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패션이 곧 환경을 지키는 일이다
(*여기서는 '구제패션'을 '빈티지'라고 쓰겠습니다)
흔히 '구제'라고 말하는 '빈티지 패션'.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지만, 여전히 편견과 오해가 많다.
내가 빈티지에 빠진이유는 딱 두가지. 하나는 나에게 맞는 사이즈가 꽤나 많다는것(선택의 폭이 넓다). 그리고 두번째, 생각보다 내가 화려한 옷이 잘 어울렸다는것. 내 취향의 색감과 무늬, 스타일의 옷이 다양하다. 거기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환경보호 위해서인데, 몇년전 패스트패션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충격에 빠진 이후 정말 특별한 사유가 아닌 이상 빈티지옷을 사입는다.(속옷은 위생상 새걸 사입음) 빈티지옷에 빠진지 햇수로 10년째. 그동안 숱한 이야기를 들었다. 멋쟁이고 개성이 넘친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돈이 없어서 남이 입던 옷 사입냐?"는 조소도 들었다. 10년 전엔 빈티지(구제)라 함은 부산이나 대구 등지의 큰 구제시장만 떠올렸는데, 지금은 온라인샵도 많고, 오프라인에서도 어렵지 않게 빈티지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빈티지를 접할 수 있는데, 그래도 늘 따라붙는 질문들이 있다.
첫번째. 빈티지는 찝찝하다.
흔한 괴담의 단골 이야기. 그 유명한 리바이스청바지 이야기(구제시장에서 리바이스 청바지를 샀는데, 그 안에 정말 옛날 학생증이 있었다. 그 후 사진속 남자가 꿈에 계속 나온다는 이야기), 옷을 사고 나서 가위에 눌렸는데, 나중에 옷을 세탁하려고 보니 피가 묻어 있었다 등등. 오죽하면 무속인 중 하나는 "구제옷 사도 스팀세탁 한번 하면 귀신도 뜨거워서 도망갑니다"는 우스갯 소릴했을까.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도 있지만) 부산 진시장, 대구 관문시장에 가면 옷을 허드레로 쌓아놓고 개당 1천원, 2천원씩 했다. 그래서 쪼그려 앉아 찾는 재미가 있었고, 그걸 다 감안하고 샀다. 누가 입었는지 알 수 없어 찝찝하고, 특히나 죽은 사람의 유품인 경우도 많지 않냐고 한다.
어차피 내가 세탁을 다 해서 입고, 죽은사람이건 아픈사람이건 내가 모르니 알게 뭐냐. 영 못입겠다 싶은 옷이 아닌이상 멀쩡한 옷에 굳이 그런 서사를 붙여서 찝찝할 필요 있겠냐 싶다. 더러워서 못입겠다는 사람도 있다. 요즘엔 대부분 빈티지샵에서 1차세탁, 2차 드라이, 3차 스팀다림질까지 마치고 수선도 해서 내놓는다.
두번째. 빈티지는 촌스럽다.
사람들에게 '빈티지옷'을 물어보면 대다수는 "옛날옷" "레트로한 패션"으로 하늘을 뚫을 듯한 어깨패드에 눈이 시릴 정도로 쨍쨍한 색감, 바람불면 날아갈 것 같은 레이스에 엄청난 무늬들을 떠올린다. 그런 옷도 있다. 요즘 그런 스타일을 일부러 찾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건 다 옛날 이야기. 빈티지=클래식 이다! 시대극에 나오는 과한 옷이 아니라, 세월이 지나도 사랑받은, 사람들의 애정의 손길이 닿았던 옷들이다. 오드리햅번의 검정색 민소매 원피도 있고, 마릴린 먼로가 입은 청바지, 다이애나비가 입던 산뜻한 셔츠 등 지금도 '무난하구먼'이라고 말하는 일상옷들도 많다. 민무늬도 있고, 보일듯 말듯한 레이스가 조롱조롱 달린 치마도 있다. 실제로 몇몇 지인에게 '이거 빈티지샵에서 샀어'라고 하면 '엥? 이 블라우스가?'하고 놀란다. '이거 어제 나 백화점 신상으로 걸린거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어 이거 나 어제 인터넷에서 봤다'는 이야길 들으면 우리가 빈티지에 대해 ㅇ얼마나 큰 편견을 가지고 있는가 알 수 있다.
세번째. 빈티지는 중고주제에 비싸다.
새로 산 빈티지 코트를 입고 엄마집에 갔다. 엄마는 이 옷 얼마냐? 고 물었고, 나는 4만원 줬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니 중고가 그렇게 비싸냐?' 내가 이것과 같은 트렌치코트는 새옷일때 기본이 7-8만원대(그것도 옷감이 훨씬 별로)라고 했지만, 엄마는 애당초 '빈티지=남이 입던 중고'라는 인식이 콱 박혀있어서 이럴거면 새옷을 사입지라고 호들갑을 떨면서도 '옷의 질이 좋은거네'라고 또 감탄을 했다. 며칠 뒤 나에게 전화가 와선 '네가 입던 옷이랑 비슷하게 생긴걸 백화점에서 봤더니 10만원이 넘더라고, 근데 옷감이 훨씬 후지드라야'하면서 그제서야 옷을 잘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내가 애정하는 곳의 가격대는 기성복과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편이다. 개중엔 1,2만원 균일가로 매우 저렴하게 판매하기도 하고, 운좋은날엔 1+1으로 득템도 한다. 보통 긴팔 원피스는 2만원대부터 이어지는데,(보통 4-5만원대) 사람들이 원피스 4만원이라고 하면 '에잉 새옷사면 만원짜리도 많아!'라고 하지만, 비슷한 가격으로 옷의 질을 보면 새옷보다 빈티지옷이 더 우위다. 색감도 더 도드라지고, 마감처리와 세탁 후 상태가 다르다.
