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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진하 Dec 14. 2022

붕어빵을 보고 떠오른다면 그 사람은 내 사람인 것



매일 라디오를 진행하며 그날의 단어 하나를 듣는 이에게 정의해달라 청한다. 이 단어 하나를 계기로 내 인생의 어떤 구석을 잠깐만 들여다보자는 뜻이다. 매일 주제에 맞춰 도착하는 문자는 얼마나 같고도 다른지. 또 얼마나 영화 같고 시 같은 글들이 많은지. 누구에겐 어떤 단어가 사랑인데, 누구에겐 듣기만 해도 슬픔이다. 누군지 알 수 없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생각을 더해 우리만의 정의를 새로 내리는 일의 한 부분을 소개한다. 이 글들은 국어사전으론 담아낼 수 없는, 인생이 반영된 진짜 사전일지도 모른다.





올해 붕어빵, 이미 개시하셨나요?

붕어빵 한 봉지 사들고 집에 갈 때,
폴짝폴짝 뛰고픈 마음이 드는 거
저만 그런 건 아니죠?

식을까봐 동동동 뛰듯이 걷는 거
가슴팍 가장 안쪽에 품고서 가는 거
역시 저만 그런 거 아니죠?

붕어빵은  _______이다.

붕어빵과 관련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붕어빵

: 붕어 모양의 틀에 

  묽은 밀가루 반죽과 팥소를 넣어 만든 풀빵.








붕세권이라잖아요. 붕어빵 지도도 있고요.




"붕어빵은 사랑이죠.

 꼭 혼자 먹으려고 산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꼭 봉투에 가득히 사서 집에 돌아오는

 작지만 따뜻한 기쁨이 붕어빵 아닌가 싶어요~~^^♡♡♡"


"이제 겨울이 오나봐요. 춥네.

 그 옛날 시험 끝나고 겨울바다 갔던 생각이 나네요."



이분, 아무래도 붕어빵 한 마리 하셔야겠어요.



"저 어제 붕어빵 사먹었는데!!

 작년엔 천원에 3개였는데 어젠 2개 천원이고

 붕어빵이 작년보다 작아졌더라구요

 저는 머리부터 먹고 팥이 들어있는걸 좋아합니다.

 팥 좋아해서 팥칼국수나 딜팥죽을 엄청 좋아해서 자주먹고 있어요"



올해 시세가 어느정도 하나 했더니 천원에  개네요?

고물가 시대

우리동네는  싸더라, 아니  비싸더라 

우리 동네 붕어빵 물가 알려주세요.


아, 작년이었던가요?

이름이 '가슴  2천원'이란 건데 붕어빵 가게 알려주는

앱이 있어서 감탄하며 방송에서 소개했었든요.

다들 '가슴  2천원'이란 이름에 

아 뭔가 ‘'하는 감동이 있네, 하며 좋아하셨는데...


오늘 보니까 ( 월급만 ) 물가상승으로 인해 

 앱도 '가슴속 3천원' 되었습니다.

아, 다 오르고 있습니다.



"붕어빵 1000원에 7개 주는곳이 있더군요 ㅎㅎ

 청량리역 앞이었던거로 기억나네요 ㅎㅎ"



가봐야겠네... 언제쯤에 사신 건지?



"붕어빵은 겨울의 서막이죠~^^

 따뜻한 붕어빵 한입물고 사들고 집에 오면 좋아하는 식구들 보면 흐뭇~^^"


"붕어빵은 정이죠,

 그 사람에게 정이 없으면 사들고 갈 생각 안하거든요."



그렇죠. 사더라도 주기 전에 다 먹지.

붕어빵을 사들고 가려면, 사고픈 마음이 들려면

마음 속에 정과 사랑과 우정이 있어햐 하는 것!



"붕어빵은 저와 제 아들입니다.

 사랑들이 저와 아들을 붕어빵이라 부릅니다."



얼마나 닮았는지 봐야하니까 

사진으로 남겨주시겠습니까?(웃음)



"어제 붕어빵을 사왔는데 신랑이

붕어빵은 팥이지 왜 크림빵 사왔냐고 투덜거리더라구요.

오늘은 팥붕어빵 파는곳에서 다시 사오라고해서 조금 이따 사러가려구요~~^^"



착하시네요.

 찾는다고  사다주시고. 같이 살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붕세권에 사시는군요.

 가까이 팥붕어빵, 크림붕어빵도 있는 걸로 추론.


여기 상암동에도 근처에 호떡파는 곳은 있는데요.

미니붕어빵 말고  , 진짜 실한  파는 집은 없어요.


상암동붕세권인지... 아닌지

제가 점심에 더욱 확실히 확인해보겠습니다.




"생선은 꼬리부터죠 ㅋㅋㅋ"


"어두육미죠! 전 항상 머리부터 먹어요.

