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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Sep 13. 2023

하나.시작/ 드디어 출국!

영국 히드로 공항/런던 브릿지/오이스터 카드



영국 히드로 공항/런던 브릿지/오이스터 카드


4월 8일 수요일 오후 1시 15분에 출발하는 대한항공 KE907 맞으세요?”


인천공항에서 멀티탭을 대여하자 직원이 묻는다. 다른 사람에게 내 행선지를 다시금 확인받으니 기분이 참 묘하다. 티켓 발권을 받고 나서도 ‘이게 진짜 내 것이 맞나?’했는데, 내가 진짜 가기는 가는가보다.  


2015년 4월. 15박 16일 유럽여행.


4년간 다닌 회사를 과감하게(계약 만료니까 실상은 그냥 나온거지만)그만두고 나왔다. 생각보다 큰 퇴직금이 나왔고, 당장 다음 달 만기인 적금에 투자할까 하다가 “그러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걸 어떻게 받은 돈인데. 내가 하고 싶던 대학원 공부, 가고 싶던 다른 회사, 쓰고 싶었던 소설, 원했던 어학연수 전부 다 포기하고 4년간 이 악물고 다닌 회사에서 받은 돈이잖아.”


퇴직하기 6개월 전부터 고민했다. (물론 회사 일도 소홀하지 않았다! 심지어 내 후임자가 당장 들어오지 않는대서 2개월 치 원고와 40페이지에 달하는 인수인계서까지 만들었다!) 이 돈으로 뭘 할까? 내가 그토록 존경하는 디자이너의 가방을 살까? 아니면 미루고 미뤄뒀던 국토종단을 할까? 이 돈을 기부할까? 정 없으면 그냥 적금 넣을까?


그러기를 몇 날 며칠. 계시는 뜬끔 없이 왔다. 집청소 한다고 옛 물건을 정리하다가 다이어리를 오랜만에 읽었다. 그 중 대학교 때 쓴 다이어리에 적힌 한 문장이 내 가슴을 뛰게 했다.  


“연경언니가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언니는 선물로 ‘바티칸 박물관’입장권을 주었다. 언니가 참 부럽다.” 


곧바로 동현에게 전화를 했다. 


“야, 우리 유럽가자!”




“누나는 참 허술해”


가방에 얌전히 넣어둔 공항철도 카드가 없어져서 허둥거리니 동현이 핀잔을 준다. 항공사 직원의 재촉에 정신을 잃고(나중에 알고 보니, 공항철도의 발권은 3시간 전에 마치는데, 내가 딱 3시간 전에 갔던 것이라 직원들이 그토록 재촉했던 것이다.)동현이 그토록 아끼는 비모 캐리어를 기내 수하물로 보내버리고, 매일 착용하고 다니던 시계도 하필 오늘 안가지고 오고, 이제는 가방에 넣어둔 카드도 없어졌다고 그러니 동현이도 헛웃음이 날만도 하지. 다년간의 여행 동안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행선지를 잘못 찾거나 한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긴장을 하긴 엄청 했나보다. 벌써 실수하면 안 되는데. 정신이 아득하다. 


다행히 영수증이 있어서 무사히 개찰구를 빠져나왔지만, 동현이는 이미 누나는 덜렁이-라고 여겼는지, 장소가 바뀔 때마다 여권은 무사한지, 항공권은 있는지 귀가 닳도록 이야기한다. 나는 동현에게 ‘아마 유럽여행을 가지 못해 죽은 <여행의 요정>이 나를 시기해서 숨긴거다’는 헛소리를 해대며 실실 웃으니 동현이도 황당한지 말을 만다. 


(공항철도 카드는 비행기에 타서 가방정리하다 툭 하고 나왔다. 핸드폰 케이스에 붙어있었다. 이구 멍청이!)









▲카드 잃어버린주제에 해맑은 나, 그런 누나가 안타까운 동생






“잠시 후 우리 비행기는 곧 이륙하겠습니다.”


목적지는 영국 런던에 있는 히드로 공항. 소요시간 13시간. 가장 오래 비행기를 타본 시간이 2시간 이었던 나에게는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동현이는 이전에 17시간 비행을 해본 경험자로, ‘비행기 장기여행 초짜’인 나에게 이것저것 알려준다고 신이 났다. 비행기 모니터에는 영화와 음악, tv 방송도 나온다, 기내식은 뭐가 맛있고, 간식으로 컵라면도 나온다 등등. “누나, 카트가 안다녀도 필요할 때 손을 들면 물이랑 간식을 먹을 수 있다”는 고급(?)정보도 잊지 않고 챙겨준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정상궤도에 들자마자 리모컨 사용법, 의자를 젖히는 방법, 안내책자도 안내해준다. (다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다 들어주고 ‘오, 진짜 몰랐어! 와 역시 여러 나라를 다녀와서 넌 참 잘 아는구나’하고 말해주었다.) 기내식과 간식을 사이좋게 나눠먹으며 13시간의 비행을 실컷 즐겼다. 



