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5) AI는 마케팅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생성형 AI는 광고를 어떻게 바꿀까.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을 살펴보자. 뜬구름 잡는 AI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마케팅에 적용되고 성과를 만들고 있는 '사례'를 알아보고자 한다. 그렇게 다양한 브랜드 사례를 시리즈로 엮어가는 중이다.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저마다의 통찰을 길어 올릴 수 있지 않을까?
AI를 활용한 광고 시리즈, 다음 사례로 '나이키'를 소개한다.
여기 은퇴를 앞둔 스포츠 스타가 있다.
잘 나가던 한때를 뒤로 한채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팬들은 그녀의 모습에서 과거의 영광을 함께 본다. “아.. 그때 참 좋았는데.” 누군가는 그렇게 과거를 추억했을지 모른다. '만약에' 그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다면 선수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즐거운 일 아닐까. 그런데 바로 그 ‘만약에’를 현실로 만들어버린 기업이 있다. 잘 나가던 그때 그 시절로 시간을 되돌린 기업. 나이키의 사례를 소개한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나이키는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야심 찬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브랜드가 가진 가치를 새롭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이들은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의 은퇴를 주목했다. 그녀는 4대 그랜드슬램 중 3개의 그램드 슬램대회에서 6회 이상 우승한 전설적인 선수였다. 이런 선수가 은퇴를 한다면 과거의 대단했던 기록을 다시 한번 보게 되는 게 팬심일 테다. 나이키는 이러한 팬심을 활용, 가상의 테니스 대결을 열었다.
대결의 상대자는 바로 그녀 자신! 1999년 US 오픈에서의 첫 그랜드슬램을 달성 당시의 17세 그녀와, 2017년 호주 오픈에서 그랜드 슬램을 차지했던 35세 시점의 그녀를 맞붙게 한 것이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우선, AI를 통해 과거 그녀의 기록을 학습했다. 그리고 다양한 히스토리가 축척된 데이터를 활용해 당시의 경기 스타일을 모델링했다. 당시의 의사결정방식(decision making), 샷 선택(shot selection), 반응속도(reactivity), 회복력(recovery), 민첩성(agility) 등 경기력과 관련된 데이터가 고려되었다.
그렇게 17세의 세레나와 35세의 세레나의 경기력을 온전히 재현해 낼 수 있는 모델을 완성한 것이다. 그 후 가상의 선수 두 명은 AI가 생성한 경기에서 무려 13만 회를 겨뤘다. 이는 연이어 경기를 시청한다면 1년 동안 봐야 할 길고 긴 시간이다. 이러한 시간을 뚫고 가상의 두 선수는 마침내 대중 앞에서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를 위해, 스탠포드 대학에서 개발한 기술(vid2player)로 실제 사람이 움직이는 듯한 모습도 재현되었다. 그렇게 가상 대결은 모든 준비가 완료된 것이다.
나이키는 이 대결을 자사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렸다. 마치 빅매치를 예고하듯. 그리고 마침내, 나이키 유튜브 채널을 통해 둘의 대결이 스트리밍 되었다. 160만 명이 넘는 팬들이 이 경기를 지켜봤다. 세레나의 적수는 세레나뿐이라는 보여주고 싶었을까.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끊임없이 진보하는 세레나의 모습은 Never Done Evolving 이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공개 됐다. 전설적인 스포츠 스타의 멈추지 않는 진화는 팬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을 거라고 본다.
물론 이러한 가상 대결은 어느 기업이나 쉽게 성사시킬 수는 없다. 우선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하고 AI를 통해 머신러닝을 실행할 자본이 필요하다. 따라서 별다른 허들 없이 누구나 접근가능한 Chat GPT나 생성형 AI를 활용한 광고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즉, 머신러닝 방식을 통해 무언가 시뮬레이션해 보는 크리에이티브는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당장 실행해 보긴 어렵다. 이 캠페인이 갖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이 캠페인은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준다. 분명히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 단순히, AI를 통해 이슈화에 성공시켰다는 것 이외에 마케터로서 우리가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두 가지가 바로 그것이다.
첫째, 이 가상 대결은 나이키가 추구하는 가치를 잘 담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우리는 그간의 나이키 광고를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봤었다. 그리고 뭉클해지는 경험을 했다. 의족을 가진 채 달리기를 하는 선수, 여성의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 보수적인 체육문화를 극복하며 기량을 꽃피우는 선수들. 하나하나 생각해 보면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상 속 히어로의 모습이다.
그러한 히어로의 모습을 스스로에게 투영하며 우리는 나이키의 스피릿을 구매하는 것 아닐까.
나이키는 오랜 기간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전하기 위해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이번 가상 대결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테니스 스타의 가상 대결이라는 흥미로운 크리에이티브 또한 훌륭했지만, 브랜드 가치와 연결시키는 전략 또한 훌륭했다고 본다. 역시나 AI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수단이자 무기로 활용됐다.
그렇다면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그 가치를 전하기 위해, 과연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우리가 가진 데이터를 머신러닝 시킨다면 어떤 가상 대결을 해볼 수 있을까. 이번 글을 통해 고민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둘째로 우리가 배울 점은 바로 나이키가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나이키는 세레나라는 선수의 매력을 십분 활용해 고객과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단순히 선수를 모델로 활용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초월해 과거의 기록을 현재로 끌어와 가상대결을 성사시키며 주목도를 높인다.
AI는 그동안 할 수 없었던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 특히나, 과거의 역사성과 관련된 것을 현재에 재현해 낼 수 있는 기술이 뛰어나다. 과거의 데이터만 충분히 있다면, 그 데이터를 학습하고 모델링하여 현재에 재현해 낼 수 있다. 과거의 사람이 말하게 하고, 과거의 상황 속에서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역사에 ‘만약에’는 없지만, AI를 활용한다면 ‘만약에’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만약에’를 통해 구현된 모습은 서사성을 부여한다. 즉, 나이키는 ‘역사적’인 사실(과거의 세레나 선수)을 현실화(모델링을 통해 경기 구현) 시키고 불가능했던 설정 ‘만약에’를 보여주며(두 가상 선수의 라이브 생중계) ‘서사성’을 만들어 냈다.
여기서의 ‘서사성’이란, 스스로를 극복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세레나 선수의 일생 그 자체다. 이러한 서사성은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힘이 있다. 무언가 울컥하게 만들며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힘! 나이키는 바로 그 부분을 정교하게 설계해 내고 있는 것 아닐까. 우리가 이번 캠페인을 통해 배워야 할 건, AI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려는 자세 바로 그 자체이다.
그런 면에서 Never Done Evolving 이것은 나이키가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앞으로 AI를 통해 나이키가 또 어떤 대화를 걸어올지 함께 지켜보자. 그것이 바로 나이키의 마케팅을 바라보는 관점 포인트다!
* 마케터를 위한 팁
- 나이키는 AI를 통해 이슈성과 서사성을 부여하는 캠페인을 설계했다.
- AI는 역사적 사실에 생명을 부여하며 ‘만약에’를 현실로 만드는 놀라운 힘이 있다.
- 우리 브랜드는 고객과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 참고자료 (위 캠페인을 실행한 AKQA 스튜디오) 홈페이지
https://www.akqa.com/work/nike/never-done-evolving/
- [Dove] AI 편향성, 마케터는 어떻게 활용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