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디벨롭과 그라운드리스의 세계
아무도 얼씬 거리지 않을것 같은 휴전선 근처 땅만 골라 사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것도 지뢰가 묻힌 곳만 골라서 산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각 길목의 요지에 사람들이 지나다닐 만한 곳에 지뢰를 묻어놨을 터이고, 통일이 되고 나서 사람들의 왕래가 생기는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뢰밭이 될거라는거다. 이정도까지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대단한거다. 하지만, 실제로 땅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전략이기도 하다. 특히나, 사람의 왕래가 적거나 외진 곳에 위치한 땅은 감나무에서 감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입벌리고 누워있다가는 입에 거미줄을 칠지도 모르겠다. 욕심과 조급함은 땅에 묻고 손자에게 물려줄 각오를 하고 장기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될만큼 환금성이 낮기 때문이다. 쑥과 마늘만 먹고 40년을 버틸 각오가 되어있지 않다면 차라리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적은 금액만 투자하거나 땅투자보다는 임대수익이 따박따박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땅이라고 하는 단어를 들었을때 사랍들마다 그 와닿는 느낌은 다 다르겠지만 필자에게 연상지는 이미지는 지방에 가면 동네 입구에 커다랗게 써놓은 '땅', 딱 그 느낌인거 같다. 도시지역이 아닌 외곽지역, 개발의 손길이 미처 닿지 않은 곳. 이왕이면 지금 농사를 짓고 있거나 황량하다 못해 황망한 허허벌판, 그런데 이런곳에 이곳저곳 도로를 내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거나 수시로 외지에서 온 고급차들이 왔다갔다 하는 모습, 그 위에 하이에나가 비릿한 피냄새를 맡고 먹이를 찾아 오듯 부동산 꾼들이 우루루 몰려오는 장면ㅎㅎㅎ이 오버랩 된다. 그만큼 땅에 얽힌 영화같은 이야기들이 차고 넘치게 많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에서의 개발사례들은 불과 몇년전만해도 황량하기만 했던 논밭에 하루아침에 아파트 수백동이 올라 가버리는 그린필드GreenField형 개발이라고 볼 수 있다. (도시 및 근교 지역의 미개발 지역을 개발하는 것을 지칭하며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브라운필드Brownfield는 낙후된 공장 지역, 그레이필드Greyfield는 활기를 잃고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도시지역이 있다.) 흙먼지 날리던 비행장이었던 여의도, 텍사스 평원같던 깡촌 강남, 논, 밭, 구릉이던 수도권의 신도시등을 개발해온 그린필드 개발은 급속한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동안 도시로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인구증가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될때, 대규모 주택 공급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매우 적절하고 현실적인 대안이기는 했다. 그런데 이렇게 인프라시설부터 개발자가 직접 구축하면서 맨땅을 개발하는 것을 서구권에서는 랜드디벨롭먼트Land Development라고 한다. 우리의 '토지개발'로 직역할 경우 의미전달이 조금 틀릴수 있을거 같아 일단은 원문인 랜드디벨롭을 그대로 적어볼까 한다.
