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2019년을 정리하며 올 한해 어떤 일들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며 그 기록을 남겨본다. 항상 열심히 해온 것 같지만 연말 때마다 느끼는 부족함과 아쉬움은 올해도 여전하다.
올 한 해 동안 담대하게 많은 것들을 기획했고, 실제로 많은 것들을 만들고 런칭할 수 있었다.(링크: 2019년, TTC의 한 해를 되돌아보다)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난 항상 우리 팀이 대견하고 고맙다. 물론 남들이 보기엔 부족한 면도 많겠지만 그 점은 뒷부분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우선 우리가 해온 일의 의미에 대해 더 이야기해보자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모바일 기반의 블록체인 프로덕트를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빠르게 런칭하고 다양한 프로덕트를 테스트하며 서비스의 가능성을 점검하고 고쳐나가고 있다. 기존 블록체인 업계의 대부분 서비스는 웹에 기반하고 있으며 월렛과 서비스 간의 결합성 문제 등 여전히 접근성이 낮은 편이다. 우리는 누구나 앱스토어/구글플레이에서 월렛을 다운로드하여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려고 노력 중이다.
우리는 블록체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그 로직을 잘 이용하여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는 가능한 대부분의 서비스를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개발하여 운영 중장기적인 리스크와 관리 비용을 낮추는 반면, 사용자들이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기존 업계의 다양한 프로덕트들은 "매우 애매하게" 중앙화된 방식으로 구현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것이 개발의 편의성을 높여주고, 기존 사용자들이 행동방식을 바꾸지 않고도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주지만, 이는 중장기적으로 더욱 큰 리스크를 내포하며 블록체인의 장점 또한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이메일 혹은 휴대폰 번호 등으로 월렛 어드레스를 대체하고 비밀번호를 통해 중앙화된 서버에 저장된 프라이빗 키를 대체하는 방식은 중앙화된 서버의 해킹 리스크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게 된다. (보통 거래소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우리가 추구하는 높고 먼 그것과는 달리 그것을 성취해나가는 과정은 전혀 순탄하지 않고 만족스럽지도 못한 것이 현실이다. 1년 내내 치열하게 삽질을 하고 있고, 여전히 우리가 원하는 것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금 다시 돌아보며 그 원인을 3가지로 나누어 보자면 1) 아직 만족스럽지 못한 사용자 경험 2)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 경험의 부족 3) 더욱 나빠진 시장 환경 정도로 분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블록체인 서비스의 구현 로직을 잘 보존하면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게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엔 개발자와 디자이너와의 거리를 좁히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그리고 다시 이미 많은 개념에 익숙해져 버린 디자이너와 사용자와의 거리를 좁히는데, 또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 간극은 아직 넓다.
블록체인 서비스를 구현할 때 기존에 존재하던 중앙화된 서비스의 UX를 모방하여 구현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기존의 중앙화된 서비스와 비교하였을 때 사용자들에겐 어색하거나 불편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느리다던가) 사용자들은 서비스 뒤에 숨겨진 로직에 대해 전혀 궁금해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블록체인으로 서비스를 만들었어요”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우리 팀은 탈중앙화가 가지고 올 수 있는 장점을 잘 이용하는 것과 동시에, 사용자들이 더욱 이해하고 사용하기 쉬운 직관적인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익숙해져버린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다시 한번 사고하고,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바일 클라이언트를 통해 블록체인에 직접 접속하고 트랜잭션을 직접 발생시키는 서비스는 생각보다 적다. 시중에 구현된 서비스들 대부분은 중앙화된 서버의 API를 통해 많은 것들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개발자 입장에선 더욱더 익숙하고 개발 속도도 빠르다. (이런 서비스들은 블록체인 프로덕트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하고, 블록체인이 주는 장점을 활용하기도 어렵다 )
이와는 반대로 모바일 클라이언트를 통해 직접 블록체인에 접속해서 데이터를 받아오고 직접 트랜잭션을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구현된 프로덕트는 매우 적다. 이러한 프로덕트의 개발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쌓여진 노하우와 레퍼런스가 적은 상황에서 프로덕트 개발의 난이도는 급격하게 높아진다. 그 과정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다양한 환경에서의 버그와 문제점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다양한 국가의 모바일 통신 환경에서 블록체인에 연결되는 프로덕트가 문제없이 잘 돌아가게 하는 개발 과정은 일반적인 서비스 개발의 과정과 많이 다르다.
물론 우리는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빠르게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었다. 새로운 문제점이 발생할 때마다 개발팀엔 새로운 레퍼런스가 쌓이고 그것들이 우리 팀의 노하우로 남게 되었다. (물론 그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다) 이렇게 쌓인 도움과 경험을 기반으로 2020년에 보여줄 수 있는 프로덕트는 훨씬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초기엔 정말 많은 사람이 블록체인 업계에 진입해왔다. 새로운 프로젝트도 많이 생겨났고, 다들 블록체인 이끄는 혁명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2018년, 2019년의 시장 환경은 이런 신입생들에게 매우 가혹했고, 주변에서 관망하던 사람들조차 떠나가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시장에서 사라진 프로젝트들도 많아졌고,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 (스캠이라던가) 또한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나는 이 과정을 소위 “껍데기”들이 사라지고 “알맹이"들이 남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이 과정이 남기고 간 상처는 작지 않다.
우선 많은 인재가 블록체인 업계를 떠났고 새로운 인재들이 업계에 들어오기를 꺼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높은 퀄리티의 인재를 수급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와 함께 정부의 규제 또한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며 타 업계가 블록체인 업계에 가지는 부담은 계속 커졌다. 시장의 붕괴와 함께 그 관심도 또한 빠르게 식었다. 그러다 보니 블록체인 개발사들과 타 업계의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의 난이도는 계속해서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다양한 일들을 도모하기가 쉽지 않다. 큰 기업들을 더욱 보수적으로 변하고, 많은 기업이 시장이 좋아지면 다시 이야기하자는 식의 관망의 태도를 보인다.
더 많은 협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의 성과를 지속해서 커뮤니케이션하고, 느리더라도 차근차근 한 스텝씩 밟아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시장 환경은 어느 한 사람이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어떤 시장이든 업앤다운이 있고 그 말은 다운(Down)이 있다면 업(Up)은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우리는 그때를 가장 준비된 모습으로 맞이하기 위해서 오늘 노력할 뿐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다 보니 아쉬운 소리, 부족한 소리만 쓴 것 같다. 이는 생각보다 많이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고, 그것에 대한 변명이기도 하다. 내가 지금까지 지나온 길이 나에게는 지도로 남기를 바라고 그 과정의 무수한 삽질과 실수는 찬란한 내일을 위한 거름이 되기를 바라며 지난 일 년을 잘근잘근 곱씹어 보았다.
(글의 방향을 다시 틀어) 2019년 한 해 동안 우리가 만들어온 것들을 다시 뒤돌아보니(다시한번 링크: 2019년, TTC의 한 해를 되돌아보다), 그래도 전체적인 인프라의 얼개는 원래의 계획대로 맞추어 세워졌다. 부족한 점은 많았으나 그래도 치열하게 지나온 일 년이다. 작년보다 더욱 치열한 고민과 더욱 풍부한 경험을 갖춘 우리는 2020년엔 더 나은 성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겠다.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PS. 개발의 방향과 성장의 방향은 모든 기업마다 다를 수 있고 그 방향이 다르다고 해서 틀림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차가운 시장에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전진하고 있는 많은 업계 구성원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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