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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감치는북마녀 Feb 22. 2022

웹소설, ‘웹’에 가장 가까운 물리적 서사 글쓰기

웹소설 글쓰기 강의 출판시장 분석 칼럼

�시장은 유기적으로 변화하기에 칼럼을 썼던 시점과 비교하여 현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편집부에서 본 최종교정디자인본이 아니라 오탈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추후 발견 시 수정하겠습니다.


웹소설, ‘에 가장 가까운 물리적 서사 글쓰기   

북마녀 | 웹소설 유튜버 & 편집자

  

스마트폰으로 소설을 읽는 사람들

절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현 시대에서 웹소설은 수많은 유료 텍스트 중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서사를 가진 스토리 중에는 단연코 선두에 설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뛰어나다. 웹소설은 웹 매체의 발전에 따라 전통적인 글쓰기의 기본을 베이스로 하면서 형태적으로 많은 변화를 추구하게 되었다.  


웹소설의 주류 장르는 로맨스, 로맨스판타지, 판타지, 현대판타지, 무협, BL이다. 사실 로맨스와 판타지 장르들은 전부 과거 도서대여점에 장르소설이 깔리던 시절부터 많은 독자들이 향유했으며, 그 장르들이 그대로 웹소설 시장에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BL의 경우는 폐쇄적인 플랫폼에서의 연재 후 개인 출판 형태로 유통되다가 웹소설 시장의 성장과 함께 빠르게 시장에 진입했다. 로맨스판타지는 대여점 시절 존재하지 않았던 후발주자이지만 현재 웹소설 시장에서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장르다.


문피아, 조아라, 네이버 웹소설 코너 등의 플랫폼들은 웹소설 시장의 기반을 만들어주었다. 무료 소설을 읽고자 하는 수요와 독자에게 자신의 소설을 내보이고자 하는 공급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연재 플랫폼이 만들어낸 작가 인프라와 독자 풀은 어마어마하며 현재진행형이다.    


반면 종이책 일반문학 독자와 작가들은 생각이 달랐다. 독자들은 종이책이 주는 공감각적 감성 및 실물 소장 욕구의 충족을 유지하고 싶어 했고 작가들은 전자책으로 인한 종이책 매출 감소를 두려워하여 전자책 계약을 부담스러워 했다. 계약을 못 하니 전자책으로 나온 책이 별로 없고, 전자책을 보려는 사람 눈에는 상품 구성이 부족하다. 일반서 속 문학 시장이 이 악순환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이, 웹소설 장르들은 그야말로 ‘웹’을 장악하게 된다. 


한때 잘나가던 도서대여점은 ‘굳이 소장하고 싶진 않지만 읽고 싶은’ 아이러니한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문화 산업이었다. (물론 작가와 출판사가 얻을 수 있는 저작권료 문제가 발생하기는 하나, 이 문제는 본글의 주제와 벗어나니 넘어가자) 이 심리가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에 도서대여점에서 장르소설을 빌려 읽던 독자들은 무료 연재 플랫폼에서 신인작가들의 글을 읽고 유료 플랫폼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액을 지불하고 소설을 읽는 소비 행위에 쉽게 적응했다. 또한 스마트폰의 발전과 더불어 주류 플랫폼의 발빠른 어플리케이션 개발 및 기능 개선을 통해 웹소설 독자들은 스마트폰 독서에 빠르게 익숙해졌다.     

 

’, 매체의 물리적 특성

이 물리적 환경 조건은 웹소설 글쓰기와 웹소설 시장이 돌아가는 구조에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우선 핸드폰이 아무리 크다 한들 사람 손바닥보다 크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보다 크다면 휴대성과 기능성을 동시추구하는 스마트폰의 특성을 잃고 만다. 이렇게 좁고 작은 화면에 텍스트가 뿌려진다는 사실은 종이책과는 확연히 다른 독서 환경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이책에선 판형의 문제가 있을 뿐, 문단의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 문단이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더라도 이 구조를 읽기 힘들어하는 독자는 없다. 문단을 너무 잘게 나누면 들쑥날쑥한 디자인이 되어 오히려 배제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같은 문단 구성의 텍스트를 핸드폰으로 읽는다면 독서력과 관계없이 모든 독자가 시각적, 심리적 피로감을 호소하게 된다. 


둘째, 핸드폰으로 책을 볼 수 있다는 건 언제 어디서든 독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웹 매체 기반의 작품은 극단적으로 직장인의 담배 타임에서도, 만원전철에서도 타인의 시선과 불편 걱정 없이 폰만 꺼내들면 바로 독서를 시작할 수 있다. 이렇게 짬짬이 독서가 가능한 독자들은 필연적으로 더욱더 많은 작품, 더 빈도 높은 연재를 기대하게 된다. 