미국과 같이 땅이 넓고 경제가 안정화되어 있는 경우, 사실 랜드디벨롭은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다. 설령 랜드디벨롭먼트가 진행되더라도, 한국과는 비교가안될 만큼 소규모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간 디벨로퍼가 도로, 전기, 수도, 통신 등 모든 인프라 시설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렵고 분양이 안됐을 때 위험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랜드디벨롭먼트는 위험한 만큼 개발이익도 크고 디벨로퍼라면 누구나 자기의 이름을 걸고 포트폴리오에 올리고 싶은 로망이 들기 때문에 사실 랜드디벨롭은 부동산 개발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자칫 잘못하면 흠없이 잘 꾸려온 경기를 망칠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만큼 관객을 환호시키기도 하고 스스로 만족도도 가장 큰 김연아의 트리플악셀?에 비유할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러한 그린필드형 개발이 급속한 경제발전과 도시화가 진행된 한국에서는 정부에서 주도하는 택지개발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그것도 유례가 없을 만큼 초단기간에 도시 단위의 대규모 개발이 뚝딱 만들어지다 보니, 부동산 개발은 실로 엄청난 개발이익을 발생시켰고 꽤 많은 사람들이 주체할수 없을 만큼의 돈을 벌기도 했다. '땅거지 Land Poor'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땅은 많은데 정작 현금이 없어 생활이 곤궁한 사람들을 말한다. 선조로부터 내려오던 시골 땅이나 농사짓던 땅들은 대규모의 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나타나야 처분이 가능할테고 몇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이렇게 환금성이 낮고 더욱이 임대수익마저 시원찮은 토지의 경우, 장부상에 아무리 자산이 많다고 나와있더라도 당장에 쓸수 있는 현금이 없어 이른바 땅거지가 된다. 자산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매수자가 나타날때까지 대책없이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가격을 엄청 싸게 내놓는 것외에는 적당한 대안이 없을터. 1차산업에 기반하여 농사를 짓던 70~80년대에는 땅의 위치가 어디든 땅에 작물을 심고 수확이 나면 그 자체로 효용이 있었고 도로에서 가깝든 멀든 농사짓고 수확량만 나온다면 시골의 땅값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근대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는 동안, 자식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고 농사지을 여건이 안되거나 농사지어봐야 고생만 하고 남는게 없어 땅을 팔고 자식들 곁으로 가고 싶어도 환금성 낮은 토지는 마땅한 대안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던 시골의 대규모 땅에 도로가 생기고 택지가 개발된다면서 나라에서 모두 사준다고 하고 감정을 해서 공시지가의 두배정도 값을 현금으로 보상해준다고 하니 쾌재를 부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토지보상이 들어가기 전에 급하게 작물도 심고 건물도 세우면 보상금을 더 받을수도 있었으니 온 갖가지 꼼수들이 횡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이 나름의 중박을 터뜨리기는 했지만 진정한 대박의 주인공은 90년대 이후 수도권에서 분당같은 대규모 택지지구 인근에 땅을 갖고 있던 지주들이었다. 대규모 개발에 슬쩍 발을 담가 무임승차Free Ride 할수 있던 사람들이다. 자기 땅 바로 앞이면 더 좋고 아니더라도 근처에 넓직넓직한 도로가 새로 생기고 사람들의 왕래가 대폭 늘어 나면서 몇년만에 몇십배 땅값 오르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여기에 난개발이 더해지면서 용인 같은데서는 학교나 기반시설도 전혀 없는 곳에 아파트들이 쭈욱 쭈욱 올라갔다. 이 때문에 지난 20~30년간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각 지역에서는 '개발호재'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시장을 들썩들썩하게 만들곤 했다. 땅이라고 하는건 내 노력이 들어가는게 아니라 운만 좋으면 가만히 갖고만 있어도 앉아서 떼돈을 벌수 있었으니 '돈벌기 참 쉽지유~?', '졸부의 탄생'등 끊임없는 신화같은 얘기들이 회자됐다. 애당초 자신의 의지나 선택으로 매입한 것이 아니었고 그저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온 경우가 많았으니, 그저 조상의 은덕에 보통 사람은 평생 만져보지 못할 돈을 한번에 손에 쥐게 됐다. 하지만 경제관념이 높지 않던 순박한 농사짓던 가정에 떨어진 로또 당첨같은 큰 보상금은 형제들끼리 싸우고 가정이 파탄나는 불상사를 야기시키기도했고 시골에서는 벤츠에 호미와 삽을 싣고 밭매러 가는 진풍경도 종종 발견됐다.
