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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yager Nov 11. 2021

중국 경제, 위기와 저성장

최근 헝다 사태의 의미를 평가하여 중국 성장세 둔화를 전망

중국의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Evergrande) 부도 가능성에 대해 미국 중앙은행(FRB)의 11월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시스템 리스크의 가능성과 이의 글로벌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FRB가 보고서에서 다룰 만큼 중국의 상황은 심상치 않다.


개인적으로는 중국 경제가 현재 폰지(Ponzi Financing) 상태가 아닌가 하는 의문도 가지고 있다. 빛을 내서 빚을 갚는 상황이 “폰지” 단계인데, 한 국가의 기업들이 집단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되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이지 언젠가는 위기가 발생한다. 참고로 중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2020년 기준 163%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데, 한국도 낮지 않은 111.6%이기는 하다.  

기업의 현금흐름을 기준으로 경제 상황을 평가하는 것은 Hyman Minsky가 기업차원의 미시와 거시 경제를 동태적으로 결합해서 분석하는 과정에서 만든 것인데 핵심 개념은 간단하다.

1. 영업이익 > 이자비용 + 원금상환
      (Hedge Financing)
2. 이자비용+원금상환> 영업이익> 이자비용
      (Speculative Financing)
3. 이자비용 > 영업이익
       (Ponzi Financing)


금융위기의 본질


한국의 IMF 위기


금융위기의 본질은 기업들이 대규모로 부도가 나서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IMF 사태는 대기업들의 집단적인 부도 발생으로 부실이 급증하면서, 금융기관들이 망가지고 외화자금이 한국을 탈출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많은 대기업들이 은행과 2 금융권을 통해 부채로 자금을 조달해서 과도한 투자를 했지만, 실적을 내지 못해 부채 이자와 원리금 상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집단적으로 도산했다. 그러자 도산한 기업에 대출을 해주었던 은행과 종금사에서도 연쇄부도가 발생해 시스템 리스크가 폭발했다. 아울러 당시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해외에서 대규모로 외화차입을 해서 국내에서 대출을 했는데, 외국인들이 위험한 한국에서 빠져나가자 국내에서 달러가 부족해지면서 "외환위기 →시스템 리스크 심화"가 촉발되었다.


미국의 금융위기(GFC)


2007년 발생한 미국의 금융위기, 전 세계로 파급되면서 Global Financial Crisis(GFC)로 불리기도 하는데, 한국의 경우보다 조금 더 복잡하기는 하지만 기업의 대규모 부도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다만 중간에 CDO라는 파생상품이 끼여 있어서 위기의 폭발 강도가 몇 배로 증폭되기는 했다.


미국의 부동산 담보대출 회사들이 저신용자들에게 대규모 담보대출을 하고, 이를 모아서 부동산 담보대출 채권(MBS)을 만든다. 하나의 MBS를 가지고 신용보강을 해서 평균 20개 정도의 파생상품 CDO를 만들고(부채 규모가 20배가 된다), CDO를 조각조각 나눠서 AAA 채권, 우선주, 주식으로 나누어 팔았다. 그런데 금리 상승으로 담보대출 부도가 급증해서 부동산 담보대출 회사들이 도산하자, CDO를 가지고 있던 글로벌 금융기관들과 신용보강을 해주었던 보험회사 등의 연쇄부도가 발생했고, 금융기관이 대출을 하지 못하는 신용경색이 일어나며 전 세계 경제가 얼어붙었다.


GFC는 중간에 CDO가 있어 복잡해 보이지만 위기의 본질은 “과도한 부채  상환능력 취약 → 연쇄 기업 부도 → 대규모 금융부실 → 금융시장 마비, 신용경색 → 위기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중국 경제의 특수성

 

중국 경제는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기업의 지분, 기업 내의 당 조직 등을 통해서 국가가 기업을 통제 내지는 조절을 한다. 중국의 대기업들은 대부분 국유기업들이고, 대형은행은 모두 정부의 은행이다. 2021년 포츈 500대 중국기업은 135개인데 이 중 82개가 국유기업이다. 설사 민영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정부가 쉽게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고, 민영기업도 뒤를 봐주는 유력 정치인이 없으면 생존하기 쉽지 않으며, 그 후견인이 계속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중국의 지도자 교체기에 중국 민영기업들의 부침이 심해진다. 1980년대 이후 중국의 최대 민영기업으로 등극하고 나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없다. 정치권력의 부침에 민영기업의 운명도 따라가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알리바바의 마윈이 중국 고위층이 참석한 세미나에서 공개적으로 중국의 금융시스템을 비판했는데, 알 만한 사람이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이 의문이기는 하다. 국제적으로 위상이 높아져서 정부도 자신을 못 건드릴 것이라고 여겼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마윈과 그의 알리바바는 작살났다.  