▶기내 물품. 헤드셋과 담요는 반납해야하고, 나머지는 일회용이다. 나는 슬리퍼를 챙겨서 숙소에서 유용하게 잘 썼다.


▶▶13시간 비행을 즐겁게 해준 모니터. 미드 '프렌즈', 영드'셜록'과 최신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관람했다.



▶기내 담요. 오죽 많이 가져들가면... 싶었지만,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까지 쓸건 없었을텐데..


▶▶빨간 땅콩. 엄청 꼬소하고 맛있었다. 주스도 달달하고. 영화보다 잠깐 책 읽고, 무한도전도 봤다 .



                                                                                                                                                                                                                                                                                          


▶대한항공 기내식 중 가장 인기가 좋은 '비빔밥'. 비빔밥을 싫어하는 나도 싹싹 다 긁어먹었다.

▶▶동현이가 주문한 비프. 밥이 나오지 않아서 빵을 하나 더 먹었다.  

▶대한항공 간식. 컵라면 하나 다 먹고, 한 시간 후 기내식도 다 먹었다.

▶▶새우깡과 맥주 한 잔. 새우깡은 질소를 듬뿍 안고 있었다.

▶▶▶피자. 고소하고 토핑도 듬뿍!  

“영국의 입국심사가 그렇게 무섭다더구나”
영국으로 입국한다고 하니 다녀온 사람도, 다녀오지 않은 사람도 히드로 공항 입국심사를 걱정해 주었다. ‘까다롭다’도 아니고 ‘무섭다’니. 누구는 말을 못해서 바로 돌아왔다더라, 인터뷰하는데 1시간이 걸렸다더라 등 무시무시한 후기도 많았다. 동현이는 ‘자기 나라 관광하러 온 사람을 내쫒겠냐’며 안심시켜 주었다.
나는 영어도 못하는 주제에 영어울렁증은 없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나였지만 ‘입국심사’라는 아주 중요한 일을 앞두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우리 일행 앞에 한국인이 10여분 째 붙잡혀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니 도망치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동현이는 빨리 이곳을 벗어나 비모 캐리어를 찾을 생각만 한다.


드디어 우리차례. 인상 좋은 아저씨다. 휴우 일단은 안심. 우리를 힐끗 쳐다본다. 동현이와 나는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싱긋 웃었다. 아저씨가 같이 웃는다. 다행이다. 우리의 여권을 슥슥 보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심사원: 영국에서 며칠 동안 있을건가요?
>>나: (자신있게) 5일이요!
>>심사원: 5일 동안 이곳에서 무얼 할거죠?
>>나: ....... 응?
>>동현: (나에게 한국말로)누나, 여기서 뭐하고 갈거냐고 묻는다.
>>나:.....응? 아! 여행이요!

첫 번째 질문을 손쉽게 통과하고 잠깐 마음을 놓았더니 두 번째 질문을 놓치고 말았다. 다행히 동현이가 알아들어서 나에게 말해주었다. 에휴. 다행이다. 그리고 끝! 그 많던 후기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뭐지?


기다리면서 안 사실. 입국 심사는 ‘단답’으로 말하면 손쉽게 통과할 수 있다. 한 시간 동안 긴 줄을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입국심사를 보았는데, 질문에 길게 답하는 사람일수록 질문도 길어지고, 대화 시간이 길어졌다. (내가 간 날 어느 한국인 여자는 혼자서 10여분 넘게 입국심사원과 이야기 중이었다. 심사원이 간단하게 질문을 하면 이 여자는 엄청 구구절절 영어로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굳이 영어 실력을 뽐내지 않아도 된다. 입국심사를 하는 목적을 잊지 말고, 다음 사람을 위해, 심사원을 위해 심사원의 질문에 대답만 간결히 하도록 하자. 심사원들은 결코 어렵고 난해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



“비모! 비모가 나왔어!!!!!”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가뜩이나 내 머리스타일 때문에 사람들이 흘끔 쳐다보는데, 동현이의 비모캐리어로 시선폭탄을 맞았다. 다른 이들에게 전~혀 관심 없는 유럽인들의 시선을 우리는 엄청나게 많이 받았다. 나는 워낙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무던하기도 하고, 또 관심도 없는데 동현이는 꽤나 신경이 쓰인 모양이었다.



