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 끝자락에 하는 자기 반성
빅토리아 베이커리의 도넛을 처음 만났을 때, '와, 도넛이 부드러운데 쫄깃하고 안에 든 크림은 단데 이렇게 담백하게 다가온다고?'라고 생각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게다가 그 파란색 로고가 어찌나 이쁜지 사고 나올때마다 포장지를 들고 사진을 찍어댔다. 포장도, 생김새도, 맛도 예쁜 도넛. 그렇게 빅토리아 베이커리 도넛에 빠져 매주 토요일이면 하남에서 성수로 체크인했다.
그리고 나의 두 번째 도넛은 올드페리도넛.
매우 볼륨감있고 예쁜 도넛. 이 가게에 찾아간 건 맛에 대한 평을 들어서가 아니라 이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sns때문이였다. 어찌나 감각적인지. 도넛인지 오브제인지 모르게끔 찍은 사진과 힙한 굿즈들. 게다가 맛까지 좋아 5천원이 넘는 가격에도 자주 사먹었다.
그러다 우연히, 노티드를 발견해버렸는데-
행복을 불러일으키는 스마일과 핑크색 몽글몽글 곰돌이. 몽글몽글 크림으로 가득찬 도넛을 먹으면 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이는 곧 대량 구매로 이어지게 되었다. 회사에서 가까운 삼성에도 있고, 압구정에도 있고, 여러 업체와 콜라보를 하니 접근성도 좋고,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해서 서서히 노티드의 도넛에 올인하고 있을 무렵-
회사 근처에 더블유 스타일이라는 도넛가게가 생겼다. 매우매우 볼륨감있고 매우매우 인스타그래머블하게 생긴 도넛. 캐러멜 팝콘이 붙어 있거나, 크림이 토끼처럼 올라가 있기도해서 눈을 즐겁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맛도 있다. 게다가 가게도 이쁘다. 심슨에 나오는 라즈베리 도넛츠가 떠올려지는 핫핑크색 건물에 도넛 간판, 계단을 올라오면 마주치는 예쁜 도넛. 그 한 켠에는 레트로란 소품들. 꿈과 희망의 나라에 온 것 같았다.
도넛 이야기를 한 이유는 갑자기 뜬 인스타그램 피드의 새로 생긴 도넛 가게를 봤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맛은 다 상향 평준화되어있다. 프랜차이즈화된 가게들도 있어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비단 도넛뿐만 아니다 카페도 마찬가지. 에스프레소 바도 처음에는 특정 한 곳을 가야지만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꽤나 빈번히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새로 생기는 곳들을 보면 물론, 그 아이템을 사용하는 곳은 많지만 '컨셉'으로 차별화를 두고 있다. 우리에게 오는 대상은 누구일지, 그 사람들은 어떤 컨셉을 좋아할지, 그리고 우리가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아이덴티티가 무엇일지- 많은 고민을 하고 똑똑하게 오픈하는 것 같다.
이 생각을 하면서 많이 반성했다. 나만 너무 내가 다루는 아이템이 흔하고 차별성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 안에서도 분명 다르게 가져갈 수 있는건데 고민조차 멈추고 불만만 가진 것 같다. 이는 물론, 지친 내 심신에서도 기여한 생각이지만서도..
이 연휴가 끝나면, 다시 내 아이템을 돌아봐야지. 나도 도넛가게들처럼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컨셉을 찾을 수 있을거라거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