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다 Sep 13. 2023

둘.영국 / 영국 덕질하기

영국 제너레이터 호스텔/셜록홈즈 박물관/해리포터 스튜디오/소호/차이나타운

 


▶오늘 하루도 밝은 하루가 되길-!  


“엥? 7시도 안되었잖아?!”


전날 새벽 1시 가까이 잠들었는데, 아침 7시도 안 되어 눈이 번쩍 떠진다. 자다 깬 찜찜함 없이, 아주 개운하고 상쾌하다. 동현이도 이미 일어나 여자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배시시 웃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내가 묵었던 ‘제너레이터 호스텔’은 전 세계 여행객들로 매일 북적거리는 곳이었다. 샤워실 공동, 화장실 공동이라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역에서 가깝고, 조식도 무료라는 특장점이 있어서 예약했었다. 나는 여행을 오면 아침을 특히 많이 먹는다. 두 그릇은 기본, 전날 허술하게 밥을 먹고 잠들은 날이면 세 그릇도 거뜬히 먹는다. 동현이는 한 접시를 비우고 나서 이내 포기. 동현이가 남긴 빵까지 모조리 먹어치웠다. 



▶뷔페식으로 된 조식. 주먹만한 빵 두개에 주스, 시리얼에 커피까지. 이곳에 있는 내내 아침은 정말 거하게 먹었다. 



여행을 다니면 먹는 것, 잠자는 것, 배변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행히 난 밥도 잘먹고, 화장실도 하루에 두 번씩(자랑이다!)가는 대단한 ‘대변인’이다. 잠귀가 워낙 밝고 예민한 탓에 잠자는 것은 예외로 두지만. (그래서 나는 여행을 하면 ‘숙박’은 돈을 좀 더 주고, 교통비를 줄여 걸어 다닌다. 나에게 맞춤형 노하우다) 동현이는 잠자는 것과 배변은 괜찮았지만, 워낙 한식체질인 덕에 한식, 중식, 일식을 이따금 먹고 다녔다. 

밥도 먹고, 깨끗하게 씻고 나서 동현이와 오늘 갈 곳을 지도에 표시했다. 오늘 갈 곳은 ‘베이커 스트리트’에 있는 ‘셜록홈즈 박물관’과 ‘해리포터 스튜디오’, ‘웨스트 앤드’.  


“에계? 일정이 이게 다인가요?”
내 유럽여행 일정표를 본 사람들이 던진 말이다. 실제 내 여행 일정표를 보면 하루에 2~3곳 정도의 장소만 적혀있다. 다년간 여행을 다니며 깨우친 나만의 여행 방식이다. 나는 여행을 가기 전 ‘가고 싶은 곳’만 정한다. 꼭 봐야하는 것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 그리고 그들을 시간과 거리에 따라 적당히 분배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즉흥이다. 하루에 두, 세곳 이상도 잡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생길 수 있고, 내가 알지 못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니니 시간이 촉박하지도 않고, ‘오늘의 할당’을 채우면 진짜 자유시간이 생기는 기분이라 무엇을 해도 재미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여행객’과 ‘현지인’이라는 두 가지 신분이 생긴다는 것. 내가 가고 싶은 명소를 둘러볼 때는 철저한 여행객이자 이방인이다. 그 일정이 끝나고 나면 현지인들의 삶으로 들어가서 그들만이 아는 길, 음식, 때로는 숙소에서 푹 쉬면서 tv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여가를 보낸다. 낯선 여행지에서 휴식! 묘한 기분이 든다.


이 날도 베이커 스트리트를 가는 도중 킹스 크로스 역에 있는 9와 3/4 정류장에서 사진을 찍고, 공원을 산책하며 한가로운 오전을 보냈다. 이 재미, 빡빡한 스케줄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치 현지인같이- 멋들어지게 한 컷! 

참고! 킹스크로스역과 세인트 판크라스역인 붙어있는데, '유로스타'를 타는 사람은 '세인트판크라스역'으로 가야한다는 사실~! 아울러 킹스크로스역에 들어와서 안쪽으로 쭈욱~ 들어가면 9와 3/4 정류장을 볼 수 있다.  

▶자기 차례가 되면 알바생이 어떤 기숙사 목도리로 해줄까? 물어본다. 나는 당연히 '그리핀 도-르'! 


▶비교적 얌전하게 찍은 나. 그리고 그곳의 모든 사람들을 웃겼던 동현이의 고운 자태. 난리났다 난리났어.



▶영국도서관, 그리고 그 앞에 있는 기묘한 동상.





