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받아도 괜찮아요

증정품. 안받아도 되잖아요

by 리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마트에 커피믹스를 사러갔다.

50개들이보다 100개가 더 저렴하다는 말에, 어차피 유통기한도 길고 하니 잘되었다 싶어 100개를 샀다.

그런데 100개짜리가 담긴 커피믹스 옆에 텀블러 증정품이 붙어 있었다. 플라스틱으로 된 것이었는데, 나에겐 필요없어서 이거 떼달라고 했다.

"이거 떼고 커피믹스만 가져갈게요"

"아니 왜? 공짜로 주는건데요"

"아, 저는 집에 텀블러가 많아서요. 쓰던것도 있어서 없어도 됩니다. 아님 저 대신 쓰세요~"

"아이고 공짜로 주는건데 왜 마다해요? 아니면 주변에 친구나 엄마 갖다 드리면 좋아하시겠는데"

"아닙니다. 친정에도 많고, 친구들도 다 자기 쓰는게 있어요"

더는 실랑이 하기 싫어서 내가 톡 뜯어서 텀블러를 드린 후 "수고하세요"하고 나오니 내 뒷통수 너머로 "아유 공짜로 준대도 싫다니 요즘 사람들 보면 참 물건 아까운줄 몰라"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나보고 가져가라 해놓고 정작 본인에게 주니 싫은 모양인가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돌아섰다.


나는 대형마트를 잘 가지 않는다. 채소나 과일은 하나로마트에 가고, 고기는 정육점, 그 밖에 부식 같은 것은 동네에 저렴한 탑마트에 간다(이름만 마트지 좀 크기가 큰 슈퍼마켓이다) 하나로마트 과일과 채소는 일명 '노지'것들로 일반 마트의 것보다 신선함이 오래간다. 원산지 뿐 아니라 어느 농부가 만들었는지도 기입되어 있다. 거기다 양도 딱 1-2인분 정도고 그만큼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대형마트는 물건은 다양하지만 더 싸진 않다. (세일 등으로 싼 것도 있지만) 거기다 대형마트에 가면 '증정품'이 참 많다. 1+1도 많고, 음료를 사면 컵을 주고, 각종 에코백에 타포린백, 아이스박스 등 종류도 많다. 예전엔 귀엽고 한정판이란 유혹에 '증정품'을 사려고 물건을 산 적도 있다.


하지만 증정품으로 딸려 온 제품 치고 멀쩡한(!)것이 잘 없고 뭔가 어설픈 것들이 많았다. 1+1으로 나온것 중엔 유통기한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증정품과 본품의 유통기한이 다른게 파다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공짜로 준다는데'싶어서 받아온 적이 많았는데, 결국은 쓰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쳐박아두기 일쑤였다.

그래서 증정품이 있는 것은 되도록 사지 않거나 필요없다 싶으면 두고 온다. 쓰레기봉지나 행주 같은 생활용품은 가져온다.


"내가 일주일 안에 사용할 만한 것인가"를 기준으로 두니 오래 고민하지 않고 거를 수 있다. 개중엔 앞서 겪은 일이 생기기도 한다. 억지로 떠넘기면 한바퀴 돌고 두고온다.

본인들도 달갑지 않은가? 그럴거면 왜 떠넘길까 싶다.


오늘도 음료세트를 사니 작은 사이즈의 텀블러가 붙어있었다. 테이프로 어찌나 감아놨던지 뗄수도 없다. 어쩌지 싶던 차에, 마침 마트직원이 증정품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어서 그냥 본품만 하나 가져가겠다고 했다. 필요하심 저 텀블러 가져가세요 하니, "아유 나 마침 필요했어 고마워요"한다. 꼭 필요한 이에게 '증정'해주고 오니 기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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