셋째, 웹소설 시장은 연재 출판과 단행본 출판으로 나뉘어 있으며, 양쪽 모두 플랫폼에서 ‘미리보기’ 개념의 무료 분량을 제공한다. 이는 당연히 스토리가 시작되는 도입부가 된다. 연재 출판의 경우, 독자는 언제든 구매를 멈출 수 있다. 때문에 작가는 독자의 연독률을 높이기 위해 서사를 계속 재미있게 끌어나가야 한다. 단행본 역시 3~10% 정도의 미리보기 분량 안에 독자의 구매욕을 상승시켜야 하는 문제를 맞닥뜨린다. 


이러한 시스템 탓에 웹소설 작품은 무조건 앞부분에 임팩트를 만들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잔잔하게 시작하고 후반부에서 강한 임팩트를 쳐 준다는 전략이 불가능한 것이다. 뒤로 갈수록 재미있어진다는 후기도 존재하기 힘들다. 앞부분이 약하면 웹소설 독자는 아예 구매를 하지 않기 때문에.


플랫폼과 출판 방식이 다르더라도 웹소설 시장 안에 속해 있다면 이를 지켜줘야 시장에서 살아남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때문에 많은 웹소설 작품들이 어느 정도 자극적인 스토리텔링의 양상을 띠게 된다.   

   


플랫폼 특성에 따른 형태적 변화

현재 웹소설 시장에서 가장 기본적이고도 실무적으로 효과적인 데뷔 및 출판 루트는 무료연재 코너에서 인기를 끌다가 유료 출판으로 넘어가는 구조다. 무료 연재 웹소설 플랫폼들의 초창기 뷰어는 그다지 깔끔하지 않았고 어플이 없는 경우도 존재했다. 그래서 작가들은 가독성을 위해 문장마다 행갈이하고 엔터로 여백을 많이 주는 방식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무의미한 행갈이는 출판사 계약 후 퇴고와 편집 작업을 통해 없어지기 때문에, 출간된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다. 몇 개의 문장을 모아 다시 문단으로 만들어 출간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런데 이미지 파일 형태로 뷰어를 세팅한 카카오페이지가 웹소설 시장을 견인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hwp에서 추출한 이미지를 ‘컷툰’처럼 옆으로 넘기는 구조에서는 소비자가 폰트 크기와 행간을 조절할 수 없다. 이것은 조절 기능이 기본적으로 탑재된 이펍(epub) 뷰어를 채택한 플랫폼들과 확연히 다른 점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이중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카카오페이지의 시장 진입 초기 불편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기다리면 무료’ 프로모션이 크게 성공하면서 작가와 출판사는 카카오페이지 유통 시 최대한 가독성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원고에서 멀쩡히 붙어 있는 문단을 해체하거나 문장마다 행갈이를 하는 편집 업무가 카카오페이지 유통을 위해 발생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2010년대 말 즈음에는 충분한 가독성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는 인식이 커져 카카오페이지 뿐만 아니라 다른 플랫폼에 들어가는 파일 역시 여백을 충분히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출판사들의 정책이 자리 잡게 되었다. 물론 이는 작품과 작가, 출판사의 정책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양상을 띤다.


이처럼 스마트폰이라는 물리적인 독서 환경의 한계로 인해 웹소설 글쓰기의 물리적 특징이 나타나게 되었다. 웹소설이 모바일 가독성을 높이는 방법은 여백을 충분히 만드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 문장을 짧게 쓰고, 문단 너비를 좁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문장의 길이와 문단의 너비는 상관관계가 깊다. 문장을 길게 쓰는 사람은 문장마다 엔터를 치지 않는 이상 문단의 너비를 좁게 만들 수 없다. 다만 여기에는 작가의 필력이 크게 작용한다. 웹소설의 평균을 넘어서는 문장 길이와 문단 너비를 쓰더라도 잘 쓰인 스토리에 독자들이 말없이 끌려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한 장르에 따라 독자들이 딱히 물리적인 여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단행본 위주로 흘러가는 BL 및 19금 로맨스는 이 특징에 구애받지 않는다. 타 장르의 평균에 비해 문장의 길이가 긴 편이고 ‘벽돌’같은 문단 너비가 그대로 유통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2탄으로 이어집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기획회의> 540호(2021.7.20 발행) 특집 '새로운 쓰기의 탄생' 기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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