“히드로 익스프레스는 반대편이에요”
너무 넓은 히드로 공항에서 두리번 거리고 있으니, 친절한 한국인 가이드 덕분에 후배 진효를 만나기로 한 역으로 향하는 전철을 탔다. 어딜가나 한국인의 정이란 참 따뜻하다. 혹자는 ‘외국에서 한국인은 봉’, ‘같은 한국인인데 다 털어간다’고 하는데, 적어도 나는 같은 한국인이라 더 잘해주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외국에서 한국의 위상도 예년과 다르게 높아졌는지, ‘KOREAN'이라고 하면 다들 ’아! 그 나라?‘하고 반색해주기도 한다. 불과 몇 년 전에는 ’KOREAN'이라 하면 ‘응?’하고 반문했었다는데, 우리나라 참 대단하다!



“영국의 진짜 멋을 보여드릴게요”
런던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는 후배 진효를 만났다. 진효는 내가 온다는 말에 하루 휴무를 내면서까지 마중을 나와 주었다. 지난 이야기를 나누면서 숙소에 짐을 두고 나서자 진효는 ‘진짜 제대로 된 영국 야경을 보여 드리겠어요’라며 우리를 안내한다. 새벽 5시 기상, 한국시간 새벽 3시. 비행기에서도 잠 한숨 못자고, 무려 22시간 넘게 깨어있었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이래놓고 동현이와 나는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발만 씻고 곯아떨어졌다.) 별것 아닌 이야기에도 셋이서 깔깔거리며 도착한 곳은 “타워 브릿지”였다.




▶타워브릿지를 건넌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고소한 땅콩냄새, 비릿한 물 비린내, 수 많은 사람들 사이로 기분좋은 바람을 만끽하며 걸었다.  




▶"야경을 멋지게 만드는 건 야근" 진효의 명언에 깔깔 거리며, 야경을 멋지게 만들어 준 이들에게 감사하며.




▶진효의 비밀 장소. 타워브릿지가 가장 잘 나온다.



“이게 왜 <런던 브릿지>가 아니야?”(런던 브릿지는 생각보다 엄청 작다.) 라고 의아할 정도로 엄청난 크기와 위엄을 뽐낸 타워 브릿지. 우리는 타워 브릿지를 걸으며 런던의 야경에 감탄했고, 진효만 알고 있는 ‘비밀 장소’에서 타워 브릿지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도 찍었다. 강변을 따라 걸으며 테이트 모던, 셰익스피어 극장, 런던아이도 구경하고 진효의 단골 펍에서 시원하고 맛있는 생맥주도 마셨다.


진효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숙소에 도착해서 바로 자버렸을 텐데. 잠을 조금 줄여가면서 영국의 멋진 야경과 일상을 만끽할 수 있던 의미 있는 첫날밤이었다.  



*이남매의 E-팁
서울역 공항철도를 100% 이용하자!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러보았을 <서울역 공항철도>. 이곳에는 여행객들의 편의를 위한 알짜배기들이 가득하다. 나는 지난 일본여행과 이번 유럽여행시 아주 아주 잘 써먹었다. (*2015년 4월 기준)


하나. 최고 90% 우대, “환전센터”
이미 입소문이 날대로 난 서울역 환전센터들. 서울역내와 공항철도 개찰구가 있는 지하에 각각 입점해있다. 특별한 조건 없이 최고 90%까지 우대를 해주기 때문에, 가난한 여행객들에게는 최고의 환전장소로 손꼽힌다. 다만 최고 금액이 정해져 있고, 성수기 때는 대기시간이 무려 2시간 가까이 된다. 오후에 가면 큰 금액대의 통화만 있는 경우도 있다.


둘. 세시간전 도착했나요? "항공사 티켓 발권“
인천공항에 내려서, 그 넓디넓은 곳을 돌아다니며, 티켓 발권한다고 긴 줄을 설 생각이 아득하다면, 서울역에서 티켓을 발권해보자. 주요 항공사가 포진, 3시간 전까지 온다면 티켓 발권 및 수하물 운송도 해준다. 아무리 극성수기라도 대기시간 평균 1분 남짓!


셋. VIP같이 다니자 “자동출입국심사”
티켓 발권 후, 출입국 심사도 한 번에 가능하다. 여기서 심사를 마치면 인천공항에 도착해 직원들이 들어갈 수 있는 별도의 창구로 한 번에 쏙! 들어갈 수 있다. 별다른 절차 없는 ‘자동출입국심사‘신청도 이곳에서 할 수 있다. 출입국 심사는 출,입국 시 여권확인과 지문인식, 얼굴인식 등을 하는 제도로, 사람들이 항상 줄을 서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성수기가 아니어도, 비행기의 종류와 시간 등에 따라서 최고 1시간 까지 줄을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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