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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KI Oct 06. 2024

신념을 바꾸는 설득의 기술

(Insight) AI는 마케팅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A씨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산책길에 나섰다. 그런데 신호등을 기다리던 중, 누군가 다정한 미소로 말을 걸어온다. “안녕하세요. 이 스티커 하나만 붙여 주실 수 있나요?” 환경보호단체의 활동가였다. 북극곰을 살리기 위해서라는데, 그까짓 거 뭐가 어렵나 싶었다. “감사합니다. 북극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 드려도 될까요. 후원을 통해 더 큰 변화를 만들 수도 있고요...” A씨는 멈칫했다. 하지만 활동가의 진심 어린 설명에, A씨는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길을 가다 위와 같은 경험을 한 경우, 독자 여러분들도 한 번쯤은 있었을 것 같다. 아마도 누군가는 괜히 귀찮게 됐다며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하지만 또 누군가는 A씨처럼 고민하다 후원을 결정하기도 한다. 마침 관심이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마련된 것일 수도 있고, 관심이 전혀 없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 수 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길을 가던 사람이 무엇인가 행동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된다. 특히나 마케팅을 하는 우리들에게 고객의 행동을 이끄는 순간은 언제나 흥미롭다.



중요한 건 이러한 권유 과정에도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심리학적 이론이 치밀하게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활동가의 설득뿐만 아니라, 배너 광고부터 구독 서비스를 권유하는 방식까지 설득의 모든 과정에 은밀하게 숨어있는 심리학적 이론이다. 이번 글에서 다룰 부분은 바로 그 부분이다. 대체 어떤 이론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인지, 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또 무슨 말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신념은 변할까



심리학에 ‘Foot in the door technique’라는 개념이 있다. 우리말로 번역해 보자면, ‘문전에 발 들여놓기 기술’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에 영업사원들이 집집마다 방문해 물건을 팔던 시절, 일단 문 앞에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판매 성공률이 높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작은 부탁을 들어준 사람이 큰 부탁을 좀 더 쉽게 들어준다는 현상을 설명하는 비유로 사용되곤 한다.


이런 현상을 실험을 통해 증명한 심리학자가 있다. 바로 프리드만과 프레이저(Freedman and Fraser, 1966)다. 그들은 집집마다 방문하며 자원봉사자인 척했다. 그리고 작은 스티커 하나를 창에 붙여 주거나, 입법을 위한 서명을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어렵지 않은 부탁이었다. 물론 거절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중엔 스티커를 붙여준 사람도 분명 있었다.  


프리드만과 프레이져는 스티커를 붙여준 집단과 대조군(스티커 붙이기를 요청받지 않은 집단)을 대상으로 또 다른 부탁을 했다. 이번에는 앞마당에 커다란 크기의 못생긴 간판을 세울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Drive Carefully’라는 문구가 쓰인 간판이었다. 이건 작은 스티커 하나 문에 붙이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확실히 부담스러운 요청인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다. 스티커를 붙여준 사람들 중에는 무려 55% 이상이 해당 부탁을 들어줬다. 대조군에서는 오직 17% 정도의 사람들만이 요청을 들어준 것과 확실히 다른 결과였다. 즉, 스티커를 붙여준 사람들의 승낙률이 대조군 대비 무려 3배가 넘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그들은 그냥 착한 사람이었던 걸까? 그럴 수도 있지만 심리학에서는 좀 더 다르게 설명한다.





이는 우리의 행동과 사고가 서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단 작은 행동을 하고 나면, 사람들은 그러한 행동과 자신의 태도를 일치시키려는 경향성이 생긴다. 사실 스티커 하나 붙이는 건 별로 어렵지 않기 때문에 한 일일수 있다. 이는 스티커를 붙이기 전에 안전운전에 대한 평소 본인의 신념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냥 간단한 거니까, 별생각 없이 붙여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안전운전이라는 개념이 특별히 나쁜 개념도 아니다.


그런데 일단 스티커를 붙이고 나서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래. 스티커를 붙인 건 내가 안전운전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해서야” 스스로의 행동과 생각에 일관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게 심리적으로 좀 더 편안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태도변화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벌어질 수 있다.  



반대로 안전운전에 대해 관심도 없고 그런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데 스티커를 붙이는 ‘행동’을 했다면, 과연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볼 때 어떤 사람일까? 행동과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본인의 생각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에 따른 심리적 불편함이 생긴다. 그럼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우린 둘 중 하나를 해야 할 것 같다. 스티커를 붙이지 말든가, 생각을 바꾸든가. 그런데 일단 행동을 하고 났으니 행동한 대로 생각하기 쉬운 것이다.


바로 그 점을 파고들어 프리드만과 프레이저는 더 큰 부탁을 했다. 이번에는 집 앞마당에 커다란 간판 설치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선생님은 역시 안전운전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하시는 분이었군요! 감사드려요. 간판을 설치해서 안전운전의 필요성을 좀 더 알려보면 어떨까요.” 이런 식으로 부탁을 했다면 어땠을까. 앞서 스티커를 붙인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일관성을 부여하며, 좀 더 수월하게 간판을 설치했다는 게 실험의 결과이다.


