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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남편이 연차를 썼다. 연말이라 남은 연차를 소진해야 하는데, 겸사겸사 은비의 영유아검진과 예방접종 일자가 다가와서 소아과를 다녀오기로 했다. 남편이 연차라니 약간의 자유시간이 생길 듯하여 필라테스도 예약하고, 장난감 당근도 오늘로 지정했다. 아침에는 소아과, 장난감 당근 / 오후에는 필라테스를 다녀오기로 일정을 잡았다.
영유아검진은 2회차, 예방접종도 오랜만에 받다 보니 사전에 미리 작성해야 하는 문진표와 예진표 작성을 잊어버린 상태로 소아과에 방문했다. 그저 은비가 오늘 주사를 맞으면 힘들겠다는 생각과, 한 시간 전에는 수유를 하면 안 된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어서, 다음 수유타임 직전에 시간을 맞추어 소아과에 방문했다. 방문하고 나니 영유아검진을 위해서는 문진표 작성이, 예방접종을 위해서는 예진표 작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방문했던 소아과는 예약 없이 10시 이전에만 방문하면 되는터라 시간이 갈수록 아기들이 더 몰려오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문진표작성과 예진표작성을 하고 간호사에게 전달했는데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문진표 작성여부를 잘 듣지 못했던 것 같다.
점점 우리보다 늦게 온 아이들이 먼저 진료를 받기 시작하고, 은비는 배가고픈 것과 진료실에서 들려오는 다른 아기들의 울음소리에 놀라 같이 울기 시작했다. 점점 마음이 조급해지고 신경이 예민해지기 시작했는데 2명 정도 진료가 끝나고 나서야 간호사가 문진표 작성을 다 했냐고 물어보았다. 영유아검진 비밀번호도 큰소리로 공개적으로 물어보기도 해서 황당함의 연속이었지만 어찌하리.. 한 명 더 진료를 보낸 후에야 진료실로 안내받았다. 40분이나 기다린 남편과 나는 불만이 쌓였지만 아이 앞이기도 해서 감정을 잘 추스르려고 노력했다.
은비는 배가 고팠는지 먹는 약도 허겁지겁 먹었다. 쪽쪽이도 갖고 가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물약이라도 먹어서 배고픔은 겸사겸사 달랠 수 있었다.(미안하다..) 2대의 주사를 맞고 나니 많이 울기도 했는데 배고파서 그런지 금방 울음은 그쳤다.
집으로 오면서 해당 소아과는 다음에는 방문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소아과에서는 영유아검진을 예약을 받아서 의아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예약을 하고 진료를 꼼꼼히 보는 것이 훨씬 아가들 사이에 전염도 덜 할 것 같고 무엇보다 정신없는 것이 덜 할 듯했다.
집으로 와서 부랴부랴 수유를 하고 남편은 당근을 하러 출발했다. 이번에 거래할 물건은 아마존 쏘서라는 점프로 같은 장난감이었는데 원형 테이블같이 생긴 선반에 정글과 관련된 오브제들이 있고 중앙에 아이가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장난감이다. 아직 허리의 힘이 없어서 오랫동안 앉힐 수는 없지만 목은 가누는 상태라 앉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소아과에서 쌓였던 불만이 싹 잊혔다.
사실 장난감에 대해서 큰 생각이 없었는데, 요즘 모빌을 보는 은비의 눈빛이 재미가 없다는 눈빛이었고, 7월생 오픈채팅방에서 나누는 대화를 보니, 은비보다 3주나 이른 친구들이 아마존쏘서를 타고 잘 노는 모습을 공유해 주어서 알게 되었다.
이전에 가입했던 동네 오픈채팅방들은 후발주자로 입장해서 그런지 이미 친목이 너무 강했던터라 당황스러운 대화들이 많아 얼마있지 않아 나오게 되었다. (반말대화, 내가 사는 곳을 첫 만남에 물어보는 것, 그들만의 정치,... ) 대신 지역은 같지 않지만 아이의 연월로 공통점이 된 오픈채팅방에 가입했는데, 그것이 요즘 정보를 잘 얻고 있는 7월생 오픈채팅방이다.