하지만, 이제 성장속도도 둔화되고, 대규모 택지개발 방식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택지 개발을 통해 과거처럼 앉아서 대박이 날 가능성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전반에 걸쳐 이제는 개발호재에 기대서 돈벌기는 점차 어려워지고있고 가만 누워 감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땅 투자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가치창출value add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가 오고 있다. 한단계 진보한 부동산 투자란 기존의 수동적passive투자에서 보다 적극적active 인 투자로의 전환을 뜻하며 그 한복판에 있는 것이 부동산 디벨로퍼다. 미국의 난리법석 대통령 도날드 트럼프가 익히 알려진 부동산 디벨로퍼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 세계에도 급이 있는데, 그 중에는 경매로 낙찰받은 집을 간단히 리터치re-touch해서 조금 더 비싸게 되파는 입문형 디벨로퍼 가 있을 것이고 자신의 낡은 건물을 허물고 늘씬한 새 건물을 올리는 초급 디벨로퍼도 있고 여기서 더 나아가 남의 땅이나 건물을 사서 건물을 올리는 중급 디벨로퍼도 있다. 초급과 중급을 나누는 이유는 자기 땅을 담보로 돈을 빌려 건물을 올리는 것은 상대적으로 자기자본 비율도 높고 사업이 수월하지만, 남의 건물을 사서 개발을 한다면 자기 자본을 최소화해야 수익성을 확보할수 있으니 자본조달도 어려워지고 시간과 싸움을 해야 하니, 여러가지 어려움에 부딪히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개발의 어려움은 입지가 안 좋은 지역으로 가면 더욱 가중된다. 해당 부지의 특성에 딱 들어맞는 용도를 찾아 내고 상상력을 바탕으로 해당 건물에 활기를 불어넣을수 있는 임차인tenant을 생각해 내 실제로 모셔 놓을수 있는 테넌팅tenanting의 역량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돈과 시간이 묶이고 회수가 늦어지면 그만큼 수익율은 뚝뚝 떨어져 어느 순간에는 손해를 보더라도 과감히 손절매를 한 다음, 다른 사업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도 생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난다 긴다 하는 디벨로퍼중에서도 상급자 코스는 랜드디벨롭 LAND DEVELOPMENT이다. 들어가는 돈은 많은데 나오는 나오는 돈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랜드디벨롭이 매우 어려운데 그 이유는 첫째, 한국은 토지 비용이 비싸고 개발비용의 2/3가 땅값이다 보니 처음부터 묶이는 돈이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둘째, 그런데 개발자금의 90%이상을 레버리지 하는 차입에 의존한 PF (Project Financing) 구조로 개발을 하다보니, 개발비용도 많이들고 시간지체에 따른 위험이 급증한다. 빌린돈이 90%이상이니 그만큼 사업이 위험해지고 높은 위험도에 따라 금융비용도 비싸진다. 높은 금융비용은 시간이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시행사 사장의 입술을 더욱 바짝 마르게 만들고, 어찌됐든 하루라도 빨리 자금을 회수할수 있는 속전속결의 무리수를 쓰도록 만든다. 결과적으로 인허가 과정에서, 분양과정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이 동원될 개연성이 높아지고 실제로 신문지상을 화려하게 장식해온 숱한 비리와 청탁 사례들이 있었다.