어떤가 실험 결과가 흥미롭지 않나? 사실 이러한 통찰을 비즈니스에 적용한 사례는 많다. 체험수기 공모나 제품 리뷰 포스팅을 요청하는 게 대표적이다. 고객들은 단지 경품을 받기 위해 체험기나 리뷰를 올렸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러한 행동을 한 후, 그들의 생각이나 태도가 변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심리학에서는 보상이 작을 때 오히려 이런 태도변화 효과가 더 크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고객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경품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할 사람은 아니지. 직접 사용해 보니 이 물건이 나쁘지 않은 건 사실이거든.” 물론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경향성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출처: 정신의학신문


이는 비즈니스를 하는 우리에게, 어떻게 고객에게 다가가야 할지 통찰을 준다. 결국 비즈니스란 고객을 설득하는 과정 그 자체일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콘텐츠 마케팅에는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까? 이번글에서는 네 가지 사례를 통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댓글로 참여시키기



가장 쉬운 방법으로 고객으로 하여금 댓글을 달게 만들면 좋다. 유튜브가 기존의 매체와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댓글을 통해 인터액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광고가 재미있을 때 고객들은 “ㅋㅋㅋㅋ”를 달며 본인의 감정표현을 하기도 한다. 맘에 안 들 때는 “작작 좀 해라” 등의 부정적인 댓글을 달기도 한다. 고객들의 반응이 바로바로 나타난 다는 게 마케터에게는 큰 재미이자 공포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이 댓글 기능을 적극 이용하면 더 큰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예컨대, 생각나는 친구를 소환해 달라거나, 감상평을 달아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공유를 요청할 수도 있고 광고 내용에 대한 문제를 낼 수도 있다. 물론 대부분 경품 때문에 댓글 참여를 할 것이다. 그런데 고객들은 성의 있게 단 댓글일수록 당첨 확률이 높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열심히 쓰는 고객들도 꽤 있다.


고객에게 작은 부탁을 하는 중


다시 프리드만과 프레이저의 실험을 기억해 보자. 그렇다면 과연 댓글을 단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 이후 어떤 생각을 할까. 그들이 자신들의 행동과 심리적 일관성을 얼마나 유지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고객들에게 좀 더 큰 부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가령 “우리 상품을 좀 더 좋아해 주세요”라는 부탁일 수도 있다. 아니면 좀 더 과감하게. “우리 상품 하나 구매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라는 부탁일 수도 있다. 물론 그들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우리의 부탁을 더 잘 들어줄 가능성은 높을 것이다.  


특별히 유튜브에서는 우리 콘텐츠와 상호작용(좋아요, 댓글, 공유 등)을 한 시청자들 만을 타깃으로 특정해 광고를 노출할 수 있다. 시퀀스 캠페인을 통해, 우리 영상을 댓글을 단 고객에게 더 큰 부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감정적 연결로 확장하기



고객을 참여시키면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단순한 제품 구매를 넘어, 고객이 브랜드의 일원으로 경험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영국 초콜릿 브랜드 Cadbury가 부활절 시즌에 맞춰 진행한 "Worldwide Hide" 캠페인은 고객 참여의 힘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캠페인은 구글 지도와 연동된 가상 부활절 달걀 숨기기 이벤트였다. 참여자는 원하는 장소에 가상의 달걀을 숨기고, 친구에게 메일로 힌트를 보내 찾게 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우리가 처음 만난 장소’를 골라, 달걀을 숨기고 상대방이 찾을 수 있도록 이벤트 메일을 보내는 것이다. 물론, 이걸 찾은 상대방에게는 캐드버리 초콜릿을 선물로 줄 수 있도록 했다. 초콜릿을 숨기는 사람이 또 다른 고객 초대하는 점이 매력적이다. 단순한 게임처럼 보이지만, 이 캠페인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감정적 연결’에 있다. 소비자는 의미 있는 장소에 달걀을 숨기고, 소중한 사람에게 그 장소를 알리며 함께 공유하는 ‘경험’을 쌓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의 배경엔 Cadbury가 있는 것이다.


결국, Cadbury는 이 캠페인에서 ‘부탁-승낙 원리’를 활용하고 있다. 달걀을 숨기고, 힌트를 보내달라는 작은 요청은 고객들에게 쉽게 승낙할 수 있는 부담 없는 참여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고객들은 브랜드와 더욱 깊은 관계를 형성하고, Cadbury라는 브랜드가 자신들의 의미 있는 순간에 함께 한다는 인식을 쌓게 된다.