중국에서 기업의 연쇄 부도를 막는 위기 억제 프로세스는, 우선 문제가 발생한 기업을 대상으로 중앙정부 유관부처 주도로 필요시 지방정부와 같이 조용하게 해결책을 수립한다. 사안이 심각한 경우에는 국무원 판공청(우리의 청와대)까지 참여한다. 대부분의 경우 다른 대형 국유기업이나 민영기업에게 자산을 매각하게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필요하면 금융 유관부처까지 동원해 주식,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하고, 심각한 부실은 금융부실을 처리하는 국영 자산관리공사에 넘긴다. 즉, 문제가 터지는 초기에 수습하여 문제가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수많은 부도위기에 몰린 대기업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처리되었기 때문에 금융시스템에 충격을 준 적은 없다.


중국 경제는 폰지 단계?


2010년대 중반 중국 경제 위기설이 퍼지던 시기가 있었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중국에서 달러의 유출로 외환보유고가 급감하고 있었고, 중국에서 유출된 달러가 파킹하는 홍콩에서도 달러 수요가 폭등해서 달러를 HK 역내에 묶어 두려고 HK달러 overnight 금리가 60%까지 급등하기도 했었다. 이는 어느 나라에서건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그래서 그 당시 중국의 위기 가능성을 점검해보려고 중국 상장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재무제표를 분석했었다.


분석의 결과는 이것저것 많았지만, 이 글에 필요한 내용만 보면 2022년 중국기업 평균적으로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커버하는 이자보상배율이 1.0으로 하락하여 “폰지 단계”에 접어들게 되고, 2027년에는 완전 자본잠식이 되는 것으로 예측되었다. 산업 중에서는 부동산 개발업이 가장 취약했다. 중요한 가정은 차입경영이라는 추세가 유지된다는 것으로, 기존의 차입을 무기한 연장할 수 있고, 필요한 자금을 현재의 조달금리로 무한정 차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즉, 기존의 차입을 통한 확장이라는 기업경영 방식에 필요한 자금을 정부가 무제한으로 지원한다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결론은 정부가 무제한으로 자금을 대출해서 지원을 해도 기업의 부실화는 막을 수 없다.


이러한 분석을 중국 정부가 안 했을 리 없기 때문에, 2020년부터 중국 정부가 가장 문제가 심각한 부동산 개발 기업을 대상으로 “3 Red Line” 정책을 펼치면서 부동산 기업들의 재무구조 건전화를 추진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즉 차입경영이라는 경영방식을 바꾸려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표적으로 헝다(Evergrande) 문제가 불거진 것일 뿐, 다른 기업들도 대동소이하게 유사한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결론  위기와 통제 사이의 저성장

 

최근 중국 헝다(Evergrande) 문제에 대한 국내 분석가들의 의견은 중국에서의 위기 발생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그 이유로서는 “① 중국 정부의 통제력, ② CDO와 같은 파생상품의 부재”를 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IMF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부채가 과도한 상황에서는 몇몇 대기업의 부도만으로 위기를 촉발할 수 있고, 시뮬레이션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가 아무리 지원을 하고 통제를 해도 기업들이 집단적으로 부실화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맥락에서 FRB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헝다로 대표되는 중국에서의 위기 발생 가능성도 적지 않다.


FRB 금융안정 보고서의 원문

Stresses in China’s real estate sector could strain the Chinese financial system, with possible spillovers to the United States

In China, business and local government debt remain large; the financial sector’s leverage is high, especially at small and medium-sized banks; and real estate valuations are stretched. In this environment, the ongoing regulatory focus on leveraged institutions has the potential to stress some highly indebted corporations, especially in the real estate sector, as exemplified by the recent concerns around China Evergrande Group. Stresses could, in turn, propagate to the Chinese financial system through spillovers to financial firms, a sudden correction of real estate prices, or a reduction in investor risk appetite. Given the size of China’s economy and financial system as well as its extensive trade linkages with the rest of the world, financial stresses in China could strain global financial markets through a deterioration of risk sentiment, pose risks to global economic growth, and affect the United States.


현재 중국 문제는 2가지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 한국의 IMF 위기처럼 폭발을 해서 구조조정을 통해 문제를 정리하고 다시 새로운 성장경로를 찾던가, 아니면 일본처럼 정부가 개입을 해서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들에게도 정부가 금융지원을 하고 기업들은 좀비화해서 장기 저성장을 지속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은 “공동부유론”를 제창하고 있다. 좋게 말하면 같이 잘 살자는 것인데, 위기를 겪고 나면 사회의 양극화는 필연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중국의 선택은 장기 저성장이 아닐까 싶다. 더욱이 제한적인 외환거래 자유화, 높은 외환보유고로 인해 외화유출로 인한 외환위기는 외환거래 자유화된 국가들에 비해 억제력이 있고, 경제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을 rebound 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일본과 같은 장기 저성장 경로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이제 중국의 고성장 신화는 추억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모든 나라들이 한 때는 다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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