한 걸 좋아하는 것을 보면

역시 겨울이 긴 러시아에서 당 충전은 기호를 넘은 생존인 건가 싶다.




보드랍고 폭신한 라프 커피(출처: shop.tastycoffee.ru)


모스크바 태생의 단골손님 이름을 딴 라프 커피(Raf Coffee).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먹게 만드는 극강의 부드러운 매력이 있다.

25년 넘은 역사를 가진 음료가 된 러시아 커피라서, 또 러시아에서만 볼 수 있어서,

라프는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언제든 러시아에 가게 될 날이 온다면 라프로 달콤한 부드러움 한 잔 꼭 충전해보시길 바란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에서는 차나 커피는 당연히 따뜻하게 마신다는 생각에 '아이스' 음료는 거의 전무했다. 요즘은 프렌차이즈 영향으로 아이스 커피가 개시된 곳도 있지만, 여전히 커피는 따뜻하게 서빙되는 것이 기본값. 커피에 얼음을 넣어 달라 요구하면 완성된 뜨거운 음료에 얼음을 넣어 녹은 얼음 조각만 둥둥 떠 있는 미지근한 커피를 받게 될 수 있다. 꼭 시원하게 마셔야겠다면 에스프레소를 시키고 얼음은 따로 주문해서 드시길!




※ 원문 관련 영상 [러시아에만 있는 특별한 커피, 라프]

https://youtu.be/vBYA0HJaQG0

출처: 유튜브 채널 여행과 사색


* 커버 사진 출처: about-te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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