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화낼 줄 몰라서 안내나?
학원 선생님은 의외로 감정노동입니다. 학원생활 13년 차가 되면, 별의별 일을 겪게 됩니다. 여러분이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갔을 때, 만족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받거나, 무시받았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그럴 때면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기 사장님 좀 불러주세요.
굉장히 부드럽게 이야기했지만 때로는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합니다. "사장 누구야? 사장 나와!" 학원에서도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납니다. 학교 선생님을 꿈꾸며, 선생님이라면 존중받고, 존경받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를 때도 많습니다. 영어단어 play를 '놀다'가 아닌 '연극'이라고 쓴 아이 시험지를 채점을 잘못했고, 아이가 상처 받았다고 십 센티와 개나리를 찾는 부모님께 사과했었습니다. 학원에 처음 오는 날 셔틀버스 기사님이 신규생을 놓치고 학원에 온 적도 있었습니다. 그날 학생 아버님은 화가 나셔서 학원으로 오셔서 우리 아이를 무시했다며 화분을 던지셔서 캐치볼을 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학원은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납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면 선생님들은 눈물 흘립니다. 그 선생님들을 다독이고, 대신 멱살 잡히고 욕먹는 것도 해야 할 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그렇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오늘따라 집중 못해서 진도를 마무리하고, 수업을 5분 정도 일찍 끝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5분만큼 수강료를 환불해 달랍니다. 여태까지 딴짓하던 녀석이고, 너 때문에 일찍 끝낸 건데 말이죠. 시험기간에 열심히 공부하는 녀석들이 안쓰러워 도시락 배달시켜주고,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사 와서 입에 물려줬습니다. 시원한 거 먹으면서 잠도 깨고 힘내서 더 하기를 바랐으니까요. 그때 한 아이가, 배스킨라빈스 아니면 아이스크림 안 먹는답니다. 이럴 때면 저도 사람이라서 화가 안 날 수가 없습니다. 저 녀석들의 저 입을 정말 꽤매버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 어른이고 선생님입니다. 아이들 앞에서 화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속병도 생깁니다.
화를 내지 않는다고 하지만, 제 마음에 쌓인 화가 어디로 사라질까요? 얄밉게 구는 녀석은 계속 저를 괴롭히는데요. 그럴 때면 저도 모르게 제 감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답니다. 공격적이고 차가운 말투로 나옵니다. 그런 날이면 곧 후회하게 됩니다. 어떤 경우는 바로 학부모님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러면 저는 또 죄송하다고 고개 숙여야 합니다. 학교에는 이렇게 전화를 바로 하시는 부모님이 거의 없습니다. 학원은 매일 있습니다. 그래서 학원 선생님이 되려면 감정과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요즘 읽기 시작한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를 보면 기분과 태도는 별개라고 합니다. 내 기분이 별로여도, 선생님이라면 좋은 태도를 보여주려고 해야 합니다. 그렇게 노력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제 기분까지 알아차리고 맞춰주지는 않으니까요. 여러분의 감정은 여러분의 책임입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태도는 체력에서 나옵니다. 오늘 수업이 4개가 있는 날이면, 체력이 떨어지는 마지막 시간에 가장 예민해질 수 있는 시간입니다. 평소 같으면 귀엽게 보이고 넘어갈 사건들이 신경을 거스르는 일도 이때 일어납니다. 결국 아이에게 모진 말을 할 때도 생기고, 그럴 때면 표정이 굳은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학부모님의 컴플레인에 더욱 힘이 빠집니다. 이런 일을 줄이려면 선생님은 체력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비밀창고 하나씩을 가지고 있습니다. 체력과 당이 떨어질 때 보충해줄 여러 가지 간식들입니다. 너무 바빠서 밥 한 숟갈, 화장실 한번 조차 가지 못한 날, 안 되겠다 싶을 때 이 창고문을 열고, 재빠르게 초콜릿 하나를 입안에 넣습니다. 그런데 이럴 때면 또 한 녀석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피 같은 제 간식을 내놓으라고 한답니다.
그래 먹어라.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단다.
그래도 추워지는 날씨에 몸이 으슬으슬하다가도,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열이 오르고 기운 나는 사람이 선생님입니다. 힘들고 쓰러질 것 같은데도, 수업만 시작하면 이상하게 힘이 샘솟는 사람이 선생님입니다. 그런 사람이 선생님을 계속합니다. 너무나도 순수해서 때로는 악마 같은 말과 행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상처도 받지만, 또 천사 같은 아이들에게 힐링받고 기운 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계속 가르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계속 선생님으로 남고 싶다면, 여러분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법, 말과 행동으로 나오지 않도록 연습해야 합니다. 저와 같은 생각이라면 가볍게 볼 수 있는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게>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