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이직한 회사에서 근속 5년 만에 안식휴가 5일이 나왔다. 짧은 휴가이지만 직장인에게 연차 외 +5일의 휴가는 단비 같은 것. 어디를 가야 여행을 잘 갔다 할까. 5년 차가 되던 해부터 고민했었다.
'00님은 안식휴가 어디로 가요?'. 나와 같이 입사 5년 차인 동료에게 안식휴가 장소를 물어본다. 당연히 '휴가=여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계획은 꽤 매력적이었다. 교회에서 주최하는 해외단기봉사로 오키나와를 간다는 것. 며칠이 지났을까. 교회에서 처음으로 해외단기봉사를 주최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운명의 장난일까. 홀리듯 신청서를 작성했다. 어떠한 사명도, 엄청난 봉사 정신도 없었다. 그냥 내 인생에 자주 오지 않을 기회일 것 같아서. 어떻게 보면 '기회'라는, '경험'이라는 철저히 '나'를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목사님 포함 11명의 청년 단기봉사팀이 꾸려졌다.
해외 봉사지역은 캄보디아 라따나끼리(Ratanakiri). 잘 외워지지도 않는 특이한 지명을 무심하게 스쳐만 보낸다. 언젠가 외워지겠지 하며. 워낙 그곳에 대해 무지하다 보니 어떠한 호기심도 일렁이지 않았다. 항상 어딘가를 가기 전, 그곳에 대해 사전공부를 하는 내 안의 'J' 자아는 나타나지 않았다. '봉사'라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고된데... 가보게되면 알게 되겠지.
라따나끼리의 지명은 '보석 산'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 캄보디아 소수종족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라는 것, 그리고 나에게 가장 중요한 프놈펜에서 버스로 9시간 거리라는 정보만 담아두었다. 몇 달 후, 라따나끼리에 내 마음 한쪽을 두고 오게 될지 전혀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