따라서, 랜드디벨롭은 필시 자본 확보가 핵심이 된다. 우리에게 꿈과 희망만 안겨주고 정작 영원히 꿈속으로 사라져 버린 용산 드림허브Dream Hub (30조가 넘는 단군이래 최대 부동산 개발사업)가 난항을 겪다 결국은 좌초되어 버린 이유도 PF자금에 의존한 사업구조가 이런 저런 이유로 사업이 표류하고 시간이 지체되면서 증가하는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각해볼수 있는 대안이라면 결국 자본의 확충인데, 두가지 방식의 자본을 생각해볼수 있을듯 하다. 첫째는 오랜시간 같이할수 있는 든든한 재무적 투자자(FI: Financial Investor)인데 한국의 여건에서는 재무적 투자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은 모양이다. 부동산 펀드는 펀드 설정 기간이 있어서 몇년안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보니 그 안에 개발을 끝내고 활성화 시켜서 다시 매각을 해서 투자금을 회수하기에 시간이 빠듯하다.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 투자자들은 부동산 개발 사업에 직접 투자도 잘 안하거니와 설령 관여를 한다면 차라리 PF자금을 빌려주는 펀드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둘째, 이런 상황이다 보니, 땅주인은 땅을 현물로 제공하고, 디벨로퍼는 자금과 공사를 담당하는 지주공동사업이 대안으로 제시됐고, 실제 최근 몇년 사이 각광을 받았다. 그런데 지주 공동사업이라는 것은 땅을 누구에게서 어떤 방식으로 제공받느냐도 살펴봐야 하는데, 땅주인이 민간인 경우도 있지만 지자체나 정부와 같은 공공Public인 경우도 있다. 앞서 언급한 용산 드림허브를 비롯해 2000년대 이후에 전국 여기저기서 이와 비슷한 몇조씩 하는 사업이 수십개 준비되었고, 이들을 공모형PF사업이라 부른다. 민간에서 공모전과 같이 좋은 사업계획을 제안 받아 심사를 한 후에 공공에서 땅을 제공하고 민간에서 건설을 하는 사업인데, 현재는 대부분 지지부진하거나 계획이 대폭축소되어 난항을 겪고 있다. 현실성에 대한 검토없이 꿈같은 얘기만 하다가 무책임하게 끝났다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만큼 당시 설계회사들은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을 포함해 고층 빌딩이 그림 한가운데 들어가고 삐까번쩍한 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꿈같은 개발계획과 조감도를 원없이 그려봤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차라리 고려해볼수 있는 것이 땅을 빌리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일반적이지만,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인 그라운드 리스Ground Lease가 그것이다. 그 기원은 로마시대든 중세시대든 꽤 옛날로 거슬로 올라가겠지만 땅을 장기로 빌리는 개념은 근현대사에서 1898년 영국이 홍콩을 99년간 임차한 후 1997년 중국에 반환한 것을 떠올리면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가 쉬울듯 하다. 중국이 개방되고 본격적인 경제 건설이 시작되던 시기, 사유재산을 인정한지 않던 중국은 국가에서 토지를 소유하기 때문에 디벨로퍼는 국가로 부터 70년간 땅을 임차하는 그라운드 리스 계약을 하고 그 위에 건물을 지어야 했다. 아파트의 경우, 70년간 그라운드 리스를 통해 토지사용 허가를 받는데, 추후 땅에 대한 계약이 만료되면 어떻게 되느냐에 대해 처음에 갑론을박이 꽤 있었다. 토지 계약은 향후 자동 갱신될것이라고 알려지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수가 없고 그때 가봐야 알것 같다. 그런데 그라운드 리스 기간이 70년인 주택은 그나마 시간적 여유가 있어 안심할 수준이지만 상업건물은 50년, 공장건물은 40년에 불과해 아마 20~30년 후에 중국에서는 꽤나 이슈가 될 것 같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그라운드 리스는 금융과 개발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필자는 미국 MTA (Metropolitan Transportation Authority, 뉴욕 철도청) 부동산본부에서 인턴쉽을 했었는데, 이곳에서 하는 일은 뉴욕에서 가장 땅을 많이 가지고 있는 철도청이 소유하고 있는 기차역 주변 유휴 부지를 민간 디벨로퍼에게 임대하여 부동산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용산 드림허브의 첫 벤치마킹 대상으로 알려지고 있는 뉴욕시 브루클린의 아틀란틱야드 Atlantic Yards 프로젝트 (브루클린 넷츠의 농구 구장인 바클레이스 센터) 뿐만 아니라, 현재 맨하탄에서 우리의 가로수길보다 더 HOT하게 개발되고 있는 허드슨야드Hudson Yards 프로젝트 (뉴욕 하이라인에서 연결되는 뉴욕 최대 개발프로젝트) 두군데 모두 MTA에서 유휴부지를 임대하여 상업용 건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뉴욕에서는 이들 초대형 프로젝트가 어렵기는 해도 모두 순항을 하고 있는데, 금융위기의 파고가 미국보다는 덜했던 한국의 드림허브는 허무하게 무너진 이유는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그라운드 리스의 역할도 컸다고 본다.