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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noc Jan 20. 2019

소설 / 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작가님을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상냥한 폭력의 시대 - 정이현

정이현 작가님을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상냥한 폭력의 시대 - 정이현

요약

일곱편의 단편. 일상 속에 숨어있는 서늘하고, 냉정하고, 건조하고, 잔인한 이야기.


감상

정이현 작가의 단편집. 왜 정이현 작가를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한 편 이제서라도 알게 되어 참 좋다고 생각했다.


도서관 책장을 서성이던 중 제목이 눈에 들어와 덥썩 빌리게 된 책. "상냥한 폭력"이라는 모순된 두 단어의 조합이 참 서늘했다. 그리고 도시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아파트의 차가운 일러스트까지. 그리고 그 책속의 이야기는 표지의 느낌보다 더 상냥한데 차갑고 잔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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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상냥한 폭력

책을 읽는 동안 소름끼치는 순간이 여러번 있었다. 평범한 내용 같은데 그 속에 담고 있는 인간의 비정함, 이기적임, 타인에 대한 질투심과 무관심에 관한 표현들에서 내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타인에게 무관심한 편이다. 하지만 공감은 잘 하는 편이다. 타인에게 무관심하다고 하면서 정에 이끌려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할 때도 많다. 참 모순적이지. 어쩌면 남에게 공감을 잘 하는 것도 타인의 환심을 사기 위한, 내가 어려운 일을 겪을 때 비슷한 위로와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이기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도 상냥하면서도 폭력적이다. 차가운 세상에서의 생존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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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책 속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평범한 이들, 아니 평범해 보이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의 털어놓지 못할 비밀과 냉정함을 지니고 있다. 친부의 살인에 가담했다거나, 자신의 마음에 위로를 주었던 어린 옛 친구이자 자식의 보조교사가 해고되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다거나, 아들의 아이를 낳은 여고생의 소식을 남이야기처럼 듣는다거나, 함께 사는 남편과 집을 사는 과정에서 헤어질 때 복잡해지겠다 라고 생각하는 등 겉으로는 행복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서늘하고 잔인하고 이기적인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런 비슷한 마음을 지니고 살아간다. 나 또한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이야기가 있고, 그 것은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어느 영화의 제목 처럼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아무 일 없었던 것 처럼, 평범한 척 살아간다. 우리 모두가 평범할거라 믿으며, 나 또한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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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함을 들여다보게 되는 이유

소설 뒤에 붙어있는 해설에서 이야기하는 것 처럼 어떤 소설은 우리를 다른 세상으로 이끌지만, 어떤 책은 읽는 내내 나를 삶 한 가운데로 가져다 놓는다. 이 책이 그랬다. 삶 속에 일어날 법한 일이라, 나도 소설 속의 상황에 놓이게 되면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아서 더 소름이 끼쳤는지도 모르겠다. 내 속의 폭력적인 생각들을 이 책이 툭툭 건드리는 것 같았다.


나는 잔인한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그런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간 마음의 잔인함을 그린 이 책을 읽으며 혹시 인간은 자신이 실행하지 못한 잔인한 행동과 생각들을 보고 읽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서늘하지만 그 점이 이 책을 놓지 못하게 했다.


정이현 작가의 책을 좀 더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상냥한 폭력의 시대>를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원망하기 위해서, 욕망하기 위해서,
털어놓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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