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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진하 Dec 14. 2022

기적은, 내가 기적이라 이름 붙이면 기적이 되는 일


매일 라디오를 진행하며 그날의 단어 하나를 듣는 이에게 정의해달라 청한다.  단어 하나를 계기로  인생의 어떤 구석을 잠깐만 들여다보자는 뜻이다. 매일 주제에 맞춰 도착하는 문자는 얼마나 같고도 다른지. 또 얼마나 영화 같고 시 같은 글들이 많은지. 누구에겐 어떤 단어가 사랑인데, 누구에겐 듣기만 해도 슬픔이다. 누군지   없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생각을 더해 우리만의 정의를 새로 내리는 일의  부분을 소개한다.  글들은 국어사전으론 담아낼  없는, 인생이 반영된 진짜 사전일지도 모른다.





0.0000024%의 확률로
지난해 태어난 다섯 쌍둥이가 올해 돌을 맞이했대요.

여러분에겐 어떤 일이 기적이었나요?
어떤 기적이 내 인생에 펼쳐지길 바라나요?

기적은 _______이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기적

: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







"지금의 남편을 만난 게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저에겐 이런 좋은 사람 만난 게 기적이네요."



오늘은 남편분께 이 문자 보여주세요. 화면 안 끄고 흘린 것처럼 스-을쩍. "어휴, 흘렸네?" 하면서 보여주시면 되게 되게 좋아하실 거 같아요.




"특별한것보다 변함없는 평안함이 내겐 기적입니다"


"정년퇴직하고 계약직으로 일하는데

 내년에도 계약직으로 일할수 있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전세 만기가 되어 이사 해야 하는데

 대출받지 않고도 마음에 드는 집이 기적처럼 나타났으면 좋겠네요"


"제 기적은 작가님과 통화한 거! 목소리 짱 예쁘심!!"


그분은 다...다른 분이었다고 합니다. 전화가면 반갑게 받아주시는 분들 많아서 감사해요. 제가 아는데 실제로 명랑하고 또렷한 음성 맞습니다. 근데요, 여러분. 기적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무겁죠? 그런데 커다란 일이 아니어도 좋아요. 생각해보니까 이게 내 기적이었구나? 돌아보니까 기적 같은 일들 분명 여러분께도 있었을 겁니다. 내 인생에 그런 기적같은 순간을 찾아보자고요.




"내 인생에서 최고의 기적 .....

 저를아는 모든 사람들이 키작고, 못생겨서 결혼 못하고 혼자 살거라 호언장담 했는데  

 아내 만나 6개월 만에 28살에 결혼한거 ㅋㅋㅋ

 내가 생각해도 인생 최고의 미스테리이며, 기적이죠"




순위로 따지면 친구 다 이기고 제일 먼저 결혼하신 건가요? 아내분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당신이랑 결혼한게 왜 기적이야, 당연하지~ 하고 생각하시는 건 아닐지. 사랑사랑 내 사랑이야.



"울마누라도 나 만난 걸 기적으로 알아야 되는디ㅋㅋㅋㅋ"



기적이냐 아니냐... 오늘 분위기 보고 좀 물어봐주세요. 저도 궁금하네요.




"7년 전 남편이 사준 빨간 원피스 55가 다시 맞는다면 그게 기적...."



"진하씨, 전 기적이란게 특별히 없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맞아요. 아까 어떤 분이 그러셨잖아요. 아무일 없이 평온-한 거 그것 자체도 우리 삶에 기적이 아닐까 라고요. 이분 말씀에 맞다, 무릎을 칩니다.




"저한테 기적이라하면요 몇년전 송년회날에 여럿이서

로또 사자고 해서 자동으로 한 장 샀는데 5자리가 맞았어요.

친구들과 파티하고 카메라 한대 샀어요.  작은 기적이죠?"




어휴, 큰 기적인데 다섯자리면... 그게 얼마예요? 근데 받아서 같이 푸짐하게 쓰기도 한 거네요. 친구들 모이면 이날 얘기는 매번 매번 할 거 같아요. 올해 송년회에도 사자고 할 듯. 백퍼센트.



"기적이란 네잎클로버를 찾는데 일곱잎이나 되는 클로버를

발견했던 그 순간이 아닐지....

전 세잎클로버에 만족하는데 말이죠"



비유적인 이야기일 것 같기도 하고요. 바라지 않는 것, 생각지도 않은 것을 가지게 됐을 때 '아, 그게 기적이구나' 생각하셨던 거군요.



"하늘에 계신 어머니.

엄마 아들로 태어난게 기적입니다.

사랑합니다."



이곳에 고백을 해주셨네요.

이 마음이 가닿을 수 있다면.






이분도 저랑 같은 생각이네요.


"오늘의 삶이 기적입니다.

 우연인듯 운명처럼 만나는 일상,

사랑받고 있음을 알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가족,

일할수 있는 기쁨을 주는 회사,

마음의 쉼을 주는 이 계절의 풍경..

 이 안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오늘,

지금이 나에겐 기적보다 더한 은혜와 같은 삶입니다"



저희 프로그램 '오늘도'란 이름과 딱 어울리는 생각과 마음가짐을 보내주셨군요.