초반에는 크게 대화가 많이 없었는데, 발달이 굉장히 빠른 아기엄마가 들어온 이후로 채팅방이 활발해졌다. 이것저것 정보도 공유하고 증상도 공유하니 비슷한 증상을 겪었던 아기엄마들 상황을 진단해주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은비는 100일 전에 심하게 게우기 시작하여 2주 정도 지속됐고 100일 이후로는 수유량이 갑자기 늘었던 경험이 있는데 놀랍게도 7월 생방에 있던 아가들이 거의 다 동일한 증세를 겪었었다. 이는 책에서도 잘 안 나오거나 찾기가 힘든 정보였는데 이렇게 같은 개월수의 아기들이 있는 방에 있으니 의문점이 빠르게 해결이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아직 뒤집기 위주로 하다 보니 주로 누워있던 시절이 많았었는데 아마존 쏘서에(이하 쏘서) 앉히니 너무나 좋아했다.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주변 정글오브제들을 하나씩 바라보고, 원숭이 오브제를 보고서는 정말이지 너무나 함박웃음을 지었다.
미소를 보고 있자니 내가 너무 누워만 두었나, 장난감을 너무 안 사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미안하기도 했다. 웬만하면 당근으로 구매할 생각에 괜찮은 물건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는 기간이 길어 장난감을 제때 공급을 못해주었는데 당근에만 의존하지 말고 구매도 고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픈채팅방에서 4갤부터 72갤까지 뇌성장에 좋은 장난감들을 소개해준 책자를 공유해주기도 했는데 매우 유용했다.
12월에도 구매해야 할 은비용품이 많을 것 같다. 카시트와 침대 가드, 그리고 뇌성장, 소근육, 대근육 등등 성장 part별로 장난감들인데 부모급여로 최대한 커버하고 있으니 그나마 지출이 치명적인 상태는 아니긴 하다.
운동하러 나가기가 참 어려운 계절이 되었다. 특히나 오늘부터 날씨가 많이 추워진다고 해서 나가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긴 했는데, 남편이 은비를 봐준다는 생각에 약간의 해방감? 이 동기부여가 되어 부랴부랴 운동복을 입고 출발했다.
요즘은 운동복을 입을 때마다 자괴감이 든다. 출산 이후 늘어난 복직근의 회복을 기다리느라 출산직후의 몸매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3개월 이후부터 운동을 권장하고 있어 은비 100일 이후부터 필라테스를 다니고 있다. 이제 30일 지났으니 한 달 정도 지났는데 그래도 처음보다는 복직근이 많이 닫혀서 복근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고, 최근에 점검해 보니 발목과 무릎의 상태가 괜찮아 조금씩 조깅을 해도 괜찮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정밀하게 확인하고 싶어 필라테스 끝난 후에 인바디를 체크했는데 체지방률이 확실히 올라가긴 했고 그래도 다행인건 근육량도 같이 오른 상태였다.
10kg를 감량하기 위해서는 저녁 식사량을 적당히 먹고,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 집으로 복귀하면서 회사운동방에 다음 주부터 주 3회가 아닌 주 4회로 운동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렇게라도 작은 각오를 공유해야 할 듯싶어서 내가 과연 하려나 싶은 의문을 제쳐두고 하겠다고 외쳤다.
필라테스에서 돌아오니 은비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다. 게워냄이 심했고 뭔가 불편한지 투정을 부리다가 반사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되집기까지 이 세 박자가 동시에 일어나다 보니 평소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예방접종을 맞고 후유증이 있어 보여서 체온을 쟀더니 평소보다 온도가 높게 나왔다. (38도를 넘기진 않음) 안아서 달래기도 하고 쏘서에도 앉히기도 하고 안아서 돌아다지기도 했지만 게워냄은 지속되었다. 2시간 정도 지나니 은비도 지친 나머지 이젠 잠투정이 오기 시작했다.
차라리 깨어있는 상태로 괴로워하는 것보다는 자면서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괜찮을 듯싶어 재우기를 시도했다. 요즘은 쪽쪽이를 물리면 싫어해서 그런지 뭔가 불편해서 그런지 오른손으로 쪽쪽이 손잡이를 직접 잡아 뺀다. 소근육을 발달시켰더니 이런 행동을 할 줄이야.. 그래서 아예 잠들 때는 쪽쪽이를 물리고 오른손을 붙잡아둔다. (왼손은 오른손보다 잘 사용 안 한다.) 그럼 쪽쪽이를 빼지 못하고 반사행동이 점점 줄어들어 잠에 들기 시작한다. 무거운 눈꺼풀이 덮이고 나서 은비 침대로 천천히 깨지 않도록 하며 옮겼다.
평소보다 2시간 일찍 자서 언제 일어날지 예상은 되지 않지만 내일 일어나고 나면 오늘보다는 컨디션이 좋았으면 좋겠다. 평균적으로 3일은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하는데 무사히 넘어가길 기도해야겠다.
잘 버텨줘서 고마워 은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