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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에달리 Jan 20. 2021

뛰기 싫은 날? 정상입니다.

매일매일 뛰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사람이라면 쉬고 싶은 날도 있지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열정적인 사람은 없다. 매일매일 운동이 즐겁다면 그건 정말로 변태가 분명하다.

뛸 때가 즐거운 날들이 있고 또 그렇지 않은 날들이 있다. 안 뛰어지는 날에 억지로 하기보다는 뛰는 리듬을 길게 가져가면 된다. 이번주만 달리는 사람은 아니니까 말이다.

나도 사람이고 쉬고 싶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마음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길게 볼때 비로소 나는 뛰는 사람이 된다.


여름의 아침에 달리는 것은 수월하다. 밝은 새벽아침, 햇살이 뜨거워 지기 전에 후딱 뛰고 와야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몸도, 나가는 마음도 가볍다. 반면에 겨울 아침은 쉽지 않다. 추위도 추위이지만 7시에도 칠흑같이 깜깜하다. 특별한 하루를 만들기 위한 첫 시작은 아침 같지 않은 어둠에서 시작한다. 나가도 되는 건지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거센 바람을 내 연약한 다리가 이겨낼 수 있을지, 건강해지려 운동하는 건데 이러다 추위에 스러지지나 않을지 걱정도 된다.


아니, 사실 이 모든 것은 핑계이다. 세상이 얼마나 좋은데 캄캄한 어둠 속은 동트기 전까지 가로등이 지켜주고,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는 스키장갑과 바람막이 외투로 충분히 커버 가능하다.

문제는 내 마음이다. 처음의 의지 불끈했던 아침이 귀찮음과 막막함으로 사그라들게 된다

그런데 이 아침운동의 의지를 고작 하루의 의지가 아닌 꾸준한 아침에달리 레이스로로 이어가고 싶다면 쉬고 싶은 날들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시작하면 된다.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열정적인 사람은 없다. 나도 사람이고 쉬고 싶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마음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된다.


과연 나만 귀찮았을까? 

의지가 약한 것이 나만의 문제였다면 이렇게 모여서 강제적으로 같이 걷고 달리는 모임이 활성화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 동안 못 쉬었기 때문에 오히려 몸의 반발감으로 쉬어야 한다는 마음이 들 수 있다. 이런 날은 정말 푹 쉬어주고 따뜻한 이불에서 잘 쉬고 있음을 한껏 느껴주면 된다. 기꺼이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즐겁게 나가서 아침운동을 하면 된다.

몸은 정직하다. 내가 쉬어야 할 때는 쉬게끔 마음을 이끈다. 모든 아침운동의 시작은 정신력이 아니라 전날의 수면시간이 결정한다. 정신력으로만 아침시간을 주도할 수 있다면 나같이 유약한 사람은 절대 아침에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보증금을 걷어 이틀 이상 쉴 수 없게끔 패널티를 부여하고 또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만 안 달리면 약간의 쑥스러움이 동반 되게끔 아침에 달리라는 강제적 환경을 셋팅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수면시간을 확보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게 된다.

아침 30분은 뛰기 위한 시간이라고 만들어두었고, 나는 그 시간에 존재했기에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뛰러 나가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매일 달리기가 즐겁지 않을 수 있다.

이것도 정상이다. 환경은 잘 구축되어 있고 그 시간에 자동화된 시스템처럼 달리러 나가면 되는데 무기력해진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우리 아침에달리들도 매일 뛰고 걷지만 매일 즐겁고 행복하게 문 밖을 나서지는 않는다. 아침운동이 갑자기 힘들게 느껴질 수 있기에 서로 내일 어떻게 뛰고 걸을지, 각자의 즐거운 운동법을 공유한다.


아침에 달리들의 무기력을 이기고 즐겁게 문밖을 나서는 세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뛰기 말고 듣기

만장일치의 비법이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들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두고 운동이 목적이 아니라 신나는 노래를 듣기 위해 걷고 뛴다.

또는 요즘 관심가는 유튜브를 들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달린다.

운동의 재미를 위해 듣는 것이 아니라 듣고 싶고 즐기고 싶은 노래를 위해 걷고 뜀으로서 운동의 부담감을 내려 놓는다. 그리고 나면 땀이 살짝 흐르고 즐겁고 개운해진다라는 생각이 다시 들게 된다.


2.     새로운 코스 탐험

매일 같은 코스를 돌면 권태로워질 수 있다. 때문에 새로운, 가보지 않은 길에서부터 뛰기 시작한다. 이때는 운동이 아니라 생존이 목적이 된다. 무사히 코스를 찾아 돌아와야지만 출근시간에 늦지 않을 수 있다. 가끔 길을 잃어서 지각할까봐 전속력으로 달리게 되면, 쿵쿵 뛰는 심장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지각의 초조함과 심장의 과부하는 스트레스 받던 요즘의 것들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구나, 라고 깨닫게 해주는 찰나의 평화를 가져다 준다.

가볍게는 원래 다니던 코스를 역으로 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왼쪽 다리를 많이 쓰는 코스였는데 오른쪽 다리를 많이 쓰게 되어 괜히 몸이 정렬되는 기분도 든다.  


3.     일단 먹기

원인과 결과가 반대가 된 것 같은 모순적인 해결법이라 의아 할 수 있지만 놀랍게도 일부러 야식을 먹고 맥주를 들이키고 현상유지를 위한 다이어트용으로 아침러닝을 하는 러너도 있다. 나 역시 일반적 아침달리기도 좋지만 유난히 해장런을 즐기는 편이다. 아니 필수로 하려고 한다.

어제 많이 먹으면 운동이 지루해 질 수 없다. 나가야만 한다. 어제 먹은 칼로리들을 모두 빼내야 한다. 긴박함이 몰려온다. 

비슷하게는 아침 몸무게를 재고 몇 키로 이상이면 나가서 뛰고, 이하면 걷거나 안 나간다는 엄청난 자기관리 달리기 방법도 있었다.


아침에 못 일어나거나 뒹굴거리다가 운동을 못하게 되었을 때, 내가 의지가 약하고 못난 사람인 것이 아니다. 매일 달리는 사람들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순간들이다. 뛸 때가 즐거운 날들이 있고 또 그렇지 않은 날들이 있는데, 안 뛰어지는 날에 억지로 하기보다는 다른 재미요소를 넣거나 열심히 걸으면서 그냥 뛰는 사람, 뛰는 리듬을 길게 가져가면 된다. 이번주만 달리는 사람은 아니니까 말이다.

길게, 길게 봐서 우리는 역시 아침에 달리이다.



겨울잠을 이겨내고 드디어 나온 날.

뛰기 싫은 날은 푹 쉬고 뛰었던 날들을 연결하니 여전히 나는 뛰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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