 제 아들은 팥을 안먹어서 배를 가른 후에

 팥부분은 제가 먹고 팥이 없는 부분만 먹고요 ^^"



여러분은 머리부턴지, 꼬리부턴지?



"오늘은 날이 흐려서 시간이 이렇게   모르고 

 출근이 늦어버렸습니다.

 택시타고가면서 듣고 있는데요~

 어제는 딸아이가 미니 붕어빵 사왔더라구요.

 그걸보면서 겨울이 가까이 왔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여러번 나눠먹는 붕어빵을 

 저는 한입에 덥썩 먹어버렸네요 ㅎㅎ"



미니는 뭐, 한입에 시원하게 먹어줘야죠?



이분은 설마 이 아침에 붕어빵 이미 사신 건 아니죠?



"(사진) 붕세권 자부심 뿜뿜.

 천원에 2개예요.

 불광역 근처에 붕어빵 맛집이!!!"



종이 봉투 위에서 보면 붕어빵 가득  있는거 보이는...

 종이 봉투 사진을 보냈어요. (아침부터 잔인하다)

근데 불광역이라고 하면 너무 넓은데,

우리 중에 분명 누구  거거든요.

구체적으로 알려주시겠어요?



"붕어빵이나 핫팩이나 같은거 아니겠습니까?

 온 몸이 다 따뜻해지니까요."




맞아요.

사들고  때도 그거 식을까봐

품에 안고 오는 달달하고 다정한 분들 있죠.




"여러분, 붕어빵 사가실 때는 봉지입구를 꼭 열고가셔야

 빠삭거리고 맛있어요. 안그러면 축처지고 다 붙어버려요."



"팟붕 슈붕 고민하던 시절이 그리워지네요~

 붕어빵, 잉어빵, 호빵, 계란빵, 군고구마, 어묵, 군밤..

 이제는 쉽게 찾을  없는 겨울을 알려주던 

 따뜻한 단어들 한번 나열해 봅니다.

 파는곳  못찾을  동네 전통시장에 가면

 붕어빵 파는 곳이  있어요.

 올해도 제 살을 담당해줄 예정"




잘... 살 찌우시길




"우리 동네는 잉어빵이 있던데 3마리 천 원입니다..

 근데 붕어빵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네요ㅠ"




글쎄요. ...잉어빵?

모양만 다를  같단 생각부터 드는데.

아시는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붕어빵은 퇴근길에만 볼수 있어요ㅠ"



출근길에도 여는 그런 붕어빵집 없을까요?

그럼 아침 출근길에도 출근하며 들고 갈 수 있으니까!



"붕어빵은... 노란색, 잉어빵은... 황금색일까나"



"잉어빵에는 잉어가 안들어있고 붕어빵에는 붕어가 안들어있습니다 ㅎㅎㅎㅎ "



"잉어빵은 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가 있고 붕어빵은 직선으로 되어 있죠"



"저 제가 너무 궁금해서 차이점 찾아봤어요ㅋㅋㅋ

 붕어빵은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빵이라 그냥 빵인데,

 잉어빵은  반죽에 기름이나 버터, 찹쌀가루 등을 

 넣어 굽는다. 앙금에도 차이가 나는데,

 붕어빵의 경우는 몸통에만 팥 등의 앙금을 넣고,

 잉어빵의 경우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앙금을 넣는다고 

 한다. 우리가 길거리에서   있는 대부분은 

 잉어빵으로, 반죽이  묽고 얇아서 속이  비치기 

 때문에 팥앙금일 경우 안이 까맣게 보이고, 슈크림 

 앙금의 경우 안이 노랗게 보이는 것을 확인할  있다."




아니...  붕어빵인줄 알았는데 

 여태껏 잉어빵을 사먹고 있었던 걸까요?

근데이런 정의는 누가 내리는 거죠?




"요즘 붕어빵은 크기가 너무 작아서 붕어라고 하긴 쫌~

 붕어빵 이라고 하면 성인남자 손바닥 1/2크기는 되야죠!

"송사리 빵" 이라고 불러야 할듯!"





(아효, 우리 송사리 먹고 있었네?)





"붕어빵 잉어빵 호떡 겨울철 특별간식이지만

 우리 집사람은 연애할때부터 국화빵을 제일 좋아합니다,

 이유는연애할때 추억때문이랍니다~~~"


"저희 부모님댁 파주에 갔더니

 10m 사이에 두고 붕어빵 집이 2개 있더라구요.

 결국엔 다 들러서 사왔네요."


"저는 귀농한 딸기농부입니다

 충남 부여 홍산면에는 붕어빵 사장님이 세 분이나 계세요,

 언제든지 쉬는날 없이 따뜻한 붕어빵을 먹을 수 있습니다

 이게 시골의 재미인거 같습니다ㅋ"


"붕어빵~ 이맘때 부터 겨울내 맛난 간식중에 하나죠~

 여긴 수원인데 우리동네는 3개 2천원 하네요~"


"청량리역 5번 출구앞에 70대 노부부가 하는

 행복한 잉어빵 집이 천원에 3개 주는데 아주 맛있어요

 찹쌀가루가 많이 들어 있다고 하네요."


