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침에달리 Dec 26. 2020

멈출 수 없는 회개런의 유혹

회개런 : 많이 먹었다면, 먹은 만큼 뛰면서 칼로리를 소모시키는 것.

회개런, 러너들이 자주하는 러닝. 잘 먹고 그만큼 운동하기.

이 회개런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잘 먹고 먹은 만큼 운동하는(회개하는) 굉장히 건강한 다이어트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 좋은 회개런에도 딜레마가 있다.


회개런의 딜레마

1.     많이 먹고 소화를 위해 먹은 만큼 뛴다 

2.     칼로리를 다 소모했기에 죄책감이 사라진다 

3.     내일 또 뛰면 살 안쪄 라는 생각을 가지고 영양 보충 겸 또 잘 먹는다 

4.     더 잘 먹은 만큼 더 잘 뛰어 준다. 

이렇게 매번 반복하면 5KM가 7KM가 되고 정말 먹은 만큼 다 뛰기 위해 10KM를 훌쩍 넘기게 된다. 체력도 정말 좋아져서 더더더 길게 뛰는 것에 부담이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많이 먹었을 때, 내일 또 뛰면 되지! 라는 마음으로 계산을 한다. 내일 12Km 정도면 되겠군.


러너들의 온라인 기록을 보면 매일의 운동기록 못지않게 꾸준히 등장하는 기록이 있다. 바로 음식사진이다. 먹스타그램인지 운동스타그램인지 얼핏 분간이 안 되는 먹방 사진들이 굉장히 많다. 심지어 다 영양 만점의 고칼로리 음식들이다.  그리고 그 다음 사진은 러닝기록이다. “회개런 겸 하프(21KM) 뛰었어요.” 라는 엄청난 장거리 기록. 

아예 음식사진이 운동 인증사진인 사람들도 있다. 떡볶이에 3KM를 기록해두고, 파스타에는 5KM를 같이 남긴다.

댓글은 다음과 같다. – 맛 있는거 드셨네요, 저도 오늘은 해장런이에요!


나 역시 이제는 다이어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어쩐지 점점 달리는 거리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추석에도 많이 먹을 것을 염두에 두고, 친척집에 갈 때 운동화와 러닝복을 챙겼고, 낯선 경주에서 7KM를 뛰고 들어왔다. 명절에 먹은 전과 튀김을 싹 다 태운 느낌이었다.

이번 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다. 이브날도 크리스마스 당일도 많이 먹을 것을 알기에 크리스마스기념으로 12.25KM를 아침 6시 반에 뛰었다.

혼자 뛰었을까?

만날 순 없지만 뜻이 같은 다른 러너들과 온라인라이브캠을 키고 함께 뛰고 왔다. 모두 다 같이12.25KM를.


회개런의 효과를 알기 전에는 10KM 이상을 뛰는 것은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점점 거리와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올해 처음으로 17KM라는 신기록도 달성해 보았다. 그날 뭐 먹었더라? 기억은 안 나지만 내 달리기기록에는 최장거리달성 + 소화 끝! 이라고 적혀 있었다. 주말이니 또 고기를 먹었겠지 짐작만 할 뿐…


그래도 많이 뛰면 늙을 것 같으니까, 내 무릎과 연골은 소중하니까 적당히 먹고 일주일에 한 번만 길게 뛰어야겠다. 


앗, 어제 먹은 양고기가 꿈틀댄다. 잠깐 뛰고 와야겠다.


먹부림의 흔적, 크리스마스 아침의 12.25KM

https://www.instagram.com/p/CJNBESyBLwM/?utm_source=ig_web_copy_link

이전 02화 저는 약쟁이었어요, 다이어트약쟁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