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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Jan 10. 2023

첫 투자는 원래 망하는 거라면서요

코인, 주식에 이어 부동산 투자 너마저

2021년 5월, 3억 5천에 샀던 집이 몇 달 만에 4억 5천이 되었다. GTX 개통 소식 덕분이었다. 초년생 시절의 뼈아픈 실수로 날려 먹은 내일채움공제 1,000만 원, 코인으로 날려먹은 몇 백만 원, 주식 투자로 잃은 또 몇 백만 원을 합치면 어우 1,500만 원은 되는데, 이렇게 빨리 1억을 벌 수 있다니.


팔고 싶었다. 세금을 왕창 뜯기더라도 투자수익을 '당장' 손에 쥐고 싶었다. 그래도 1년 보유와 2년 보유 그 사이의 양도소득세(팔 때 내는 세금) 차이가 너무 커서 급한 성격을 죽이고 조금만 더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역시 인생은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 그 사이에 미국 기준 금리가 4.5%까지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했다. 동쪽 변방 국가가 뭐 그리 대단한 힘이 있겠는가. 한국은행도 미국을 따라 꾸역꾸역 기준 금리를 3.25%까지 올렸다.


우리나라가 예로부터 서러운 입지에 힘도 없어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다는 건 익히 배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늘 제로 금리와 마이너스 금리 우려 사이의 세상만 살아본 나로서는 바다 건너 미국 아저씨들 입김이 이렇게 강력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온몸으로 느낀다.


다시 내가 샀던 3.5억에 팔리는 물건이 생겼다. 이젠 얼마 벌 지가 아니라 얼마를 잃게 될지를 계산해봐야 한다. 양도세가 아니라 이미 지불한 복비, 취득세, 법무 비용, 재산세를 확인해봐야 했다. 날아간 생애 첫 주택 혜택도.


혹자는 말한다. 팔지 말고 버텨야 한다고. 하지만, 지난 코인과 주식 투자 실패에서 배운 것은 하나다. 손실을 확정하는 것이 무서워서 눈을 감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마지막 기회라고. 백만 원 투자했던 중국 코인이 그렇게 -30%에서 -90%로 떨어졌고, 이천만 원 투자했던 주식이 그렇게 -30%까지 빠졌다. 부동산은 그 열 배가 넘는다. 당연히 언젠가 회복하겠지만, 그때까지 내가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까?


부동산에 전화했다. 내가 산 가격에라도 팔겠다고. 이번에도 수업료가 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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