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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늦게 들어온 동료가 먼저 승진했다

인식 관리 = 커리어관리

by Jaden


회사에서 일은 잘하는데,

왜 평가는 그만큼 나오지 않을까?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업무성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점이 온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내가 '무엇을 했는가' 보다
'어떻게 보이는가'를 먼저 판단한다.


이게 바로

Perception Management

인식 관리다.



1. 나보다 늦게 들어온 동료가 먼저 승진했다


중간 평가 결과를 받던 날


프로젝트 4개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목표치도 달성했고,

팀원들과 관계도 좋았는데...

평가는 예상보다 한참 낮았다.


매니저에게 물었다.

"뭘 잘못했나요?"

그때 들은 한 마디로 내가 크게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You need to know that people have a perception of you."

(사람들이 너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알아야 해)


더 충격적인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나보다 1년 늦게 팀에 들어온

스패니쉬 동료가 먼저 승진했다.


프로젝트 숫자:

나: 4개 / 그 동료: 1개


일반적인 근무 태도:

나: 묵묵히 문제없이 일함 / 그 동료: 회의 때마다 적극 질문 하고 발언


이해가 안 됐다.

분명 내가 더 많이, 더 오래 일했는데....



2. 그 동료가 한 것, 내가 하지 않은 것


그 동료를 관찰해 봤다.


그는

매니저가 고민하던 문제를 정확히 읽었고,
그 문제를 푸는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했고,
매니저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엑셀을 좋아했다) 자료를 만들고 보고했다.


나는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해냈지만,
매니저 눈에 띄는 액션은 없었고,
내 방식대로 일했다.


결국 더 강하게 기억된 사람은 그 동료였다.


그리고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면
실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Manager Fit, 매니저 적합도의 문제였다.


그 동료는 매니저가 가장 불안해하는 부분을 알고

매니저를 도와주는 일을 했고


나는 주어진 일을 잘하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믿고 일한 것이다.


따라서 승진은

기본 인식 (perception) + 매니저 적합도 (manager fit) 가 높은 그에게도 돌아갔다.



3. Perception Management 란 무엇인가?


인식 관리(Perception Management)란
내가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해석하는가를 관리하는 것이다.



회사 평가에 '느리다'라는 항목은 없지만

매니저 머릿속엔 있다.


그리고 그게 더 중요하다


프로젝트 4개를 했어도

회신 속도가 느리면 일은 잘하는데

좀 느린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고


프로젝트 2개뿐이지만

회신 속도가 신속하면

일 잘하고 빠르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뉴욕 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하며 깨달은 진실:

팩트 < 인식


그리고 그 인식은 대부분

“매니저가 관리하기 편한 사람인가”로 귀결된다.



4. 인식을 바꾸자 평가가 바뀌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인식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에 자연스럽게 배이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수학 공식처럼 접근하기로 했다.


어떤 업무를 맡든
의도적으로 이 4가지를 반복했다.


1. 상사에게 중간 진행 상황 공유: 보이지 않으면, 안 한 것이다.

2. 신속한 1차 답변: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라도, 일단 '확인 후 바로 보고 하겠다' 등 신속 답변하기. 내 경우 정확한 회신을 하기 위해 답변이 느린 경우가 종종 있었다.

3. 업무 회의에서 최소 1줄 발언: 존재감은 말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다

4. 모를 때 즉시 질문: 배우려는 태도는 가장 빠른 성장 신호다


3개월쯤 지났을까.


매니저의 피드백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너는 업무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운영해.”
“이 프로젝트는 네가 맡는 게 맞겠다.”


그때 알았다.

나는 ‘일 잘하는 사람’이 되려고 했지만,

매니저가 원한 건 ‘관리하기 쉬운 사람’ 이었다는 걸.


그래서 매니저의 적합성이

높은 직원이 되는 걸로 목표를 바꿨다.



5. Manager Fit 을 설계하기


그다음 단계는 명확했다.

매니저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일의 구조를 바꾸는 것.


그다음으로 내가 고정적으로 한 일은:


1. 개인 면담을 확보해 매니저가 요즘 가장 고민하는 게 무엇인지 듣고

2. 아이디어는 완성도가 낮아도 일단 먼저 방향을 제시 혹 공유하고

3. 매니저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결과물을 정리했다.


Manager Fit은 성격이 맞는다는 뜻이 아니다.


매니저 입장에서

“이 사람에게 맡겨도 사고가 나지 않겠다”
라고 느끼게 만드는 기술이다.


그리고 3개월쯤 지나니,


부서 임원 레벨에서 내 이름이 언급되기 시작했고,

매니저는 나를 임원 미팅에 동석시키기 시작했다.


업무량은 줄었는데,
연말 평가는 오히려 올라갔다.


나는 ‘리더십 잠재력이 있는 인재’로 분류되었다.

더 똑똑해져서가 아니었다.

매니저의 인식 속에서
내가 안정적이고 편리한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6. 인식 관리 = 커리어 관리


Perception은 진실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가 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다.


조용히 일하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승진하는 이유도,


일은 잘하는데
계속 제자리에 머무는 이유도,


인식 관리 능력의 차이일 수 있다.


성과가 좋아도,
리더십 잠재력이 있어도,
기여도가 높아도,


매니저가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으면
커리어에 제동이 걸린다.


그리고 그 인식을 바꾸는데 시간이 걸린다.



7.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


예전의 나는

묵묵히 일만 잘하면 알아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회사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았다.


능력만으로도 부족했고,
성과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다.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
그 인식이 먼저 만들어지고,
그다음에 평가가 따라왔다.


중간 관리자가 되는 과정에서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나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동료들은 먼저 올라갔고,
나는 같은 자리에서 답답해했다.


회사는 성과를 평가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에 대한 ‘해석’을 먼저 평가한다.


이 글이 예전의 나처럼
묵묵히 일만 하며 버티고 있는

누군가에게

조금 더 빨리 회사의 언어를 이해하는

힌트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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