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미니멀 맞아요?

정리의 여왕이 되려다 쓰레기 더미 앉겠다

by 리다

유튜브, sns 등지에서 #미니멀 라이프 #정리 해시태그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어쩜 그리 다들 깔끔하고 정갈한지! 어떨 땐 '정말 평소에도?'의심이 갈 정도이다.


나는 뭐든 '효율성'과 '가성비'를 따지는 편인데, 내 기준에선 가성비는 어떨지 모르지만(물건을 안 사니까) 동선의 최적화나 효율성에서는 의심이 간다. 가장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건 주방. 개수대며 조리하는 부분 등지에 그 흔한 국자 하나 없다. '고무장갑이 빨간색이라 주방의 미관을 해친다'며 회색, 흰색 등 무채색의 "깔끔하고 예쁜"색 고무장갑과 수세미, '부엌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게' 주방세제도 예쁜 통에 따로 담아 올려뒀다. (대부분 이런 건 본인들이 판매하는 상품들...)아, 요리할 때 미리 다 꺼내놓고 나중에 정리하는구나! 싶지만, 나는 요리할 때마다 바로바로 조리도구와 양념 등을 꺼내 쓰는지라 국자나 젓가락 , 집게 등도 꺼내놓고 바로 집어쓰고, 조미료도 바로 쓸 수 있게 두는 편이라 나에겐 좀 불편해 보인다.


미니멀 라이프는 물건을 간소화하고 최소화하여 '꼭 필요한 것'만 두는 것 같은데, 그보다는 '우리 집 이만큼 깨끗해 보이죠?'라고 자랑하는 것 같다. 나는 보이기보단 편리함이 먼저라 (물론 깔끔하고 편리한 게 좋겠지만) 정수기 옆엔 컵을 두어 바로 물을 마실 수 있게 하고, 가스레인지 옆엔 주방장갑을 걸어두어 뜨거운 냄비를 바로 집어 나를 수 있게 하면서 식용유는 가스레인지 쓸 때 열에 아홉은 쓰니까 늘 거기 둔다. 고무장갑도 빨간 것을 잔뜩 받아서 잘 쓰고 있고, 집게나 국자, 긴 젓가락 등은 내가 없을 때 남편이 쓰거나 부모님께서 집에 오셨을때 바로 쓸 수 있게 개수대 옆에 잘 두었다. 다만 이들이 지저분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컵은 아이 것과 내 것 딱 두 개만 둬서 쓰자마자 바로 씻어두고 주방장갑은 사용 후 늘 세탁해서 얼룩 없이 깔끔하게 걸어둔다. 고무장갑도 다 쓰면 개수대 구석에 걸어두고 국자 집게 등은 딱 쓰는 것들로 만 꽂아 쓴다.


이쯤 되니 그들이 말하는 "미니멀 라이프"와 "정리"가 뭔지 헷갈린다. 본질을 교묘하게 비틀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


특히 그놈의 '정리박스'와 각종 통들. 미니멀=물건을 최대한 줄이는 것인데, 왜 '정리'를 하는데 '보기 좋으라고' 상자를 쓰고, 대용량 사서 소분하는 것도 아니고 '예쁘고 보기 좋으니까', 멀쩡한 케첩, 마요네즈를 굳이 용기통에 다시 담아내는 건지.


사람들이 우리 집에 오면 '어휴 깨끗해서 보기 좋다'라고 한다. 우리 집엔 번듯한 공간박스가 없다, 각종 소스통도 그냥 산 것 그대로 두고 쓴다. 조미료 통도 대용량을 사서 덜어 쓰는 때 말곤 그냥 그대 로쓰고(그마저도 유리병 소독해서 재활용함), 정리를 위한 바구니도 수시로 정리해서 없앤다. (지금 있는 바구니는 이삿짐센터 정리 이모님이 사달래서 사준 것들.)


"아니 사모님, 집안 살림에 체계가 없네요. 제가 아주 싹 정리해줄 테니 바구니 이것 이것 사다 줘요"

작년 이사하면서 이삿짐센터 이모님이 하신 말이다. "그래요?" 난 좀 의아했다. 나는 집 안 서랍장 안에 면봉이 몇 개 있는지 알 만큼 내 집안 살림에 빠삭한데 어떤 부분에서 "체계"가 없다는 건지. 그래도 지역에서 워낙 유명한 곳이다 보니 알겠다고 했다. 지인들도 적극 권했던 곳인데, 손을 댈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기가 막히게 정리를 해준다는 것이다.


이사가 끝난 날 저녁. 집에 들어가서 깔끔해진 집을 보고 탄성이 나왔다. 하지만 그건 하루천하. 부엌은 내가 다시 다 정리를 해야 했다.

온통 '바구니'정리를 해놨는데, 보기엔 굉장히 깔끔하고, 또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은 물건 꺼내기가 무척 편했지만, 냉장고와 양념 선반 등은 제아무리 바구니를 사이즈에 맞게 두었다고 해도 사각지대가 너무 아까운 것이다. 결국 그 두 곳은 평소 내가 정리하던 대로 바구니 빼고 다시 정리했다. "아유 냉장고랑 양념이 뭐 이렇게 많아? 정리를 해도 해도 넘쳐서 상온에 둬도 되는 건 어쩔 수 없이 식탁 위에 뒀어요."라고 했던 것들도 바구니 빼고 다시 정리하니 다 들어가는 것도 모자라 공간이 엄청 많이 생겼다.

그렇게 처분한 바구니가 여덟 개였고, 때마침 옆 동에 언니가 필요하다고 해서 나눔 했다.


내 살림 방법엔 바구니가 있어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부분이 더 많았다. 이후 바구니는 더 줄었다. 살림살이 정리를 한 것도 있었지만, 그 보단 '굳이 없어도 되겠다'싶어서 바구니를 비운 게 더 많다. 지금 바구니에 든 살림들이라 해봤자 달걀 트레이 대신 사용하는 손잡이 바구니와 하부장 사각지대에 있는 그릇들, 각종 식료품을 담아두는 정도다. 심지어 식료품 중 각이 진 것(통조림, 라면 등)은 바구니에 넣지 않고 그냥 쌓아놨다. 꺼내 쓰기 더 편해졌다.


그분이 말한 체계가 뭔지 지금도 알 수 없다. 내 동선에 맞는 최적화된 살림들이 '체계 없는 것'이 돼 버려서 좀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마다 살림의 기준과 그 기준점이 다르니 그러려니 했다. 다만 한 가지, 보여주기 위한 살림보단 효율적이고 나에게 맞는 살림이 뭔지 찾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끝>


<오늘의 리빙 팁>"종이가방으로 정리하기"

요즘은 바구니 대신 집에 있는 종이가방을 이용한다. 버리자니 아깝고, 두자니 공간만 차지해서 골치였는데(보통 이러면 그냥 버린다), 집에 있는 바구니에 들어가지 않는 시리얼이나 약봉지 등을 보관하는 용도로 쓴다. 종이가방은 가볍고 높이 조절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고, 찢어지거나 구겨지지 않는 한 약간의 보수를 하며 쭉 쓸 수 있어서 애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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