과정에 관여시키기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 고객을 참여시키는 방식을 통해, 이슈를 만든 캠페인이 있다. KT의 Y드립 시네마를 대표적 사례로 소개하고 싶다. 특별히, 내가 해당 캠페인의 PM으로 직접 참여하고 성과를 만드는 과정을 오롯이 함께 했기에 좀 더 생생한 내용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해당 캠페인을 소개하자면, 브랜드 필름의 마지막 중요한 부분을 미완성인 상태로 대중에게 공개했다. 그리고 그 부분이 어떤 대사였을지 댓글로 드립을 쳐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리고 재미있는 댓글을 뽑아, 그 내용대로 광고의 나머지 부분을 촬영해 주겠다는 공지를 했다.


놀라운 점은 댓글을 단 사람들에게 아무런 경품제공도 약속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객들의 댓글이 그저 좋아서 달아 놓는 놀이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무런 보상도 없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건 업계에서 불문율처럼 터부시 되는 방식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각종 고가의 경품을 걸어도 고객참여를 일으키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현실을 잘 알면서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많았다. 그럼에도 아무런 경품도 없이 이벤트를 강행했던 데에는 앞서 소개한 인지부조화의 실험을 믿어 보고 싶어서였다. 단순히 커다란 경품 때문에 참여한 이들은 우리 브랜드를 그만큼 더 기억하지 못할 터였다.


미완성으로 공개된 1차 영상


결과는 어땠을까? 결국, 1만 명이 넘는 고객이 참여하며 전대미문의 흥행을 기록했다. 이는 ‘작은 요청’과 ‘과정 참여’,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캠페인이었다. 고객의 댓글 드립을 기반으로 또 한 번 촬영해서 최종 영상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캠페인 과정에 참여한 고객들의 마음속에는 과연 뭐가 남았을까. 참여하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또 다른 큰 부탁을 흔쾌히 들어줄 준비가 되었을 것 같다.  


* 관련기사

https://www.hankyung.com/it/article/202107256088i


물론, 댓글로 참여하고 해당 영상에 좋아요를 누른 고객들만을 대상으로 우리의 또 다른 광고를 노출시킬 수 있었다. 일단 댓글을 달아달라는 ‘작은 요청’에 반응해준 고객들이었으니, 우리 브랜드의 새로운 상품 소개나 한정판 할인 등의 프로모션 정보를 노출한다면 긍정적 효과가 있을 건 자명했다.


고객의 댓글을 반영해 엔딩을 완성한 2차 영상





구매까지 연결시키기



디지털 플랫폼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바로 ‘랜딩’이다. 클릭 한 번으로 고객을 우리가 원하는 웹페이지로 연결시킬 수 있다. 이는 기존의 매체가 전혀 갖지 못했던 강력한 강점이다. 어디로든 랜딩 시킬 수 있다는 점은 얼마든의 고객을 데리고 우리가 원하는 세계로 데려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컨대, 유튜브 광고 시청 중 제품에 호기심을 느낀 고객을 대상으로는 제품 상세 페이지로 랜딩 시킬 수 있다. 제품을 한번 써보고 싶은 고객을 위해서는 샘플 신청 페이지로 랜딩 시킬 수도 있다. 자동차 광고를 보고 호기심을 가진 고객을 대상으로 시승 신청 페이지로 곧장 랜딩 시킬 수도 있다. 게임 광고를 본 고객을 대상으로 게임 앱 다운로드를 유도할 수도 있다.


물론 랜딩뿐만 아니라 광고가 돌아가는 동안 화면 하단에 우리 제품을 직접 보여줄 수도 있다. 제품 정보와 가격까지 노출돼 있고 클릭 한 번이면 손쉽게 구매로 연결될 수 있도록 말이다. 게다가 유튜브에서는 클릭 통한 액션을 유도하는 전용 광고 상품이 있다. 바로 트루뷰 포 액션 광고다. 해당 상품을 통해 광고를 집행할 경우, 광고 종료 후 엔드 카드를 통해 고객의 구체적인 행동을 요청하고 이끌 수 있다.


출처: 머니투데이




생각해 볼거리



지금까지 심리학에서 말하는 ‘Foot in the door technique’을 콘텐츠 마케팅에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는지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스스로 합리적이고 싶어 한다. 자신의 행동과 생각이 일관성을 갖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 경향성을 잘 염두에 두고 고객에게 작은 부탁부터 해보는 건 어떨까.


아 참, 길거리에서도 ‘도를 아십니까’를 묻는 일명 도쟁이들도 ‘Foot in the door technique’을  잘 사용한다. “혹시... 지하철역이 어디인가요?”라고 묻는 방식을 통해 말이다. 이렇게 부담 없이 가벼운 ‘요청’에 응답하고 나면 곧장 어떤 질문이 이어질지 모두들 잘 알 것이다. 그들이  ‘Foot in the door technique’을 공부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기 위해 대화를 물꼬를 어떻게 트는지는 분명 알고 있는 듯하다. 그들도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는데, 우리는 얼마나 고민하고 있을까.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출처: 헬스조선)


마케팅은 곧 고객을 설득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고객의 인식을 바꾸며 궁극적으로 행동까지 바꿀 수 있다면 마케팅을 아주 잘~ 하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까. 우선 고객에게 작은 부탁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 글쓴이의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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