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의 온도

이별이 남긴 여백에 대하여

by TODD

토요일 오후의 공원은 이제 한결 조용해졌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로 북적이던 산책길엔 바람이 불 때마다 마른 잎이 바스락거리며 제자리에서 흩어집니다.

가을의 끝자락엔 쓸쓸함이 늘 먼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계절은 ‘떠남’을 배우기 위한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누군가 떠난 자리에서 느껴지는 온도


얼마 전, 함께 일하던 동료가 회사를 떠났습니다.
늘 옆자리에서 웃음을 나누던 사람이었고,
피곤한 날은 어떻게 알았는지 커피를 건네며 “오늘도 버텨보죠.”라고 말해주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며 담담하게 인사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진심으로 그의 선택을 응원했습니다.


“그래,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건 용기 있는 일이야.”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그 사람의 빈 의자를 보자 이상하리만큼 공기가 달라져 있음을 느꼈습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처럼 그가 떠난 뒤, 그 사람의 공백이 하루의 결 속에 은근히 스며 있었습니다.


그 빈자리가 저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너는 지금 네 자리를 좋아하니?”


떠남이 남기는 것들


떠난 사람의 빈자리는 지워지지 않는 ‘흔적’입니다.
그와 나누었던 희망찬 미래의 계획들, 나를 바라보며 지은 미소, 그리고 함께 보냈던 시간은 어디엔가 남아서 여전히 나와 함께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토요일 오후, 공원에 나가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있습니다.
이제 곧 잎이 모두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겠지만,
잎이 떨어졌다고 해서 나무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요.

그건 다음 계절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일 뿐입니다.

누군가 떠난다는 건, 그 관계가 끝난다는 뜻이 아니라
서로의 인생 안에서 한 장면이 완성되었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장면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마음의 앨범 속에 남습니다.


남아 있는 사람의 배움


남아 있는 사람은 알게 됩니다.
떠남은 상실이 아니라 순환이라는 걸.

이별은 끝이 아니라,
각자의 길에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시작이라는 걸.


영국 소설가 조지 엘리엇은 말했습니다.
“이별의 아픔 속에서만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된다.”

누군가의 부재는 공백이 아니라,
내 안에서 다른 형태로 채워지는 새로운 시작이니까요.


토요일 오후의 공원에서


벤치에 앉아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봅니다.
그 잎들은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가겠지만,
내일이면 또 다른 잎이 그 자리를 채우겠지요.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머물지만
우리의 관계와 기억은 그렇게 이어지며 다음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오늘 공원의 바람은 어쩐지 따뜻합니다.
떠난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며 조용히 생각합니다.

'지금 그 자리는 따뜻한지'


사라지는 것들의 온도는 차갑지 않습니다.
그건 여전히 내 마음 어딘가에서
따뜻하게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떠남이 남긴 것은 공허가 아니라 여백이다.
그 여백 속에서 우리는 다시 자신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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