몇년전 고급 브랜드의 오버핏자켓을 4만원에 샀다. 사장님은 '올해는 오버핏이 유행이라고 해요'라는 말에 솔깃해서 샀는데, 이후 진짜 유행이 되었고 8만원, 9만원 주고 샀다는 친구들의 말에 혼자 돈 번것 같은 기분이 들어 흐뭇했다.(친구들이 '너는 어디서 샀냐?'고 해서 빈티지샵에서 4만원 주고 드라이까지 다 된 것을 샀다 했더니 다들 놀랐다)
나는 두 군데 빈티지샵을 주로 애용한다. 그 중 하나는 무려 6년 된 곳인데, 지방에서 6년 동안 쭉 빈티지샵을 운영한 사장님의 뚝심도 멋지지만 날이 갈 수록 양질의 빈티지 패션을 보여주는 곳이라 참 좋다. 초창기엔 옷만 다뤘는데 최근엔 모자부터 가방, 각종 악세사리, 구두, 자체제작한 의류까지 있다. 특히나 인상적인건 사장님이 빈티지를 대하는 자세인데,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듯 본인이 평소에도 늘 장착을 하고 다니며 처음 간 손님에게 빈티지의 멋스러움과 가치를 재미나게 설명해주신다. 눈썰미도 대단히 좋아서 손님들에게 찰떡인 옷을 착착 골라주신다. 오프라인 매장도 있지만 여의치 않으면 온라인 라이브방송도 한다. 단골같은 경우엔 사장님이 웬만하면 사이즈를 다 알고 계셔서 긴가민가 싶으면 물어본다. 이곳엔 유럽빈티지가 많은데, 대다수의 사이즈가 66,77이라 옷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잘 찾으면 명품을 말도 안되는 가격에 득템도 한다. 사실 그 재미에 간다.
다른 한 곳은 온라인으로 만나는 곳이다. 사장님의 얼굴이 비밀인 곳인데(마스크를 철저하게 쓰신다.)세련되고 예쁜 외모에 시원시원한 말솜씨, 잠시도 오디오가 비지 않는 입담을 자랑한다. 옷 스타일도 다양하고 질도 좋다. 빈티지 진입장벽을 한껏 낮춘 곳인데, '엥? 이게 빈티지야?'싶을 정도로 기성복스러운 수수한 옷들, 무난한 디자인이 많다. 주 3회 정도 밤 9시부터 12시까지 라이브방송을 통해 만날 수 있는데, 인기가 어찌나 좋은지 잠깐 고민하는 순간 팔려버린다. (그래서 난 언제나 휴대폰과 아이패드 두개를 펴두고 매의 눈으로 본다.) 몇번 이용하지 않은 사람들도 바로 이름을 부르며 스스럼없이 안부를 묻고, 언제나 유쾌한 방송을 보여주신다. 여기 사장님은 의류에 대한 전문지식이 상당하여 옷소재와 스타일, 유행하는 컬러 등도 굉장히 빠삭하시다. 덕분에 이 방송을 보고 옷을 사면 강제패피가 된다. 사장님은 빈티지가 좋아서 옷을 사모으셨지만, 새옷이 만들어지는데 얼마나 많은 자원이 낭비되며 그것이 환경에 결코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걸 일찌감치 알고 계셨던 것 같다. 지속가능한패션에 대해 늘 고민하신다고. 오프라인 매장ㅇ을 하면 일부러 찾아가서 '사장님 저 옷사러 왔어요'라고 하고 싶은데 아쉽게도 온라인만 운영하신다고 한다.
빈티지의류도 어쨌든 소비이니 보통은 '눈팅'을 한다. 개중에 돋보이는 옷이 있어도 몇 번의 고민 끝에 '비슷한 것이 있다'고 내려놓기 일쑤다. 옷 하나를 사면 한 벌을 정리해야한다는 주의라 옷 한벌 사자고 잘 입던 옷을 버리기 아까워서 안 사는 것도 있다. 내 옷장의 8할은 빈티지의류다. 남이 입던 옷 얼마나 입겠냐 싶지만 10년 넘은 자켓도 있고 발리 가죽 핸드백은 손때가 반질반질하게 타서 해가 갈수록 고급스럽다. 예쁜데 좀 비싸다고 약간의 네고를 해서 샀던 손자수 가디건은 지금까지도 주변 지인들에게 '나도 좀 구해달라'는 문의가 빗발친다. 살이 4키로그램 빠져서 꽉찬 77사이즈에서 널널한 66사이즈도 너끈히 들어가니 더 많은 옷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충동구매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빈티지를 입는 이유를 지키기 위해서다. <끝>
<내가 가는 빈티지샵>
1. 바순이네
-무려 6년 넘은 울산지역 대표 빈티지샵.
-독특한 '오리지널 빈티지'부터 모던한 옷, 퍼부터 자켓, 가죽자켓, 치마, 원피스, 니트 등 구비되어 있고, 가방과 악세사리, 벨트, 스카프, 넥타이도 있다.
-온/오프라인 모두 이용 가능
-주소:
울산)울산 중구 중앙길 107-1, 1층
대구)대구 동구 신암남로15길37-26, 1층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basoon_vintage?igshid=YmMyMTA2M2Y=
2. 빈티지샵 미미
-유럽, 미국, 일본 수입빈티지를 주로 취급
-빈티지 진입 장벽이 낮은 편, 입문용 옷으로 추천
-온라인에서만 구매 가능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vintageshop.mimi2?igshid=YmMyMTA2M2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