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의 경우, Related 라는 디벨로퍼가 미국의 금융위기 동안 쑥과 마늘만 먹으며 몸을 움츠리고 있다가 최근들어서야 개발을 재개했는데, 이들이 조단위의 개발사업을 시장상황을 보며 몇년간 Hold할수 있었던 이유는 매년 일정한 지대(땅 임대료)만 내면 되니 사업 연장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필요하면 정해진 가격에 땅을 살수 있는 옵션도 계약에 포함되어 있어서 프로젝트가 잘됐을 때에는 부지를 매입하고 개발이익도 극대화 시킬수가 있다. 반면, MTA 입장에서는 매년 발생하는 임대료만 챙기든, 정기적으로 입금되는 임대료를 바탕으로 금융기관에 가서 채권Bond을 발행해 목돈으로 바꾸든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당장 팔지 않더라도 사업이 잘됐을때에는 웃돈을 받고 땅을 팔아 성공의 과실을 나눌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그라운드 리스가 민간에서도 자주 활용된다. 뉴욕 맨하탄에 들리면 필수적으로 들리는 관광 코스인 라커팰러센터 Rockefeller Center의 경우, 원래 그 땅은 콜럼비아 대학교의 땅이었는데, 1900년대 초 미국최대의 부호였던 석유왕 라커펠러가 그라운드 리스로 수십년간 임차한 다음, 그 위에 순차적으로 총 19개의 건물을 지었다. 콜럼비아 대학교로 부터 땅을 매입하여 온전한 소유권을 확보한 것은 한참 후인 1985년이다.
국내의 경우, 그라운드 리스는 여의도에서 찾아볼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여의도 IFC (국제금융센터)다.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국제 금융의 허브로 여의도를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하에, AIG가 서울시로부터 99년간 부지를 임차하여 오피스 3개동과 호텔, 쇼핑몰을 개발했는데 최근에는 브룩필드BrookField라는 글로벌 투자회사에 매각되었다. 특히, 브룩필드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들이 포진하고 있는 월드파이낸셜센터WTC를 소유하고 관리하는 회사인데 이미 세계적 금융기관들을 관리하는 회사이다 보니 향후 국제금융 기능을 강화하는데 매우 주효할 것이라는 공무원적 계산이 깔려있는듯 하다. 그리고 여의도 IFC옆에는 민간 그라운드 리스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파크원Parc1 프로젝트가 있는데 땅 주인은 민간이다. 통일교에서 주차장으로 쓰고 있던 부지를 99년간 임차하여 IFC보다 더 크고 높은 건물을 개발하는 사업인데 금융위기 이후 법적 소송 (통일교 내부 형제간 갈등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음)때문에 몇년간 공사가 중단됐다가 최근에 사업이 재개되었다.
참고로, 이곳에는 서울최대 규모의 현대 백화점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하는데, 서울의 플래그십 백화점 경쟁에 느닷없는 현대의 출현으로 2020년 경 서울의 백화점은 롯데, 신세계, 현대가 서울의 도심, 강남, 여의도를 각각 나눠 맡게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와 신세계의 쟁탈전은 '고터의 추억'을 참고)
전세계 국토면적 순위 106위인 대한민국에는 산이 많아 개발 가능한 면적은 30% 밖에 안되고 더욱이 실질적으로 도시를 앉힐수 있는 도시 면적은 국토의 6%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대한민국 사람을 100명으로 봤을때 땅을 가진 사람은 28명이고 그 중 한명이 대한민국 땅의 55.2%를 차지 (국토교통부)하고 있다고 한다.
땅,땅,땅... 에 얽힌 이야기가 특별히 구구절절한 이유는 아무리 교통통신이 발달하고 Amazon으로 못들고 들어오는게 없는 세상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땅은 수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은 아닐까. 땅은 소중히 잘 개발되고 관리되어야 하기에 필요하다면 다양한 선진사례들을 들여다 보고 그 방법을 벤치마킹해보는 것이 좋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