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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언 Jun 04. 2020

등산 전 준비운동하시나요?

아이들 다리 마사지해주다 피로 누적되지 않으려면

산에 다녀와 근육이 뭉쳐(알이 밴다고 하지요) 로봇다리가 되어 일주일간 제대로 걷지 못했던 경험 다들 있으시리라. 아이들과 여행을 가서 다리 근육이 뭉치지 않도록(사실은 다음날도 잘 걸으라는 주문) 주물러 주느라 힘들었던 경험도 있으시리라.


그런데 신기하게도 곽 선생님과 산행을 다녀온 다음날 다리가 아프다거나 근육이 뭉쳐 힘들다는 아이들 본 적이 없다. 같이 다녀온 다섯 아이 모두와 나까지도. 물론 아이들과 다니는 산행이라 걷기 편하고 수월한 산행을 선택한 점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평소의 나의 다리 근육이었다면 뻐근한 뭉침 현상은 있어야 맞는 정도였다. 마라톤(고작 10k)을 해서 다리 근육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인가, 하고 기분 좋은 생각을 해봤지만, 그 비결은 바로 등산 전 꼭 했던 꼼꼼한 준비운동이 아니었나 싶다. 


어디 등산뿐이랴. 준비운동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생각해보면 운동이라는 것을 할 때 우리는 늘 준비운동을 한다. 이제부터 안 쓰던 근육을 쓸 것이니 미리 준비를 하라는 오래된 가르침 같은 것. 준비운동을 소홀히 해서 생긴 사고들이 얼마나 많던가. 특히나 추위에 몸이 굳어있는 겨울에는 어떤 일이 어떻게 생길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첫 산행에 '가까운 산에 가는데(어차피 걷는 길) 준비운동까지?'라고 생각했다. 사실 가볍게 등산을 가면서 준비운동을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의아한 일이긴 했다. 그래도 선생님 말씀을 들어야지, 아이들도 있는데. 묻지도 않고 열심히 따라 했다. 둥글게 서서 선생님의 동작을 따라하다 보니 몸에 살짝 기분 좋은 열이 돌았다. 오, 살짝 땀나니 기분도 좋아지고 발걸음도 가벼워진 느낌이다.


아이들은 일주일 만에 만난 얼굴들 확인하느라 서로 쳐다보고 웃으며 준비운동을 한다. 그것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 행동인지 제대로 몰라도 어른들이 하니 함께 한다.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여 아이들에겐 습관이란 것이 될 것이고 뒤늦게 중요성을 인식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운동 전 타깃 근육을 2~3분가량 마사지해주면 훌륭한 준비운동이 된다. 등산 전 준비운동도 마찬가지. 보통 이른 아침에 산에 오르기 때문에 몸은 살짝 경직된 경우가 많다. 잠이 많은 초등생들을 겨울 아침에 데리고 나오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 보니 아침만 겨우 챙겨 먹여 나오게 된다. 그런데 제대로 준비운동도 없이 산에 오르기만 했다면 아마 아이들은 다음 날 산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썼을지도 모르겠다. 


다리를 많이 쓰는 산행에 앞서 다리의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준비운동은 짧아도 다리 근육 뭉침 방지에 도움이 된다. 생각해보니, 마라톤에 앞서 종아리 근육을 풀어두지 않은 채 달리고 나면 다음 날 엄청 고생을 했다. 내가 특히 아픈 부위를 트레이너에게 물어보니 피로 근육이 쌓이는 곳이라 했다. 다음 마라톤부터는 그 부위를 충분히 마사지하고 달리니 로봇다리가 되는 일이 없었다. 별거 아닌 일이었지만 운동고자인 나에게는 엄청난 인사이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부터 나는 다리를 많이 쓰는 날에는 그 부위를 충분히 마사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산행에는 완전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곽 선생님은 장소에 도착해 준비운동을 할 만한 공간이 나오면 그때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둥글게 서서 발목과 무릎, 허리를 풀고 어깨를 돌리고 목 운동까지 하고 나면 팔 벌려 뛰기로 땀을 살짝 낸다. 겨울에도 열이 살짝 올라 산에 오르는 일이 한결 수월해지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과 함께 가는 산행이라 어려운 산길이 아니었지만 매번 꼭 준비운동을 하고 출발한 점도 아이들이 12번의 산행을 빠짐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던 신의 한 수가 아니었을까 싶다. 가까운 산에 갈 때도 등산복을 골라 입고 등산화를 신듯이, 산행 전 꼭 준비운동하시길. 다음 날에도 멀쩡한 당신의 다리를 위하여.



이 글을 쓰면서 아이에게 물었더니, 다리가 아팠던 산행은 딱 한번뿐이라고 한다. 준비운동도 엄청나게 힘든 산행의 경우 빛을 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이가 기억하는 그 어려운 산행은 산길이 없어져 선생님과 지인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지도를 찾으며 길을 찾아 하산했던 어른에게도 힘들었던 산행이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거기는 힘들었어. 



누구나 갈 수 있지만 아이와 함께 가는 산은 조심스럽다. 우리에겐 없어진 산길도 찾아줄 전문가가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초보자는 두려울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선택에 도움을 주고 조심해야 할 것과 미리 알고 가면 좋을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등산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도 제대로 해본 적도 없기에 산을 즐기는 분들이 보면 용어도 뒤죽박죽이고 개념을 다르게 이해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이 있더라도 산을 막 좋아하기 시작한 사람의 이야기이니 널리 이해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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