 ▶빠듯한 일정이라면 만끽하지 못했을 공원에서 느긋한 오전 ^^  


“베이커 스트리트다!!!”
셜로키언(셜록 홈즈를 추종하는 무리를 일컫는 말)인 나는 홈즈의 동상이 보이자마자 소리를 꽥 질렀다. (비록 비둘기 응가와 수많은 사람들 때문에 동상 앞에서 사진은 제대로 찍지 못했지만. 흑흑.) 베이커 스트리트 끝부분에 자리한 ‘셜록 홈즈 박물관“은 셜로키언의 성지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다. 층층이 올라갈 때마다 셜록 홈즈의 주요 이야기들과 관련한 장면을 마네킨으로 재현해 놓았고, 벽난로 앞에서는 사진도 촬영할 수 있다. 모리어티 교수도 있고, 홈즈의 ’그 여자‘인 아이린 애들러도 있다. 굉장히 좁고, 엘리베이터도 하나 없지만 그것마저 ’낭만‘과 ’재미‘로 느껴진다.  


▶셜록홈즈 박물관 옆에 있는 '비틀즈 스토어'. 일부 여행 책자와 여행 블로그에는 '박물관'으로 되어있다. 진짜 '상점'이다! 



▶내 가슴을 설레게 만든 셜록홈~즈! 



▶관람객들을 위해 사진을 찍어준다. 물론 무료! 관련 소품도 챙겨준다. 



▶모리어티 교수! 저저 나쁜놈!

▶▶저도 좀 끼워주세요~



>>셜록홈즈 박물관
-셜록 홈즈 박물관은 엄청 작고, 좁다. 때문에 최대한 가벼운 차림으로, 짐은 들고 오지 않는것이 좋다.(짐을 맡길 곳도 여의치 않음) 박물관 옆에 기념품점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긴 줄을 서면 셜록의 숨결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옆에 비틀즈 스토어가 있는데, ‘박물관’이라기보다는 철저한 ‘상점’이다.)  


“너 스타일 참 멋지다”
<해리포터 스튜디오>에 가기 위해 유스턴 역에서 왓포드 정선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흑인 직원이 날 부른다. 무슨일이냐고 물으니 나에게 대뜸 칭찬을 한다. 너 스타일 멋지다고.


>>나: 고마워요.
>>직원: 너 그렇게 있으니 꼭 해리포터 주인공 같다.
>>나: 오! 나 거기 가려고 기차를 기다리고 있어요.
>>직원: (박장대소 하며)그럴것 같았어. 왓포드 정션 가는 기차 플랫폼은 반대야!
>>나: 으악!!!
>>직원: (박장대소)으하하, 여기는 엄청 오래 걸리는 열차가 서는 곳이니, 반대편 플랫폼으로 가렴. 멀리서 봤는데 네가 ‘누가봐도’ 그곳에 가는 것 같아 불렀어.
>>나: 우악! 고마워요!!! 

'왓포드 정션‘만 보고 부랴부랴 뛰어 들어갔더니, 거기는 ’완행전철‘이 서는 곳이라면서, 돈이 좀 비싸더라도 (그 때 시간은 1시 50분, 우리는 3시 예약, 왓포드 정선에서 스튜디오까지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 했다.)특급열차를 타고 가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내 옷차림 덕분에 하마터면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커녕, 입구도 구경 못할 뻔 했다. 

한국에 있을 때는 ‘흑인은 위협적이고, 불친절하고 위험하다’는 인식과 선입견이 있어서 이곳에서도 유독 흑인을 경계했다. 하지만 내가 본 여행지에서 흑인은 누구보다 친절하고 상냥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었다. (오히려 매꼬롬한 백인들이 깐깐하고, 고지식하고, 불친절한 적이 더 많았다. 선입견 타파!)  


 ▶왓포드 정션에 도착해서 바깥을 나와 왼쪽으로 가면 '해리포터 스튜디오'로 가는 버스가 있다. (2층 버스)



“누나, 저기 도비 좀 봐!”
장난감덕후 동현이는 스튜디오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 있는 상점으로 뛰어 들어간다. 집어든 것은 소름끼치게 잘 만든 도비인형. 돈도 충분히 있었기에 살까말까 고민했지만... 너무 잘 만들어서 징그러운 도비인형을 그냥 두고 왔다. (소름끼치는 가격도...) 일단 여기 둘러보고 나와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고 서로를 다독이면서.  


▶▶티켓부터 남다른 해리포터 스튜디오 ^^  


▶아직도 '살걸 그랬나?'하고 생각하게 되는 도비 인형. 만지면 사람 살결+고무의 탄력이 느껴진다.

▶▶해리포터 스튜디오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사진들. '저기에 내 얼굴이 걸리면 어떤 기분일까?'하는 망상을 ^^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영화 ‘해리 포터’의 주요 장면을 실제 촬영한 세트장이라고 한다. 영화 속에서 본 옷과 장소들이 나오니 어찌나 신기하던지. 세트들 마다 여기는 어떤 장소이며, 이런이런 장면에 나왔다고 친절히 안내가 되어 있었다. 

