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밀리 Aug 13. 2024

우리 모두의 탄생 신화

나도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근무시간 중 아이들에게 전화가 온다. 살짝 구겨진 미간으로 그러나 목소리는 '솔'톤으로 세상 반갑게 전화를 받는다.

TV를 보고 싶다.

친구랑 놀겠다.

아니면... 누가(쌍둥이 자매)가 저 때렸어요...

민원성 일 때가 많다. 어찌하리. 해결을 못해줄 때가 많고 통제가 안될 때가 더 많다.

상황을 받아들이고 아이들의 요구가

사회적으로 도덕적으로 그리고 관습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그러라고 한다.  숙제 같은   문제에는 치사에게 후렴을 붙이곤 한다. 네 숙제지    내숙제 아니고 안 해서 겪을 고통은 네 몫이라고.


아이들을 가질 때의 마음을 생각해 보면  동기가 불순했다. 누가 봐도 중산층 가정의 요건을 갖췄으니 예쁜 아가 하나 있음 그림이 완벽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림이 완벽하다 아니다는 남의 시각인데 아이를 키운다는 것의 의미를 몰랐다.

한 사람의 인생을 끝없이 지지하며 묵묵히 지원한다는 것. 그 일이 얼마나 극기훈련인지 알았더라면 나는 내 그릇부터 체크했을 것이다. 이 작은 그릇에 아이 둘을 담았으니 허덕대면서 힘든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힘들고 화가 나 세상에 대한 분노에 가득 찼었다. 사회에 대한 분노를 잠재워 준건 아이들이 준 사랑이다.


자고 일어나니 핸드폰에  써져 있는 사랑의 메시지.

자기 전에 잘 자라며 나에게 보여주는 염화미소.

그리고 엄마는 단점이 없다는 근거 없는 칭찬.


자식이 아니라면 해줄 수 없는 사랑으로 지친 마음이 달래진다.


아이들이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듯 나도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음을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낀다.

행운처럼 찾아오는 그런 순간들이 타인의 인생에 지대하게 관여한다는 부담을,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잠시 내려놓게 한다.

물론... 매일 매 순간은 아니다.

육아의 99%는 땀과 눈물 1%가 영광이므로.

작가의 이전글 우리 모두의 탄생 신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