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 눈이 내렸지. 그래서 너는 눈이 내리는 날이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아서 무작정 차를 몰아야만 했고. 몰려오는 추억에 어지러워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감당할 수 없는 슬픔에 압도당해서 차를 몰다 죽어버려도 전혀 고통스럽지 않을 것 같았어.
아이러니하게 하얀 눈 내리는 풍경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며 겨울을 제일 좋아했는데 말이야.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왜 그렇게 아파해야 하는 거지?
눈이 내리면 그의 눈빛이 '탁' 소리를 내며 심장에서 켜지고, 꽉 쥐어짜서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어.
'제발 나를 데리고 어디든 도망가줄 수 있어?'
네가 물었고, 원한다면 아무도 찾지 못하게 꼭꼭 숨겨주겠다고 했지. 깜깜한 밤을 달려 도착한 바닷가에 누워 수천 개의 별들이 우릴 향해 쏟아지는 모습을 보며 너에게 말했어.
'포기하지 않고 살아줘서 고마워.'
너는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어.
너를 더 이상 숨겨줄 수가 없을 거 같아. 작은 내 가슴에 아무리 숨겨보려 해도 아픈 시간을 견뎌낸 너의 영혼이 저 별처럼 황홀한 빛이 자꾸 새어나가 버리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