맞아요, 오늘이 기적입니다.



"저희 가족에겐 결혼 후 7년간의 노력의 끝에 태어난 우리 아들이 기적이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아빠 퇴근하기를 항상 기다리는 우리 아들 사랑한다^^"



돌상인 거 같은데 상위에 올라가있는 우리 '존재가 기적이'의 귀여운 사진도 주셨네요.



"이 시간 기적이란 말을 들으니 제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없는 기적의 연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의 병이 낫는 기적이 꼭 찾아오길.."



"기적!!! 나에게 기적같은일은 직장암4기 를 잘 견디고 지금 끼지 잘 살고 있습니다!!

 이곳 저곳 전이도 되었지만6년 동안 잘 버티고 있는것이 기적!!!"



이분은 기적을 현실로 만들고 계신 분입니다.



"내일 수능보는 수험생이에요! 수험표 받고 집 가는 길에 버스에서 라디오가 나오는데요

 내일 저에겐 그동안의 노력이 온전히 발휘되는 기적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당연한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벌어져야 할 기적, 순간이니까 내일 너무 부담갖지 말고 평소대로

보통의 컨디션대로 잘 보시길 바랍니다.



"지금 숨쉬고 있는 매순간이 기적이란 생각이 드네요?"


"술과 야식을 끊고 조금 일찍 잠들어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나는 것만으로

하루가 참 길고 몸이 참 가벼워졌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변화가 만드는 기적이 떠올라 얼른 전해봅니다."



"밀린 월급때문에 속상하네요.

 사장님이 직접 미안하다고 하는데 회사 사정을 알기에 답답하네요.

 기적같이 미수금 받아서 월급 받았으면 좋겠네요."


"결혼 11년차 40중반에 정말 귀하고 어렵게 찾아온 우리아들~~~

이제 150일된 아들두고 출장왔어요

눈에 아른거리는 아들두고 일이 손에 안잡히네요 ㅎ

요즘 구름위를 걸어다니는 기분이네요. 이게 기적!"


"로또 같은 옆지기를 만난거지요?ㅋㅋ"


"지난 봄 재개발지역에서 쓰레기 더미 속 쓰러진 벚꽃나무 가지를 집에 데리고 왔었어요.

혹시나 살아있을까... 무려 9개월동안 일주일에 한번 물만 갈아주었을 뿐 그저 살아만 있어다오

생각만했는데 글쎄 엊그제 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뿌리겠지요? 감동, 감사를 느껴요.

누군가와 그저 묵묵한 동행 1mm도 안되는 공감

이 경이로운 교감이 제겐 기적입니다."



9개월동안 마음을 쏟은 이분의 행동, 모습이 기적같네요.

남들이람 하지 않았을 시도가 아닐까?

기적을 만들어내신 분이네요.



"40년 전에 이른둥이로 태어난 우리 큰딸.

죽을 고비를 몇번 넘겼는데 의료진들의 사랑으로 기적이 일어났어요

 지금은 결혼하여 아이 키우면서 잘 살고 있지요."


"어릴적 1년 정도 눈이 아예 안보였는데... 갑자기 다시 보였어요.

그 당시 병원에서도 원인을 모른다고 했거든요.

이런게 기적이라면 기적일까요? 지금은 물론 잘보이고요"


"내가 노력한다고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만

언제든 내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

저한테는 지금껏 잘 자라 준 두 딸이 기적 같아요~^^"



역시,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네요



"제 인생 최고의 기적은요

다섯아이를 낳고 키우고도 잘 버티고 있는 오늘입니다..

비록 큰딸은 하늘나라 친정집에서 살고

저는 네 명의 아이들과 지지고 볶고 매일 소리지르며 살고있지만

이리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게 신기하고 기적인거 같아요~~"


"살아가는 모든것이 요즘 제겐 기적 같습니다.

도저히 해결될 수 없을듯 했던 문제들이 하나씩 풀려가고

이제야 다시 큰 숨을 쉬고 바람을 느끼고 햇살의 따스함을

새삼 느끼며 이렇게 살고 있으니까요.."


"기적이란 말을 들으니 특별한것이 없다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지난 1년간 유방암 힘든치료를 이겨낸 것이 기적이었구나 생각이 드네요"






기적을 바라보는건 행복을 보는 것처럼 주관적인 일이구나 싶어요. 내 변화에 따라서 기적처럼 보이고 행 복처럼 보이는거, 이 모든게 마음에 달려있구나 싶네요. 이야기를 읽고 쭉 소개하면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보낸 이야기지만 분명히 하나 통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네요.


누군가의 존재가 기적이고, 우리 삶의 모든 것이 기적이구나, 하고요. 진짜 별 거 아닌 줄 알았는데 이거 어려운 일이었네! 아니 이런 기적이 내게 있었네! 몰랐네! 싶고요. 내가 기적이라고 정의하면 그게 내 인생의 기적이 되는 거, 맞죠? 오늘은 이 시간 지나서도 내 인생에 선물 같은 일, 내가 기적이라 정의하고 싶은 순간들, 꼭 한번 찾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과 기적이란 말은 이렇게 정의해봅니다. 기적은 내가 기적이라고 이름 붙이면 기적이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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