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해내는 즐거움
열두 번의 산행 마지막 즈음되니 아이들의 성향이 확실히 드러났다. 큰 아이는 어떤 산이든 오케이 하지만 막상 산에 가면 무척 힘들어한다. 작은 아이는 어떤 산을 갈지 이야기를 하면 가기 싫다고 떼를 써 겨우 달래서 데려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선생님을 앞질러 가장 먼저 정상에 올라간다.
아이들은 저마다 고유의 성향이 있는데 그것을 부모가 모르고 지나치면 매 순간이 서로에게 스트레스다. 특히 산행처럼 어른들도 자주 하기 어려운 순간에 성향은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모든 순간이 성향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어도 적어도 산을 오르기로 했으면 어떤 방식이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 할 수 있어야 하니까 그 성향이라는 걸 무시할 수 없더라. 다행히 이번 산행에 나는 육아휴직으로 아이들을 집에서 오롯이 돌보고 있다 보니, 미처 몰랐던 어린 시절과 달라진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있어 그나마 산행에 수월하게 참석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산을 오르며 큰 아이를 다독여 정상까지 올라가고 중간중간 쉴 때도 너는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야 했지만, 결국 아이는 무사히 정상에 올랐고 그 성취감은 오래갔다. 작은 아이와는 집에서 나설 때 산행이 어려울 것임을 이야기하지 않고 돌아와 어떤 보상을 줄 것이고 지난번 산과 비교해 덜 어려울 것이라는 사탕발림 이야기를 해대야 했지만, 결국 아이는 스틱을 들고 길을 나섰고 우리 중 정상에 맨 처음 발을 디뎠다.
아이의 성향이 매 순간 같을 수는 없다. 소심한 아이도 있고 적극적인 아이도 있지만 매 순간 그 성향이 영향을 줄 수는 없다. 그래서 산을 처음 대할 때 아이를 유심히 파악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매우 소심한 아이도 산을 쉽게 오를 수 있고 활발한 아이가 산에서 맥을 못 출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산행의 목적은 언제나 아이와 함께 무사히 정상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니까.
산행을 앞둔 어느 날 아침, 아이들과 이 이야기를 나눴다.
너는 그렇고 너는 그래, 라는 이야기에 본인들도 맞다고 생각했는지 박수를 치며 한참을 웃었다. 그리곤 그날 산행에서 큰 아이가 엄마와 발맞춰 걸으며 이렇게 말한다.
"엄마 그래도 내가 가장 잘하는 건 끝까지 다 가는 거야. 조금 늦지만 나는 정상에 포기하지 않고 꼭 가잖아."
맞다. 느리더라도 끝까지 꼭 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공감할 수 없는 것을 아이는 엄마와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 동생들과 함께 산으로 오르며 스스로 배우고 터득했다.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고 아이에게 맞는 방식으로 발을 맞춰주니 아이는 스스로 배운다. 이것이 진정 산지식이자 산 지식일 것이다.
그렇게 산이 아이에게 또 한 가지 가르쳐준다.
나 역시 산에게 그리고 아이에게 배운다.
산에서 배운 게 어디 한 두 가지인가... 그 짧은 산행들에서 나도 아이들도 한 뼘 성장한 건 두말할 나위 없다. 몸으로 배운 것은 쉬 잊히지 않는다. 나와 아이들이 산에서 배운 것들이 다른 부모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배웠다 시리즈를 정리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