"5호선 종착역 마천중앙시장입구 붕어빵.

 정~말 맛있구요, 한마리에 500원!

 아주머님 친절까지 정말  있어요.

 한번 오시어   보셔요."


"경기 광주시 태재고개 버스 정류장에 3개 2천원요.

 근데 근처에 국화빵이 10개 2천원인가 하는 거 같은데

 따지고 보면 같은 맛인데 국화빵이 양이 더 많아요."


"저는요, 붕어빵 살 때 좀 고르는 편이에요.

 붕어빵 가장자리에 붙은 바삭한 밀가루를 

 오독오독먼저 먹고 바삭한 꼬리부터 먹어요 

 마지막 눈부위는 불쌍하니깐 

 눈 안마주치고 언능 먹어여~~"



아니.... 불쌍하면 먹으면 안되는  아닌가...?

먹긴 먹어야 되니까 살짝 가리고 먹는군요.



"붕어빵 하면 저는 사랑스러운 작은딸이 생각나네요.

 겨울만 되면 붕어빵 사먹는다고 

 주머니에 항상 천원짜리 한장을 챙기며.

 따끈한 붕어빵을 욤욤욤 먹는게 

 너무 행복하다는 내사랑 .

 여의도에서 직장생활하는데 

 여의도에는 붕어빵 가게가 있을까 궁금하네요~"


"저희 동네 3개에 2천원입니다.

 저는 붕어빵 꽁지부터 먹는게 맛있어요.

 어머니가 좋아해서 자주 사왔었는데

 어머니가 안계시니 가끔 조금씩 사오게 되네요.

 부모님 계시는분들은 붕어빵 자주 사서 기쁜 효도하세요


"어릴 적 붕어빵에 붕어가아닌 팥이 들어있는걸 알고

 아버지와 시골장에서 웃던 기억이 나곤합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싶은 하루네요."


"예전에 남동생네 놀러갔는데 초등학교 1학년 조카가

 자기네 학교 앞에서는 붕어빵이 천원에 10개라는 거예요.

  데는 다섯  정도  때였는데, 놀랍기도 하고 

 마침 조카가 먹고 싶다고 해서 손잡고 같이 사러 갔죠.

 근데 정말 할머니 한분이 천원에 10 붕어빵을 

 구워 팔고 계신 거예요. 와아~ 하며 2천원어치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먹었는데 글쎄 붕어빵 안에 

 있어야  그것, 팥이 없더라구요.

 그래도 맛있지, 고모! 하며 정말 맛나게 먹던 조카를 보며

 귀엽기도 하고 왠지 짠하기도 했던 기억.

  조카가 올해 군에서 제대를 하고 열심히 알바하며 

 대학을 다니고 있답니다

 붕어빵만 보면 팥은  들었지만 

 바삭하고 따뜻했던 붕어빵과 조카가 생각납니다"



팥이 있든 없든 10개에  원이니까!

신나게 사먹던 조카의 모습을 떠올리셨군요.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붕어빵은

이걸 함께 나눠먹을 사람터부터 생각하게 하네요.

붕어빵은 정이고 사랑이구나!

 마음도 조금씩 예열되고 있습니다.



"여의도에 근무하는데 여의도에는 없습니다."



아까 그 욤욤욤하고 먹는다는

귀여운  이야기에 대한 답장 같아요.

(나중에 누군가 IFC근처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고척돔 야구장 근처~

 붕어빵 팥은 천원에 3개 슈크림은 2개천원입니다"







이렇게나 동네마다 붕어빵 물가, 시세가 다 다릅니다. 오로지 외길인생. 팥붕어만 파는데도 있는데, 여전히 요즘 대세 슈크림만 해서 파는 집도 있고요. 두 개 다, 이거저거 다 파는 집도 있는 거죠. 아, 그렇죠. 미니도 있고, 잉어도 있고, 붕어도 있네요.


그 어떤 음식보다도 사람이, 존재가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게 붕어빵 같아요. 생각나는 사람 있을 때 사게 되는게 붕어빵이라고 하셨잖아요. 맞아요, 나 혼자 먹으려고 사는 사람보다, 나도 먹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먹자고 몇 개 더 사는 사람이 더 많을 겁니다. 다른 사람 주고 싶은 마음, 챙기고 싶은 마음, 맛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이제부터 '붕어빵 마음'이라고 부르면 좋겠어요. 오늘은요, 길 가다 붕어빵 보면 꼭 사들고 가세요. 붕어빵이 주는 기쁜 사랑, 깊은 우정 나누셨으면 좋겠어요. 오늘의 단어, 붕어빵은 이렇게 정의해봅니다. 붕어빵을 보고 떠오른다면 그 사람은 내 사람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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