 웅장하고 거대한 세트와 빗자루와 지팡이 시연, 버터 맥주(진짜 맛있다!!!!!!!)와 온갖 맛이 나는 젤리(동현이가 ‘지렁이 맛’을 보고 눈물을 찔끔 흘렸다. 후배 진효의 말에 따르면 ‘구토맛’은 한입 먹으면 진짜 구토가 난다고 한다.) 등 갖가지 먹거리도 즐비했다.(물론 돈주고 사먹어야 한다.) 이 뿐인가.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 9와 3/4 정류장(혹시 해리포터 스튜디오에 온다면, 킹스 크로스역에서 굳이 긴 줄 설 필요없이 이곳에서 촬영해도 괜찮을 듯하다.,)까지! “아 맞아! 여기서 해리 포터가”, “오 저 악당이 저렇게 나왔구나” 하면서 추억을 곱씹을 수 있다. 
(마법의 모자와 빗자루가 갖고 싶었지만.. 동현이가 내 손을 잡고 나왔다. 동현이 아니었음 들고 온 파운드 전부 탕진할 뻔했다.)


>>해리포터 스튜디오
-사전 예매를 해야 한다. 성수기에는 2개월 전부터 예약이 꽉 찬다고 한다. 시간 계산을 잘해야 하는데, ‘유스턴역’에서 ‘왓포드 정선’에 도착, 그곳에서 해리포터 스튜디오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버스는 20~30여분에 한 대 꼴로 있으며, 역에서 버스까지는 15~20여분 걸린다. 버스는 왕복티켓으로 끊으며, 버스 내에서 판매한다.)
유스턴역에 가면 급행열차(8분 만에 도착), 일반열차(20여분 소요), 완행열차(40~50여분 소요)가 있다. 급행은 비싸다.(허허허 당연한 말) 개찰구에 있는 직원에게 물어보도록 하자.  


“누나, 저기가 좀 더 싼 것 같아”
해리포터 스튜디오에서 진탕 놀고 난 후 저녁도 먹고 구경도 할 겸 웨스트 앤드가 있는 피카딜리 서커스 역으로 향했다. (유스턴역에서 이곳까지 걸어갔다.) 피카딜리 서커스 역에서 내리면 ‘웨스트 앤드’(뮤지컬을 볼 수 있는 곳), ‘소호거리’(일명 ’차이나 타운‘. 저렴한 먹거리가 많다.), ’코번트 가든‘(걸어서 갈 수 있다)등을 도보로 둘러볼 수 있다. 한식당도 있고, 일식당도 많다. 우리는 슬슬 걸어 다니고 구경하다 ’중식뷔페‘를 먹기로 했다. ’뷔페‘라고 해봤자 우리나라 샐러드바 수준이었지만, ’밥‘이 먹고 싶다는 동현이를 위해 가보기로 했다. 


 

▶차이나 타운 입구. 좌우로 모두 중식뷔페다. 

차이나타운은 갖가지 뷔페전문점이 많다. 가격 또한 찬차만별. 100m만 건너면 무려 1파운드나 저렴한 곳이 나온다. (가장 저렴한 식당이 6파운드, 비싼 곳은 13파운드 선이었다.) 10파운드가 넘어가면 확실히 음식의 종류도 많았지만, 그 밑으로는 비슷비슷한지라 ’우린 최대한 저렴한 곳으로 가자‘고 하고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음식 맛은 우리나라 중식과 별 차이 없다. 다만 단무지나 짜사이 같은 입맛을 돋우고 느끼함을 줄여주는 반찬이 없기 때문에 한 접시만 먹으면 정말 느끼하다. (음료를 한 병 전부 들이키게 된다.) 혹여 이곳에 갈 일이 있다면 고추장이나 김치를 챙겨 가는게 좋다.(먹기 전에 식당에 양해를 구하도록 하자.)  


▶음식맛은 좋았고, 무척 익숙한 맛이었다.  


“이것도 봤고, 저것도 봤고”
웨스트 앤드에 왔으니 뮤지컬 한 편쯤 보고 가려 했는데, 웬만한 뮤지컬은 다 봤고, 막상 여기서 보려니 보고 싶은 공연이 없었다. ‘같은 공연이어도 느낌이 다르다’, ‘스케일 부터가 웅장하다’고 하지만... 나는 뮤지컬을 ‘스케일’보다는 ‘내용’으로 보는지라 과감히 패스했다.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한국에도 좋은 배우, 멋진 공연이 많이 있으니까!) 대신 동현이와 숙소까지 걸어가면서 거리공연도 보고, 상점도 둘러보면서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웨스트 앤드 '미스사이공' 전용관에 붙어있는 홍배우님! 아아 자랑스럽습니다.

▶▶역시 영국하면 '비틀즈'  



*이남매의 E팁

냄새에 속지마세요!
"영국 음식이 그렇게 맛이 없다면서요?"누군가 대답하면 나의 대답은 "글쎄요"

영국 음식을 먹을때 가장 난감했던 것이 '음식 냄새와 맛이 너무 달랐던 것이다. 크레페를 먹으려 하면, 분명 달콤한 핫케이크 냄새인데 실상 먹어보면 짭짤한 밀전병,  고소한 냄새의 스프를 먹으면 비릿한 우유맛에 수저를 내려놓기 일쑤였다. 

영국에서 음식을 먹을 때는 반드시 '나에게 익숙한 음식'이나, 어떤 재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꼭 확인할 것!  


이전 03화 하나.시작/ 드디어 출국!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